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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기록 막겠다고? 역사연구 하지 말자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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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장지연 황성신문 주필 등 친일행적이 드러난 19명의 서훈이 지난 5일 취소된 데 대해 “국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잘못을 스스로 바로잡은 선례를 남겼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1월 서훈취소심사위원회를 열어 친일 논란을 빚은 장지연, 김응순, 강영석, 김우현, 김홍량, 남천우, 박성행, 박영희, 유재기, 윤익선, 윤치영, 이동락, 이종욱, 이항발, 임용길, 차상명, 최준모, 최지화, 허영호 등 19명에 대한 서훈 취소를 결정하고 정부에 이를 공식 요청했으며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유족들이 크게 반발한 가운데 한국사회 주류진영을 대변했던 매체에선 다름 아닌 보수색깔의 현 정부가 그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데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 4월6일자 조선일보 13면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조선일보가 6일 서훈 취소 자체를 ‘논란’으로 전했고(13면 <장지연 선생이 지하에서도 시일야방성대곡할 듯…>), 같은 날 문화일보는 사설에서 “단편적 판단으로 친일 낙인을 찍어 매도”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사설 <장지연 선생을 친일로 매도한 이 정부의 서훈 취소> 중앙일보도 7일 ‘장지연 서훈 취소 후폭풍’이란 제목 아래 “한쪽 면만 부각한 아주 잘못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던 민족문제연구소의 견해는 명백하다. 민족문제연구소는 5일 성명을 내 “서훈취소는 유감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자부할 만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역사적 도덕적 문제에 대한 가치기준을 올곧게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7일 방학진 사무국장과 나눈 일문일답. 

– 유족들과 보수진영에서 서훈 취소에 반발하고 있다. 각각이 반발하는 이유나 맥락은 다를 것으로 보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그동안 쌓아왔던 명예나 권력, 부, 그런 것을 정당하게 취득한 거냐, 정면으로 문제제기 하는 셈이니 당황했을 것이다. 보수언론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여론을 주도해 왔고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서훈 취소는 그들 기득권에 근본적으로 문제 제기 한 것이니 도전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 친일인명사전을 근거로 서훈 취소가 결정됐는데 보수언론에서는 친일인명사전 자체가 문제였다는 식이다. 민간단체인 데다 형평성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민간단체가 문제라면 사립대학의 연구성과도 그런 식으로 폄하하는지 먼저 묻고 싶다. 같은 민간단체 아닌가? 친일인명사전을 안 읽었거나 정말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본다. 사전을 만들 때 마구잡이로 이름을 넣은 게 아니다. 형평성 제기하면서 색깔론 얘기하는 데 북한 정권을 담당한 사람들 가운데 친일 전력 있는 인물도 전부 넣었다. 사전을 제대로 안 봤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보훈처에서도 ‘선 항일, 후 친일’은 친일로 본다. 반대로 ‘선 친일, 후 항일’ 이건 항일로 판단한다. 국가기관에서도 독립운동 보훈 심사를 할 때 그런 기준과 잣대를 적용한다. 1945년 8월 15일 해방된다는 것을 알고 투신한 사람은 없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여운형과 장지연은 그런 점에서 대별된다. 여운형은 해방을 앞두고 건국동맹을 비밀리에 조직했던 것이고 이게 해방 뒤 건국준비위원회로 발전한 것 아닌가? 교과서에도 나온 상식선의 내용이다. 이러니 무식하든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언론플레이 할 게 아니라 여운형의 삶을 갖고 친일을 주장하고 싶으면 서훈 취소하라고 보훈처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 하라고 전해주고 싶다.”


 


– 친일인명사전 수록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 취소를 적극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것이 정당한 이유는?


독립운동에 한정해서 본다면 그동안 서훈이 취소된 경우가 두 번이다. 1996년에는 ‘역사바로세우기’ 일환으로 5명에 대한 서훈이 취소됐는데 그때는 정치적 판단 아래 청와대 의지가 반영됐던 것이고 이번엔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다시 말해 보훈처가 서훈 준 대상을 정부 차원에서 심사하고 선정했다. 흠결 있는 사안이 사회적 논쟁을 낳은 경우 거기서 끝이 아니라 국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잘못된 서훈을 스스로 바로 잡은 선례를 남긴 것이다.”


 


– 장지연 등 논란 된 인물의 친일 행각이 전체 삶의 일각에 그친다는 지적도 있다.


친일인명사전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서 그런 주장이 나온다고 본다. 그들이 어떻게 친일 행각을 벌였는지 사전에 내용이 다 있다. ‘자발적·적극적·반복적’이란 기준에 따라 사전에 이름을 담은 것이다. 그건 먹고살려고 친일 한 것과는 다르다. 위법성조각사유나 정당방위는 지금 우리도 인정하는 것 아닌가? 친일파 땅을 뺏자는 것도 아니고 역사를 정확히 기록해 후세에 본을 보이자는 것인데 그런 상식마저 그냥 덮으라는 얘긴가? 그런 논리라면 역사연구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역사는 연구하고 심화되는 과정에서 발전하는 것이다.”


 


– 해방 뒤 과거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다. 친일인명사전 편찬도 늦었다는 지적인데 앞으로 필요한 게 뭐라고 보는가?


이 문제가 특정권력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서훈 취소를 계기로 자성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이원수나 백선엽 등 친일전력이 있는 인물의 기념행사가 여전히 공적으로 치러지는데 이를 주관하는 사람들도 한번 더 생각하고 자중할 필요가 있다.”


 


<미디오 오늘> , 1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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