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KBS(사장 김인규)가 올해 8.15를 맞아 이승만 특집 5부작 다큐멘터리에 이어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는 등 ‘살아있는 친일파’로 꼽히는 백선엽 장군(91세)을 미화하는 다큐멘터리 제작까지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위원장 엄경철 www.kbsunion.net)는 노보 최신호에서 KBS가 6?25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2부작 <전쟁과 군인>(6월 23일 제1부 ‘전쟁이 군인을 만든다’, 6월 24일 제2부 ‘군인의 조건’)을 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의 역사왜곡의 끝은 어디쯤일까. 아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BS 노보 제38호이다. ○ <이승만 특집>에 이어 이번에 일본군 장교 출신 다큐 까지??
뉴라이트 역사왜곡에 동조한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KBS 사측이 이승만 특집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비난을 자초할 또 하나의 근현대사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군 중위 출신으로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돼 있는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6.25 활약상을 다루는 6.25 특집이 바로 그것. 이승만부터 백선엽까지 왜 KBS가 독재, 친일 경력 인사들에 이토록 집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왜 하필이면 일본군 장교 출신인가? ?
지난 4월 말 편성제작회의에 춘천총국(총국장 윤동찬, 편제국장 최재호)에서 마련한 프로그램 기획안이 통과됐다. 제목은 <6.25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2부작 ‘전쟁과 군인’>으로, 6.25 전쟁 때 1사단장과 육군참모총장 등을 역임하며 참전을 했고, 지금도 생존해 보수우파의 원로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전쟁 당시 이야기를다룬 프로그램이다. 1부 ‘전쟁이 군인을 만든다’는 6월 23일, 2부 ‘군인의 조건’은 6월 24일 방송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안에서는 기획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적을 가리키기만 했고 병사들은 직접 총을 들고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내가 두려움에 밀려 후퇴하면 너희가 나를 쏴라’
“노장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의 영웅이자 한국군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6.25 61주년을 맞이하여 전쟁의 참상과 조국의 소중함, 전쟁이 주는 교훈을 백선엽 장군의 발자취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실제 방송 내용이야 기획안과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것만 놓고 본다면 한 인물의 공과를 균형 있게 다룬다기보다는 영웅으로 묘사하겠다는 것이어서 우려가 된다. 먼저, 과연 그에게 살아있는 전설이니 하는 호칭을 붙여 영웅시하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전쟁 발발 초기의 패전과 빨치산 토벌 과정에서의 양민학살 등의 책임에서 그도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데다가, 국제전으로까지 번진 당시의 전쟁에서 어느 한 두 사람을 영웅으로 미화하는 것은 올바른 역사인식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실존 인물로, 좀 더 객관적인 역사적 평가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친일행적으로 이미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가 돼 있는 인물이다.
▲지난해 9월 28일 열린 ‘9.28 서울수복 및 국군의 날’ 행사사진 (출처: 연합뉴스)
1920년생인 그는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봉천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43년 만주군 소위로 임관한 뒤 간도특설대에서 항일무장세력 토벌작전에 참가했다. 간도특설대는 1938년 오고에(小越信雄) 중좌가 중국과 조선의 항일부대를 토벌하기 위해 만든 부대로, 대부분이 조선인으로 이뤄져 있었다. 백선엽씨가 몸담고 있던 간도특설대에 대해 ‘친일인명사전’에서는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간도특설대는 일제의 패망으로 해산할 때까지 동북항일연군과 팔로군에 대해 모두 108 차례 토공(討攻)작전을 벌였다. 이들에게 살해된 항일무장세력과 민간인은 172명에 달했으며, 그 밖에 많은 사람이 체포되거나 강간, 약탈, 고문을 당하였다.
그의 이러한 친일행각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우파진영에서 그를 전쟁영웅으로 적극적으로 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쟁 60주년인 지난해에는 국방부가 그를 ‘명예원수’로 추대하려다가 반대여론이 일자 취소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파주시가 임진각에 ‘백선엽 선양비’를 세우려고 하자 광복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친일행적을 이유로 격렬히 반대를 하고 있어 아직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올바른 역사의식을 널리 알리고 사회통합에 앞장서야 할 KBS가 왜 하필이면 친일 전력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을 위해 전파를 내줘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 KBS가 독재와 친일을 미화한다는 비난을 들어서는 안돼
이 프로그램의 토대가 된 것은 중앙일보에서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연재된 백선엽 회고록 ‘내가 겪은 6.25와 대한민국’으로, 이 연재물을 참고해 기획이 됐다. 회고록은 1950년 10월 중공군과의 첫 전투에서 휴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 한 권 분량의 회고록에 간도특설대 활동 등 친일 행적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생존인물의 인터뷰에 기초한 서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찬양 일색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함께 백선엽 예비역 대장은 최근 보수우파진영이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으로 내세우며 영웅 만들기에 공을 들이는 인물이다. 6.25때의 혁혁한 공로에다 국군 최초의 4성대장, 남로당 활동으로 구속된 박정희를 구명한 인연으로 후에 대사와 장관, 공기업 사장으로 활동한 화려한 경력 등으로 볼 때, 그는 창군 이래 최고의 엘리트 군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이룩한 공(功)도 큰 반면, 친일행각이라는 과(過)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사측이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특집>을 강행하고 있는 요즘 분위기 속에서 이 프로그램이 백선엽이라는 한 논쟁적 인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우려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자칫 KBS가 독재도 모자라 친일까지 미화한다는 비난을 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래의 사진은 kbs노보에서 가져온 것이다)
※ 관련기사
▶ 친일인사 백섭연 동상건립 반대 파주시민 대책위 다음카페 (다음카페, 안티친일백선엽)
▶ KBS, 이승만도 모자라 ‘백선엽 장군’ 미화다큐까지 (미디어스, 05.19)
▶ [김효순 칼럼]무리한 영웅 만들기 (한겨레,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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