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문화원이 마산시사(市史)를 편찬하면서 친일인사를 독립운동가로 분류하고 친일행위 부분을 누락시켜 시민단체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창원시민모임.통영거제시민모임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11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산시사편찬위원회가 펴낸 2011년판 ‘마산시사’ 제2권 전통과 인물분야에 수록된 박순천에 대한 기록을 ‘독립운동가’로 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박순천의 일제 강점기 시기 친일행적에 대한 기록들은 이미 ‘사실’로 드러나 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친일행적으로 경성가정여숙 부교장으로 재직하던 1943년 3월경 제자들에게 ‘정신대’에 지원할 것을 종용, 제자 김금진(학년생, 18세)을 정신대로 보냈고 경성부민관에서 개최된 황도학회 결성식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기록 등이 실려있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또 “지난해에는 부산 기장군에서 기장면 출신 박순천의 생가복원 기념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자, 부산지역 여성단체가 반발하는 등 친일여성 박순천 생가복원과 기념사업 전개중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며 “이처럼 친일행적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이미 나와 있고 지역시민사회의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순천의 친일행적은 사라지고 독립운동가로 기록하고 있어 더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어 “편찬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박순천의 친일행적에 대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빼버린 건지, 아니면 이 내용을 몰라서 누락된 건지, 부끄럽고 기가 찰 노릇이다”며 “마산시의 마지막 기록을 남기고 마산의 역사를 자손들에게 올바르게 물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마산시사’가 인물에 대한 철저하고 신중한 검중없이 오히려 왜곡돼 기록돼 있는데 큰 우려와 유감을 표하며 ‘마산시사’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과 검열을 통해 잘못된 기록에 대한 정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종엽 경남도의원(민주노동당)은 “박순천 여사의 친일행위가 명확히 드러나 있고 검증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가로 분리된 것에 대해서는 역사가 상당히 왜곡돼 있다”며 “며칠있으면 광복절인데 우리의 광복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마산시사와 관련해 검증위원회가 다시 꾸려지든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충분이 잘못된 문제가 바로 잡혀야 한다”며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상남도가 시군과 연계해 지역 시사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통해 역사를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창원시민모임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신 피해자들의 피맺힌 한이 아직 풀리지도 않았다”며 “그런데 이런 피해자들을 일본에 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보내는데 앞장섰던 인물에 대해 제대로 된 역사로 말하지 않고 감추고 왜곡시키는 그런 행정과 지방정부가 제대로된 역사관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산문화원 측은 “오류 내용이 있다면 바로 잡겠다”는 입장이다.
임영주 마산시사편집위원장(마산문화원장)은 “마산시사 인물편 박순천의 내용에 있어서 일반적인 기록에 의거 독립운동가로서 표기했을뿐이지 왜곡할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그의 친일활동에 대한 부분이 기술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검토해 정정하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편집위원회는 박순천뿐만 아니라 그 외 다른 인물들도 다시 한번 잘 살펴서 오류 내용이 있다면 바로 잡아 ‘정오표’를 제작해 시사가 발송된 개인과 단체에 배부하도록 하겠다”면서 “세심치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산시사는 마산문화원이 기획해 지난 2009년부터 편찬작업에 들어가 올해 2월 전 5권(3,471쪽) 분량으로 발행됐는데 60여 명의 집필진, 12명의 편집위원, 7명의 감수위원이 참여했으며 4억 4천여 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한편, 마산시사에는 제주 4.3사건을 ‘1948년 4월의 제주폭동'(3권 33쪽)으로 기술해 또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이종엽 도의원은 “제주4.3사건의 경우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 특별법에 의해서 국가권력에 의해서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제주도민에게 사과했는데도 불구하고 4.3사건을 폭동으로 여전히 기술하고 있다”며 “역사인식에 있어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