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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어이 ‘이승만 망령’을 되살리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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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이 기어이 ‘이승만 망령’을 되살리려는 모양이다. 한국방송은 애초 이승만 특집 다큐멘터리를 5부작으로 만들어 지난달 광복절에 방영할 예정이었으나, 친일·독재를 찬양한다는 반발에 부닥쳐 한 차례 방송을 연기한 바 있다. 그 뒤 3부작으로 분량을 줄이더니 추석 뒤인 이달 중하순에 방영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거센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이승만 특집을 밀어붙이는 한국방송, 특히 김인규 사장의 오만과 독선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방송이 지난해 이승만 특집 제작 방침을 밝힌 뒤 국민적 비판이 쏟아진 이유는 자명하다. 이승만이 비록 대한민국 정부의 초대 대통령이긴 하나 친일파를 청산하기는커녕 민족운동가들을 탄압하고, 3·15 부정선거 등 온갖 불법을 통해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등 역사적 죄과가 분명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규정한 것은 이승만이 ‘반민주·반민족적 독재자’였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런데도 한국방송이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이라며 이승만 특집을 방영하는 것은 사실상의 ‘이승만 띄우기’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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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의 이승만 미화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언론, 뉴라이트 등 보수진영이 진행해온 ‘역사 흔들기’의 연장선에 있다. 이들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서울 남산 자락에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 동상을 세우고,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손질하려 하고 있다. 이런 작업들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보수진영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친일의 과오를 지우고,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정당화하고, 이를 통해 결국은 자신들의 기득권 체제를 지속·강화시키려는 것이다. ‘엠비(MB) 특보’ 출신인 김 사장이 이승만 특집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가 피 흘리며 쟁취해 키워온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행위이자 헌법정신 위배가 아닐 수 없다.

한국방송은 당장 ‘이승만 망령’ 되살리기를 중단하기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공영방송으로서 설 자리는 사라지고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더욱이 그런 방송을 위해 국민들이 수신료를 올려줘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한겨레 신문,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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