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선엽은 A급 민족반역자, 왜 KBS가..
우리는 지금 해방 이후 최악, 최대의 역사왜곡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현 정권과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우파 진영이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2008년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시도를 비롯해 이승만, 백선엽, 김창룡, 박정희 등 친일·독재 인물 되살리기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항일세력을 탄압하고 친일파를 등용한 이승만이나 그 자신이 친일파였던 박정희도 반공과 함께 명목상으로는 반일을 국시로 내세웠던 만큼 친일인사들을 이렇게 드러내놓고 미화하지는 않았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도 유신 독재를 노골적으로 ‘혁명’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우파 세력들은 이러한 금기를 모두 벗어던지고 헌법정신을 무시해가면서까지 친일·독재세력을 무덤에서 불러내는데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통령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과 몇몇 간부들이 이런 역사왜곡 행위에 동조하기 위해 KBS를 동원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이승만 특집도 모자라 이제는 친일파 출신인 백선엽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강행하고 있다.
백선엽이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그가 활동했던 만주국의 간도특설대는 항일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으로 악명이 높았다. 친일인명사전에는 피해상황에 대해서만 간략히 서술돼 있지만 당시 간도특설대의 만행을 겪었던 사람들의 증언은 더욱 처참하다. 연변 작가 류연산이 쓴 ‘일송정 푸른 솔에 선구자는 없다’에서는 간도특설대의 만행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 1939년 7월 자신들의 충혼비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전사한 항일부대원의 배를 갈라 내장 을 꺼내 빈 통조림통에 넣었다.
– 1941년 겨울 포로로 잡힌 항일부대원의 머리를 군도로 자르고 잘린 머리채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백선엽씨는 이러한 간도특설대를 지휘했던 장교로, 친일파도 그냥 친일파가 아니라 직접 동족을 총칼로 학살한 A급 민족 반역자였다. 6.25때의 공적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의 이러한 과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쟁 당시의 위업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거기다 동생 백인엽과 함께 설립한 선인학원이 한때 사학비리의 대명사였던 불미스런 과거도 있다.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백선엽 예비역 대장에게도 공(功)과 과(過)가 동시에 존재한다.
○ 다음수순은 박정희 쿠데타 미화?
사측은 말한다.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공과를 객관적으로 조명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프로그램의 윤곽을 볼 때 그를 ‘객관적으로’ 조명하겠다는 의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편성제작회의에 제출된 구성안의 일부를 발췌해본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도서관에서 일본신문사설을 읽을 정도로 배움의 열망이 컸다. 다부동 전투의 승전, 진정한 장군의 탄생이었다.
백선엽은 전쟁 후에도 고아원에 내려가 아이들을 보면서 애정을 쏟았다. 지금도 백선엽을 장군 아버지라 부르며 그를 따르는 백발노인들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친일행각등 그의 어두운 과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이 일방적인 찬양 일색이다. 실제 프로그램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만 놓고 봤을 때 심히 우려가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매국노 이완용의 일생을 을사늑약 이전까지만 다룬다, 또는 10.26사태 이전까지의 군인 전두환의 일생을 다룬다.
과연 그 프로그램이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백선엽 다큐가 이런 예들과 다른 게 과연 뭔지 묻고 싶다.KBS가 과거에 아무리 독재정권의 나팔수니 하는 비난을 들었어도 친일파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프로그램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왜 특보출신이 사장으로 오고 난 다음부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벌써부터 사측에서 5.16을 재조명하는데 관심을 보인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인규 사장은 KBS를 망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까지 망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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