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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바망간 재건’ 황의중 실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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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강제징용 기념관 재개관에 1천400명 후원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역사에 무관심해 보이는 우리 시민이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일부러 1천명을 모으려고 했어요. 결국 일본이 지우려는 역사를 우리 청년ㆍ학생이 지켜낸다는 구호가 현실이 됐죠.”


황의중(56) 단바망간 재건 한국추진위원회 실행위원장에게 지난 26일은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날이었다.운영비 적자로 문을 닫았던 일본 유일의 강제징용 기념관인 단바망간기념관이 2년 만에 새 빛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황 위원장은 27일 “다시 문을 연 단바망간기념관은 생생한 역사 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교토부(京都府) 북부에 있는 단바망간기념관은 일제에 강제징용돼 망간 광산에서 노역한 조선인을 기억하려고 재일교포 고(故) 이정호씨가 사재를 털어 세운 곳이다.아들 이용식씨가 20년간 홀로 기념관을 운영해 왔지만, 결국 지난 2009년 5월 연평균 500만엔의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폐관했다.


지구촌동포연대(Korea International Network)와 민족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단바망간 재건 한국추진위원회’는 한국 몫의 운영 지원비를 모으려고 올해 1월부터 후원회원 1천명 모집 운동을 시작했다.


이달 23일까지 1천435명의 후원회원이 모여 목표 인원을 넘어섰다. 앞으로 1년간, 길게는 재정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정기 후원을 약정한 이들 덕에 매달 500만원(약 35만엔)씩 보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후원회원 모집이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1천명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3월까지 370명 정도가 모였죠. 한일협정 때 받은 경제협력자금을 토대로 발전한 공기업 등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답신이 없었어요.”
‘주위부터 한 사람씩 알리면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황 위원장의 결심은 그가 교사로 일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팔을 걷어붙이면서 힘을 받았다.


실제로 후원회원 절반이 고교생과 청년층이다. 최근에는 민족문제연구소 회원 중 누군가 익명으로 500만원을 기탁했다.그는 “이정호씨 가족이 20년 넘게 기념관을 지킨 것에 비하면 내가 하는 노력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 그 노력을 생각하면 어디서 쉽게 돈을 얻어 지원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지금 확보된 운영비로는 금~일요일밖에 개관하지 못해 후원금을 더 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일본 지자체가 다른 박물관처럼 단바망간기념관에도 평등하게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본은 가해의 역사에 대해 교육을 하지 않잖아요. 앞으로의 한일 관계나 동북아시아의 올바른 역사 정립을 위해 기념관은 꼭 필요한 장소입니다. ‘과거사를 모르는 민족에는 미래가 없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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