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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사찰 길 이름에 친일인사 호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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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인사의 호는 안된다.”


도로명 주소 시행에 따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개운사 앞길 이름이 ‘인촌길’로 바뀐 것을 두고 개운사가 반발하고 나섰다. “친일인사의 호를 딴 도로명을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23일 성북구와 개운사 등에 따르면 새로 개정된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지난해 6월 개운사 앞길인 ‘개운사길 51’의 이름이 ‘인촌로 23길’로 바뀌었다.


구는 당시 변경과정에서 도로명주소위원회 등이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밟았지만 지방선거 때문에 충분히 홍보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새 주소는 오는 7월29일 고시된다.그런데 새 주소 고시를 앞두고 지난달 구에서 정정 요청 여부를 묻는 통지서를 보내자 개운사 측이 들고 일어났다. “개운사가 한국 근대 불교의 대석학인 박한영 스님이 일제에 맞서 한국 불교의 정체성을 지킨 곳”이라는 것이다.


개운사와 개운사의 운영주체인 승가대학은 “따라서 조선시대부터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사찰 주변에 친일인사의 호를 딴 도로명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개운사와 승가학원은 도로명 변경에 반대하는 신도와 주민 등 2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11일 성북구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인촌 김성수(1891~1955년)는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를 운영하고 동아일보를 경영한 인물이다. 해방 후에는 제2대 부통령에 오르는 등 20세기 초반 정치인·언론인·교육자로 활동했다. 그러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인촌을 ‘친일단체에 가담하고 학병제를 찬양했다는 이유’로 친일행위자 명단에 올렸다.성북구는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간선도로인 ‘인촌로’의 이름을 본떠 지선도로의 이름을 순차적으로 부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간선도로인 ‘인촌로’는 고려대사거리와 보문역 1.2㎞를 잇는 길을 일컫는다. ‘이공대 뒷길’로만 일컬어지다가 1991년 당시 서울시장에 의해 ‘인촌로’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길은 큰길(‘인촌로’)과 연결되는 가짓길(지선도로) 가운데 하나인 ‘개운사길’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20년간 ‘인촌로’가 이 일대의 중심이었는데 개운사길만 그대로 남겨둘 순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구는 7월 고시 전 주민의견을 다시 수렴해 새 주소의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경향신문> , 1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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