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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명 ‘서훈 취소’… 다시 ‘친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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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현, 오미이뉴스 블로그) =80년대 말부터 20여년째 친일파 청산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몇 권의 졸저를 펴내기도 하고 관련 정부기관에 몸을 담기도 했습니다. 친일 청산과 관련해 이제 큰 틀에서는 가닥을 잡았다고 보기 때문에,
다시 말해, 이 문제는 이제 학문연구의 차원에서 다뤄질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이제 저로선 서서히 졸업(?)하려고 생각해오고 있는 중입니다만,
그래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오니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군요.^^
[참조글 1 : 장지연 등 19명 ‘서훈 취소’를 보는 소회 (2010. 12. 14)]

어제(5일) 국무회의에서 친일파 관련 중요한 결정을 하나 내렸더군요.
그간 논란이 돼온 친일혐의 독립유공자 19명의 서훈 취소를 결정했더군요.
주요 대상인물은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한 언론인 장지연을 비롯해
초대 내무부장관을 지낸 윤치영, 불교계 거물 이종욱 등 19명입니다.
이번 서훈 취소는 지난 1996년에 5명의 서훈을 취소한데 이어 두 번째인데요,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합니다만, 별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요즘 저는 대부분의 뉴스는 인터넷을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만,
<한겨레> 하나는 여전히 집에서 정기구독을 해서 보고 있습니다.
그간 신문을 보다가 눈에 띄는대로 친일 관련 기사를 잘라 두었는데,
작년 10월 이후 <한겨레>가 보도한 ‘친일’ 관련 기사들을 꺼내보았더니
그게 10여 건이 넘는군요. 그 양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한겨레>가 보도를 많이 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사안이 빈발했다는 얘깁니다.

– 2010. 10. 08 장지연.김성수 등 서훈 취소 검토
– 2010. 10. 09 친일인사 서훈 박탈, 이번에도 시늉에 그칠 건가(사설)
– 2010. 10. 19 ‘친일 선배’의 허물 덮으려는 사법부
– 2010. 11. 01 일제 중추원 참의는 친일파 ‘합헌’
– 2010. 12. 10 장지연 등 19명 독립유공자 서훈 박탈
– 2010. 12. 10 ‘선항일 후친일’ 변절자 솎아냈다(해설)
– 2010. 12. 23 법원,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 ‘친일’ 인정
– 2010. 12. 27 법원, 조선왕족 이해승 ‘친일’ 인정했지만…
– 2011. 03. 01 “한일합병에 간접적 기여했어도 친일”
– 2011. 03. 01 친일땅 환수취소소송 79건 어찌될까(해설)
– 2011. 03. 31 헌재 “친일재산 환수는 합헌”
– 2011. 03. 01 친일재산 환수, 대법원이 전향적으로 판결해야(사설)
– 2011. 04. 06 ‘항일에서 친일로’ 장지연 서훈취소 확정

근래에 논란이 된 사안은 친일혐의 독립유공자들의 서훈 취소 문제와,
또 하나는 친일파 후손들의 땅찾기를 둘러싼 법원의 재판얘기 같습니다.
앞서 소개한대로, 친일혐의 독립유공자들의 서훈 취소는 대략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다만, 중요한 인물이 한 사람 남아 있음을 언급해두고자 합니다.
<동아일보> 창업주인 인촌 김성수(金性洙)입니다.
인촌은 ‘언론분야’ 활동 공로로 건국훈장 대통령장(2등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지난번 보훈처 심사 때 ‘소송중’이어서 일단 빠졌는데요, 결과를 지켜보겠습니다.
[참조글 2 : 인촌 김성수, ‘친일불구 버젓이 건국훈장 받아 (2009. 9. 3)]




인촌 김성수


국가가 주는 각종 훈장은 1963년 법률 제1519호로 제정된 ‘상훈법’에 근거합니다.
이 법 제8조(서훈의 취소 등)에서는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 서훈 취소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제1항(서훈 공적이 거짓임이 판명된 경우)의 ‘서훈공적이 거짓임이 판명된 경우’란,
독립유공 공적이 전혀 없는, 이른바 ‘가짜 독립운동가’는 물론이거니와
독립유공 공적이 있어도 친일행위를 한 사람들도 포함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서훈이 취소된 19명은 바로 이 조항에 해당되는 셈입니다.
인촌 김성수 역시 자료를 통해 볼 때 이에 해당하는 자가 분명합니다.

다음, 친일파 후손들의 친일조상의 땅찾기 소송 관련인데요,
소송 결과를 떠나 참으로 후안무치한 작자들이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군요.
우선 제 손으로 벌어서 산 땅이 아닌 것은 말할 것도 없을뿐더러,
그 선조들이 나라를 팔거나 혹은 친일부역의 댓가로 축적한 재산을
낯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버젓이 나서서 법원에 소송을 내다니요.
참으로 가증스럽고, 뻔뻔한 존재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부역자 후손들이 선조 땅찾기 소송을 냈다는 얘기는 못들었습니다.
이들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한마디로 나라꼴이 ‘*판’이기 때문입니다.
민족정기가 제대로 서 나라라면 이들이 얼굴이나 제대로 들 수 있겠습니까?

이 문제의 핵심은 법원, 더 구체적으로는 대법원입니다.
하급법원에서 오락가락 재판을 하는 것은 백번을 양보해 그렇다고 쳐도,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줏대를 잡지 못한다면 이제는 어쩌라는 겁니까?
판사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했다니 결과를 존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법 이전에 ‘상식’이라는 게 있고, 각 민족마다의 역사와 정통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는 헌법의 정신이랄 수 있는 ‘전문(前文)’에 명문화 돼 있는 내용인데요,
매사를 법으로 판단하는 법관들 일부는 이 내용은 안중에도 없나 봅니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전경


한편, 소송을 낸 후손 가운데 64명은 헌법재판소에 특별법 위헌소송까지 냈더군요.
다행인 것은 헌재가 이를 “특별법은 합헌”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헌재는 지난 3월 31일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위헌이라며
후손들이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 물론 일부 위헌 견해(2명)를 편 재판관도 없진 않았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판부는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하게 한 조항은 소급입법이지만 친일재산의 취득 경위에 내포된 민족 배반적 성격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선언한 헌법 전문 등에 비춰 친일반민족행위자측으로서는 친일재산의 소급 박탈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의 재산 중 후손 자신의 경제적 활동으로 취득하게 된 재산이라든가 친일재산 이외의 상속재산 등을 단지 선조가 친일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로 귀속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연좌제 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헌재 결정의 핵심내용을 요약하면, 우선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친일파들의 재산을 환수하는 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제식민통치기구에 참여해 형성한 재산은 친일재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 점입니다.
그러니 환수가 마땅하다는 얘긴데, 이는 ‘반민법’에 이미 규정된 내용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나치 지배하에 있었던 유럽의 각국에서도 전후에 이같은 조치를 취했구요.
특히 헌재는 친일파 땅 환수 조치가 연좌제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요,
말하자면 이는 후손들의 땅도 아니고 물려받을 자격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법원만 친일파 재산 환수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끌려가는 친일파들. 가운데는 경방 사장 김연수, 마지막은 ‘민족대표 33인’ 중 변절한 최린


대법원은 지난 해 친일귀족 이해승의 손자가 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원고는 1심에서 패소했는데, 고법에서 뒤집힌 걸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한 것입니다.
당시 고법은 “이해승이 후작 작위를 받은 것은 맞지만 한일합병에 기여한 공로가 없다”며
300억원대의 이해승의 땅에 대한 국가 귀속(환수)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복잡하게 따질 것도 없습니다.
‘한일병합’에 아무런 공로가 없거나 또는 이용가치가 없다면 후작을 왜 주었을까요?
세상에 공로가 없는데 훈장보다 더 큰 작위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보십니까?
참고로, 당시 작위를 받은 자가 76인데, 이들 가운데 후작을 받은 자는 불과 6명 뿐입니다.

현재 친일파 재산 국가 귀속을 둘러싸고 진행중인 소송은 모두 67건인데요,
이 가운데 13건은 대법원에 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번 이해승 후손의 판결 때 대법원은 사건 실체에 대한 심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헌재 판결을 대법원은 이제라도 전향적 자세를 취해야할 것입니다.
특히 친일재산 소송에서 심리 불속행으로 기각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명문화된 관련 법규정이 있는데 ‘감정’으로 재판을 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관련법의 정신을 보다 엄격히 따져달라는 것입니다.
특히 대법원이 이 일에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출처:http://blog.ohmynews.com/jeongwh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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