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지진과 관련해 일본의 시민단체활동가, 학자, 재일동포, 유학생, 현지 리포터, 연구소 회원 등이 연구소로 보내온 생생한 소식들 중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온 메일은 읽기조차 가슴이 아픕니다. 한마디로 <명치 끝이 타들어가는 밤>, <지옥을 보았다> 는 소감, <재해지의 재일동포와 동포 학교에 대한 구호가 시급하다>며 특히 한국 국적도 일본 국적도 갖지 못해 더욱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재일조선인 피해자에 대한 걱정, 일본 동북부지역에 시집 장가를 많이 보낸 홋카이도 재일동포 부모들의 자식걱정에 까맣게 타는 마음, 민단이든 총연합이든, 뉴카마(신이주자)든, 소속이나 국적에 전혀관계없이, 이번 피해를 받은 분들에게, 결코 풍부한 상황도 아닌데도 <수에 제한 없이, 요구하고 있는 물자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헌신하는 ‘미야기동포지원대책위원회’의 감동 어린 사연 등을 보내왔습니다. “지진과 해일은 천재이지만 원자로 폭발은 인재이다. 원자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문제제기할 필요가 있다”며 재해복구활동과 함께<원자력반대>운동을 전개하려는 일본시민사회의 움직임, 일본의 비극을 고소해 하는 한국인 악플러에 대한 우울함과 일부 일본인의 한국인과 중국인에 대한 모함과 유언비어에 대한 대책 촉구 등에 대한 내용도 보내왔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성명과 한국 시민단체의 공동모금에 대해, “은혜와 원수를 넘어 위로해 주신 데 감사하다”며 식민지 피해를 입힌 가해국 국민으로서 한국인에 대해 감사하는 글, 오늘의 재난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대일본제국의 잔영에 대한 하늘의 징벌’이라는 한탄과 함께 “세계는, 이만큼의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정연하게, 서로서로 돕는 모습을 보고 칭찬과 격려의 소리를 아끼지 않습니다만, 그 그늘에는 평화 일본에의 두터운 신뢰와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 며 평화일본으로 거듭나기를 다짐하는 내용, 진재 복구사업 속에서 식민주의 청산을 위해 일본의 한일과거사관련 운동단체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고민 등 일본 내의 다양한 울림을 전달합니다.(편집자) |
※ 야노 히데키(도쿄, 강제병합100년공동행동 일본실행위원회 사무국장) 선생의 감사 편지
일본의 지진 재해 복구를 위해서 공동 모금을 호소해 준 것 깊이 감사드립니다. 모금 활동의 「개시 선언」은 과거사청산, 전후보상실현을 위해서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여러 단체, 개인에게 퍼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국의 동지 여러분의 심정을 뜨겁게 받아들이고 계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민중의 연대가, 이 곤란한 국면을 넘어 가는 힘이 됩니다.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 가기 위해 우리는 힘을 다하겠습니다. <2011.3.23>
3.13일 (지진발생 3일째)
고바야시 히사토모(홋카이도,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 사무국장)
미야기현 오나가와초에 사사는 재일 ‘위안부’ 피해자인 송신도씨의 소식을 알지못해 모두들 걱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 20일, 일본에서 유일하게 위안부 피해자란 사실을 밝히고 지난 10년 동안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정 투쟁을 해온 89세의 송신도할머니께서 무사히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채홍철(훗카이도포럼 공동대표, 재일동포)
동북지방에 시집 보낸 딸과 동북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이 있는 가정들이 있어 동포들은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오카모도(대만 거주, 동아시아 연구자)
지금 일본은 매우 슬픈 상황이고 앞으로 일본은 아마 매우 괴로운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됩니다. 일본 밖에 있는 몸으로서 단지 기원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한국 여러분들의 따뜻한 심정, 마음으로부터 감사드립니다.
아리미츠 켄(도쿄 ,전후보상네트워크 사무국장)
토호쿠의 피해는 심대해, 그 사회적 영향은, 현시점에서는 예측 불능입니다. 원자력 발전소가 어떻게 될지도 걱정입니다.
다니구치 교코(히로시마)
토호쿠, 칸토의 피해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아직 전체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원자력 발전에 관해서는 정부는 진실을 발표하지 않습니다.
3.14일 (지진발생 4일째)
찬 쿠로(나라)
한국에서 일본에 재빨리 구원대가 와주어 감사합니다. 나라지역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동일본의 동료나 친척 등이 걱정입니다.
김우기(도쿄, 재일동포 연구자)
동북지방의 동포들 중에 집이 쓰나미로 쓸려간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부디 그들이 안전하기를 빌어주십시오.
박사유(YTN 리포터)
내일 중으로 지진 피해가 심한 미야기현에 도착합니다. 우리동포들께서 물과 식량이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해서 가능하다면 보존식품(밥, 컵라면 등 레토르토 식품 등)을 갖고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일단 센다이에 있는 (조선학교인) 동북초중에 가겠습니다.
아카이케 스나오(도쿄, 통역)
동북지방의 피해를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이제 더 무서운 것은 원자력발전소입니다. 그 피해에 대해서는 우리는 더 무서워하고 위기감을 느껴야 할텐데…. 정부 말을 함부로 믿으면 안 되니 답답한 마음입니다.
야노 히데키(강제병합100년공동행동 일본실행위원회 사무국장, 임종국상 수상자)
민족문제연구소의 여러분. 이번 대지진을 당해 위문을 받고, 또 오늘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응원의 메세지를 전송해 주신 것 깊이 감사 드립니다. 우선 이재민 지원의 모금활동으로부터 시작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원자력 발전 문제에 대해서, 가동 나카노하라발전소의 일시정지, 건설 재검토 등의 운동을 조직해 나가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수개월, 몇 년간 일본은 이재민 지원, 재해지 복구가 중심적인 과제가 되어 그러한 속에서 과거의 식민주의 청산의 과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운동 관계자로서 논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오구치 아키히코(도쿄, 야스쿠니무단합사취하소송 변호사)
민족문제연구소의 성명, 빠른 문안 배견 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 서신 올립니다. 한층 더 일한 민중 연대를 향해서 싸울 결의를 새롭게 했습니다.
스즈키 유코(가나가와, 일본군 “위안부”문제와 전쟁과 여성문제 연구자)
이번의 통한사를「인간의 안전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성을 통감합니다. 원자력 발전 신화(절대, 안전)도 시민 차원에서 의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과 같이 작은 나라는, 안전성보다 경제성에 중점을 두고, 설치를 추진해 온 책임이 있음을 물어, 폐지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역사 문제나 안전, 평화, 환경 문제, 모두 일련의 관계로부터 파악하여 국제적 시민 연대로 연결해서 갈 수 있으면 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건제(교토,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
지진에 물바다에 불바다에 방사능 오염에… 너무 끔찍하고 너무 불쌍해서 이틀밤을 잠을 못 잤습니다. 우리나라 악플러들 때문에도 가슴이 쓰리고 아팠습니다.. 신난다, 죽어라, 아직 부족하다 더 죽어라, 원숭이 고기 파티 하고 싶다는 등… 주된 이유들이 일본이 우리를 침략해서 못된 짓을 해서랍니다. 악귀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조차 매주 일 대사관 앞에서 열던 수요시위를 중단하고 추모집회에 들어갔습니다. 고베 때 그러했듯이….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에서도 이렇게 일인들을 위한 활동에 들어가려 합니다. 그 옛날 안중근 의사도 일인 간수들에게 자기가 미워하는 것은 침략원흉들이지 그대들 같은 서민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하였습니다.
3.15일 (지진발생 5일째)
다카스키(교토, 리츠메이칸대학 평화뮤지엄 관장)
지진과 해일은 「천재지변(자연재해)」을 당한 것이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는 「인재」이며, 평화박물관으로서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지구 환경에 적대하는 행위는 「평화」를 해치는 행동이며, 우리도 할 수 있는 행동을 일으킬 참입니다.
고니시 가즈하루(전국재일외국인교육연구소 근무)
대마도에의 연수 여행을 예정하고 있었습니다만, 여행을 중지해 그 비용을 재해지에의 지원에 돌릴 것을 결정했습니다.
야노 히데키(도쿄, 한국강제병합100년 공동행동일본실행위원회 사무국장)
이번 대지진에 즈음해, 한국의 여러분들이 우리에게 전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 정말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는 전대미문의 재해를 앞에 두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만, 여러분의 격려를 가슴에 담고 이재민 지원, 재해지 부흥을 위해 대처하려고 합니다. 과거 일제의 침략, 식민주의 지배에 대한 은혜와 원수를 넘어, 여러분 모두가 우리에게 연대의 손을 뻗쳐 주신 것에 깊이 감사 드리며 대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이케다 카마키리
감히 말씀드리면 대일본 제국이 스스로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충분히 반성하는 일 없이, 또 그 보상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천재지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만큼의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정연하게, 서로서로 돕는 모습을 보고 칭찬과 격려의 소리를 아끼지 않습니다만, 그 그늘에는 평화 일본에의 두터운 신뢰와 기대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3.16일 (지진발생 6일째)
히구치 유이치(도쿄 고려박물관 관장)
한국 여러 단체의 성명에 감사드립니다. 재해지 재일한국인에 대해 조사할 예정입니다. 도쿄는 교통이 회복되지 않아 예정된 집회가 중지되었습니다. 혼란이 계속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3.17일 (지진발생 7일째)
다타카 마사타카(도쿄, 대학교수-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문제 연구자)
관동대지진 발생 후 조선인 학살에 대한 우리들의 회의도 중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국회의원과 직접 만나서 협력을 요청하는등의 구체적인 행동을 시작했습니다만 앞으로의 운동을 어떻게 진척시킬지 심려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한국 시민들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지원해 주십시오.
이수경(도쿄, 학예대 교수)
은사이시자 과학자인 교토 평화박물관 안자이 이쿠로(리츠메이칸 명예교수, 동경대 원자력공학 전문가) 관장은 요즘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후쿠시마로 들어갈 준비를 합니다. 가치있는 목숨의 결정…그것이 비록 힘든 결정이지만 인생을 결정하는 소중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드는 요즘입니다.
3.18일 (지진발생 8일째)
박사유 (YTN 리포터)
토호쿠 동포들이 하루 두끼식 먹으면서 일본의 초등학교에 피난하고 있는 일본 분들에게 주먹밥을 대량 만들어 드리는 것과 도쿄의 동포들이 트럭을 운전해 지원품을 가져온 내용을 포함해 토호쿠의 동포분들의 협력 덕분에, 꼬마프레스는 어제 YTN(한국의 뉴스 전문 텔레비전국”ETBS의 협력사)에 뉴스로 발신할 수 있었습니다.
3월 19일 (지진발생 9일째)
요시노 마코도(한국사 연구자)
‘일본 대지진 재해에 대한 한국시민단체의 성명’을 전송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의 시민단체의 여러분으로부터 재빨리 위문의 말씀을 받아 정말로 감사의 생각을 누를 수 없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위기는, 이러한 위험한 원자력 발전 위에 이루어진 현재의「번영」의 문제성을 재차 부각했습니다만, 지금은 단지 주변지역 주민은 물론 근린 제국의 사람들에게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한시라도 빠른 위기 회피책의 성공을 지켜볼 뿐입니다. 한국 시민 단체의 성명에 용기를 가짐과 동시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박사유(YTN 리포터)
토호쿠 (조선인) 소학교 중학교 급의 선생님들이나 지역의 일꾼들은 전국에서 오는 지원 물자를 더 많이, 더 먼 곳까지 보내기 위해, 1분 1초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지원 물자를 받는 대상은 민단이든 총연합이든, 뉴커머든, 소속이나 국적에 전혀 관계없이, 이번 피해를 받은 여러분의 손에 정중하게 건네주었습니다.
(만약 토호쿠 소중학교급에 세워진 ‘미야기동포지원대책위원회’까지 직접 와 주었을 경우, ‘수에 제한 없이, 요구하고 있는 물자를 제공한다’ 라고 하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결코 풍부한 상황도 아닌데도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진심 어린 결단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1일 2식만, 게다가 아침은 죽을 한 줌 정도, 저녁 식사는 국물과 흰 밥 조금 정도입니다.)
3월 20일 (지진발생 10일째)
최승구(가나가와, 다문화공생운동)
과거, 한국의 시민운동 속에서 최전선에 서서 역사 문제와 일한 관계의 본연의 자세에 대해 논진(論陣)을 형성해 운동을 해 온 단체인 만큼, 그러한 시민단체가 하나가 되어 ‘모금’이라고 하는 구체적인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확실히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한국 시민단체들이 행동에 옮기는 심정이나 역사관에는 한 점의 오해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확실히 일한 시민의 ‘협동’의 시작이라고 높이 평가될 만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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