<경남도민일보 2011.3.7>
엊그제 독자투고란에 <이원수 기념사업 논란을 보면서>란 기사가 실렸다. 글쓴이는 전 이원수 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이며 현재는 울산 북구 기적의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100인닷컴>도 이 논란에 가세한 전력을 구실 삼아 친일작가 기념사업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희망연대>의 대변인도 아니고 회원도 아니지만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글쓴이가 이원수 기념사업 반대파의 주장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원수의 작품을 아이들에게 읽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만약 그렇게 주장했다면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하나 그 주장이란 오로지 글쓴이의 글에서만 볼 수 있을 뿐이다.아마도 글쓴이는 마산mbc의 <대찬토크 말쌈>에 희망연대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여했던 김영만 대표의 발언을 많이 참고하지 않았나 싶다. 토론회에서 기념사업 찬성 토론자였던 윤해동 교수도 비슷한 취지로 김 대표에게 따졌던 것 같지만 그건 난센스였다. <100인닷컴> 기사에서도 말했지만, 학자로서 상식에 떨어지는 질문이나 견강부회하는 논리로 자기합리화를 시도하는 윤 교수의 태도는 토론자로서 부적격자란 생각마저 들었다.
글쓴이의 이번 투고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혀 씁쓸한 느낌이 없지 않다. 김 대표의 이날 토론 취지는 이것이었다.
“이원수 선생의 문학적 성과에 대해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친일행적이 분명한 사람을 어째서 국민의 세금으로 추앙하고자 하는가 하는 것이다. 선생의 업적을 기리겠다면 존경하는 사람들끼리 사비를 털어 할 수도 있고, 그런 건 문제가 안 된다.”
이어진 시민단체들의 기념사업 반대 성명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청년들을 일제의 전쟁에 동원하는 시를 쓰고 일제의 군인이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라고 어린이들을 선동한 역사의 죄인을 창원시가 혈세를 부어 찬양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하는 것일 뿐 그들의 성명 어디에도 아이들에게 이원수의 글을 읽히지 말자고 하는 주장은 없다.
글쓴이는 또 이렇게 말한다. “이원수는 친일한 것이 맞다. 하지만, 다른 친일부역자들과는 달리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일부 문학연구자들도 (진즉) 그의 친일을 알고 있었지만, 섣불리 작품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한국전쟁 이후 그의 문학 활동 성과 때문이다.”
글쓴이는 이원수가 한국전쟁을 대립이 아닌 분단의 아픔으로 본 최초의 작품 <메아리 소년>을 쓰는 등 통일문제에 남다른 이바지를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박정희가 경제개발에 큰 공을 세웠다고 해서(최근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그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주의를 압살한 역사의 죄인이란 사실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이원수가 아무리 훌륭한 시를 많이 썼어도 조선의 청소년들을 일제의 전장으로 내몬 친일 반역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글쓴이가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울산 기적의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을 상대로 책을 권하고 읽히는 일을 하는 사람인 것으로 보여 그 역사의식이 안타깝다. 좋은(혹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므로 과거에 잘못한 일은 숨겨주고 덮어줘야 한다는 태도도 매우 걱정스럽다.
그리고 덧붙이면, 이원수의 친일행위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것은 이원수 기념사업에 앞장선 이들이지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아니다. 김영만 대표의 말처럼 “친일을 어린애가 이불에 오줌 싼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역사의식”이 논란을 만든 것이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이 이원수의 작품을 읽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원수가 친일파임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일을 한 글쓴이와 창원시장이다.
내친김에 박완수 시장에게도 한마디 하자. “그렇게 친일작가를 기념하고 싶다면 그냥 시장 개인 돈으로 하면 안 될까요?”
[발언대] 유명시인이면 친일파라도 상관없나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41652 – 경남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