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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 도서 돌아온다] 유일본 30권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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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 297권이 드디어 돌아온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의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지 145년 만이다. 14일 도착 예정인 1차분 50권을 시작으로 5월 31일까지 총 네 번에 나눠 들어온다. 한국이 소유권을 되찾는 정식 반환이 아니라 5년마다 갱신하는 대여 방식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귀중한 문화재가 우리 품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는 크다.


이번에 돌아오는 외규장각 도서는 한국 정부가 반환을 요청한 191종 298권 중 1993년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반환을 약속하며 주고 간 1권(‘휘경원원소도감 의궤’ 상권)을 뺀 나머지다. 2002년 정부가 파견한 전문가실사단 4명의 확인 결과, 외규장각 도서 목록인 ‘형지안’ 등 3권만 빼고 모두 의궤다.


의궤는 조선 시대에 국가나 왕실의 중요 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남긴 종합 보고서로 대부분 필사본이다. 행사 준비부터 진행, 사후 유공자 포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거기에 들어간 비용 인원 물품 서류까지 빠짐없이 정리, 가히 조선 왕실 기록 문화의 꽃이다. 의궤의 그림은 오늘날의 사진이나 영상 자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당시 현장을 아름답고 생생하게 전한다. 서울대 규장각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소장한 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BNF의 외규장각 도서는 대부분 왕이 보도록 최고 품질로 만든 어람용 의궤인 데다 한국에는 없는 유일본이 다수 포함돼 있어 더욱 가치가 있다. 2002년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의궤 중 어람용이 아닌 분상용(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하는 의궤)은 5권, 유일본은 30권(의궤 29권과 ‘문희명영건청등록’)이다.



조선 시대 의궤는 보통 한꺼번에 5~9부를 만들어 1권은 왕에게 올리고 나머지는 예조 등 국가 전례를 관장하는 기구와 강화도 태백산 오대산 등의 사고에 보관했다. 어람용 의궤는 초주지라는 고급 종이에 최고급 물감을 사용하고 비단 표지에 놋쇠 물림으로 철을 하는 등 최고의 재료와 정성으로 만들었다. 반면 분상용은 닥종이 저주지를 쓰고 삼베 표지에 보통 쇠로 물림을 했다. 예컨대 BNF의 어람용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 의궤'(1759)는 서울대 규장각에 있는 분상용보다 그림이 훨씬 정밀하고 선명하다.


외교통상부가 펴낸 실사보고서인 (2003)에 따르면 BNF의 외규장각 의궤 중 절반 가량이 왕실 장례에 관한 것이다. 왕과 왕비의 국장, 세자와 세자빈의 예장을 기록한 장례도감 의궤 24종 53권을 비롯해 출상 준비부터 무덤 조성과 3년상 과정 등을 정리한 의궤가 그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왕실 혼례, 잔치, 세자 책봉, 궁궐이나 성곽 정비, 녹훈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02년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외규장각 의궤 실사에 참여했던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그동안 외규장각 의궤는 실물을 볼 수 없어 프랑스가 제공한 유일본 30권의 디지털 파일과 국내 자료 영인본으로 연구해야 했다”며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으로 본격적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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