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는 안암동에 위치한 조선시대 사찰 개운사 진입로 이름을 인촌길에서 다시 원래대로 개운사길로 바꾸기로 했다.
구는 지난 2007년 시행된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지난해 6월 개운사 진입로인 ‘개운사길 51’을 주(主)도로인 인촌로의 이름을 따 ‘인촌로 23길’로 바꾸고서 지난달 이를 개운사 측에 알렸다. 그러나 개운사와 항일운동단체들은 “일제 강점기 항일 불교운동의 거점이었던 개운사 진입로에 친일인사 김성수의 호를 딴 이름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명칭 환원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7일 성북구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에 도로명주소법상 ‘개운사길’이라는 명칭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질의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행안부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사찰은 도로명으로 쓸 수 없지만 지정 문화재인 종교시설을 포함하면 가능하다”며 “개운사에는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비롯해 국가지정문화재 5건이 있어 문화재 지정 사찰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성북구는 도로명 재변경 공고를 내고 도로명주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달 말 이전에 ‘개운사길’을 복원할 계획이다.
개운사 측은 “개운사가 조선시대 세워져 전통이 깊고 항일 불교운동의 중심이기도 했다는 역사적 가치를 성북구가 늦게나마 깨닫고 지켜주겠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촌 김성수는 일제강점기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 교장을 맡기도 했으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는 그가 친일단체에 가담하고 학병제를 찬양했다며 친일행위자로 규정했다.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등 9개 단체로 이뤄진 ‘항일운동가단체협의회’는 개운사길에 이어 고려대사거리~보문역 1.2㎞를 잇는 인촌로를 비롯해 친일인사 인명이나 호가 붙은 전국의 모든 도로명을 변경할 것을 행안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고희철 기자 khc@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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