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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승만 특집 5부작 다큐멘터리 제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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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최근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회장 이기수 _ 전 고려대 총장)와 뉴라이트 세력을 중심으로 광화문에 이승만 동상과 기념관 건립 운동을 벌이는 등 이승만 되살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KBS(사장 김인규)는 올해 8.15를 맞아 이승만 특집 5부작을 준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반발하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 새노조 _ 위원장 엄경철 www.kbsunion.net/)는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방송 제작을 저지할 방침이다. 아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KBS 노보 최신호(제37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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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의 KBS 노보 기고문 >


사기’와 ‘사죄’를 구분하자


4·19 혁명 51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 기념사업회’는 4·19 혁명 당시부정선거에 항거하다 숨진 유족에게 사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4·19 혁명 관련 단체나 피해자들은 그 사과를 거부했다. 4월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 씨를 포함한 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은 4·19묘역에 참배를 하고 공식 사과를 하려다가 4·19관련단체에 의해 4·19묘역에서 쫓겨났다. 사죄를 받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4·19가 일어난 지 51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아 이들을 쫓아냈을까. 아니다.


이승만이 4·19혁명의 동조자다?


이인수씨는 4·19혁명 피해자들에 대해 애도하고 사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3·15부정선거와 관계없고 그것은 이기붕과 그의 하수인들이 공모한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이대통령은 “부정에 항의하지 않는 국민이야말로 ‘망국지민’(亡國之民)”이라고 말했다고 이인수씨는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부정선거라는 것을 알지 못했지만 자신의 통치기간 발생한 일인 까닭에 책임을 지고 하야했다는 말이다. 결국 4·19혁명의 타도대상인 이승만이 4·19혁명의 동조자라는 기묘한 논리가 성립된다. 이인수씨의 사과 운운은 이승만이 4·19혁명의 희생자들의 죽음과는 관계없다는 것이고 오히려 학생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스스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훌륭한 지도자’였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과를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사과를 하는 게 도대체 가능한가. 또 이씨는 4·19혁명을 부정선거 규탄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 4·19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규탄은 발단이지 목표가 아니었다. 4·19는 이승만 10년 공포정치와 자유당 10년 부패에 대한 심판이었다. 선거로 바꾸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노골적인 폭력선거로 권력을 유지하려 했기에 피로써 아낸 것이다. 이승만의 죄악은 부정선거에만 있지 않다. 6·25 와중에 깡패들을 동원해 국회를 해산시키면서 권력 연장을 기도한 부산정치파동이나 사사오입 개헌 등을 자행한 헌정파괴범이다. 수많은 민간인 학살은 물론, 조봉암 사형으로 상징되는 정적에 대한 무차별 정치테러, 부패와 무능과 독선 등 10년의 죄업이 쌓여 4·19가 나온 것이다.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과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두 번째로 이번 사과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선 이인수씨는 51년간이나 이승만 대통령의 역사의 죄에 대해 한사코 부정하고 오히려 방어·미화하는 데 앞장 선 인물이다. 이 씨는지난 2009년 3월9일 제주4.3위원회가 희생자로 결정한 13,564명 중 18명은 희생자 결정이 무효라며 제주4.3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패소하자 4월18일 서울행정법원에 상소했다. 더구나 이승만 대통령을 기념하는 사업회를 만들어 놓고 역사 앞에 사죄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이 되는가. 사과 이전에 기념부터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선후가 뒤바뀌었다. 51년간 전혀 자숙하지 않다가 갑자기 활연대오했단 말인가.


이번 사과는 ‘이승만 부활과 복권’을 위한 이벤트


이번 사과 해프닝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이승만 띄우기와 연관해서 살펴보면 진정성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어 조선일보는 이승만대통령을 한국의 ‘조지 워싱턴’으로 추켜세우는 대형 기획물을 연재한 바 있다. 2005년 동아일보는 1945년 8월 15일 광복절 대신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삼아 이를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 교수의 글을 실었다. 현 정부의 건국절 행사와 대한민국기념관 그리고 임시정부 폄하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만들기 위한 사전 여론몰이였다. 뉴라이트 역사관에 매몰된 현 정부는 최근 대한민국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이승만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근대화혁명가로 미화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재구성하려고 한다. 특히 역사 교육을 필수로 하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정통성을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결국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을 정당화하고 이를 어린 세대에게 주입시키려는 것이다. 천박한 뉴라이트 역사관을 교과서 교육 내용으로 강화하고 나아가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도구로 만들려고 한다. 광화문에 이승만 동상이나 기념관을 세우려다가 여론에 밀리기도 했다. 이승만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만든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4·19에 대한 사과라니?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라고나 할까. 31년간의 침묵 뒤에 느닷없이 나온 사과란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닐까. 이승만 복권과 부활을위한 어쩔 수 없는 이벤트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존경 받기 위한 사과?



다음 이인수씨의 말에서 그의 복심이 배어 나온다. 이인수씨는 이번 사과에 대해 “그전에는 이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온 세월이었지만 지금은 ‘건국 대통령’으로서의 이 대통령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그래서 이 전 대통령의 뜻이기도 한 4·19묘역 참배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 씨는 또 “이승만 대통령은 독립운동과 건국운동에 모두 참여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건국 대통령’인데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를 무시하고 자기 영광만을 위해 일해 온 것 같다”면서 “젊은이들에게 정체성 있는 역사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하고 이화장 등 유적 보존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고 말했다. 여기에 보수 언론도 맞장구 쳤다. 한 언론은 “참배를 막는 이들도 이 전 대통령의 공적을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일, 6·25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고 한·미 동맹을 이끌어낸 일 등 잘한 일은 잘했다고 하고, 부정선거·독재와 같이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하는 시각이 느는 것 같다.”고 하면서 이승만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요컨대 이번 사과는 전체 구도에서 보면 사과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이승만을 존경할 것을 주문하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존경받기 위해 사과한다는 것이 이번 사과의 진실이다.이런 정도면 사과와 사기를 구분하는 좋은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기극에 동참할 것인가 역사의 진실을 걸어갈 것인가 잘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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