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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 이끄는 정철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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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 이끄는 정철승 변호사


“신흥무관학교는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으로 봐야”









“친일 세력의 공(功)과 과(過)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을 치하하려면 잘못에 대한 반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철승(41·사법연수원 31기·사진) 법무법인 더펌 변호사는 친일문제를 분별없이 바라보는 시각들에 대한 아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은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 애국지사들이 만주 서간도 지역에 세운 독립군 양성 학교다. 일제의 탄압으로 10년만에 폐교된 후, 잊혀져가는 역사를 기리기 위해 지난해 6월 ‘신흥무관학교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결성됐다. 기념사업회는 올해 들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흥무관학교 체험수업을 비롯해 학술회의, 설립기념식 등의 활동을 했고 오는 10월에는 항일음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6월에는 대학생과 시민운동가 등 30여명을 인솔해 신흥무관학교 옛터를 방문했다.


 


“육군사관학교가 전신으로 보고 있는 ‘군사영어학교’의 약 95%는 광복군이 아닌 만주군과 일본군입니다. 군의 정통성을 찾으려면 군의 전신을 신흥무관학교로 봐야 합니다. 이번 답사에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과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의 동행이 군의 정체성을 세우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변호사가 민족정기를 세우기 위해 앞장서는 것은 가계 내력과 관련이 있다. 그는 신흥무관학교 교장이자 대한민국임시의정원 의장이었던 독립운동가 규운 윤기섭 선생의 외손자다. “변호사로서가 아닌,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점차 잊혀져가는, 그러나 잊혀져서는 안 될 우리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광복회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친일파의 재산 환수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친일재산 관련 소송을 지원하고, 민족문제연구소 등 민간연구단체와 국가기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환수액은 광복회에 귀속돼 독립군 유족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에 쓰입니다. 2006년 친일반민족재산조사위원회가 발족한 이래 약 3000억원이 회수됐습니다. 60년 전 기준으로 친일재산이 3000억원이었으니, 지금 가치로 몇 십배는 더 많아야 합니다.”


그는 친일반민족재산조사위원회의 존속기간이 2년 더 연장되지 않고 해산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2005년 발족한 친일반민족재산조사위원회는 ‘필요시 2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4년만에 해산됐습니다. 재산환수를 취소해 달라는 친일파 자손들의 행정소송이 빗발쳤지만, 이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귀속처분의 주체가 사라져버렸으니 소송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일부사건에서 환수취소 판결이 나기도 했지요.”


정 변호사는 법관들이 법률적 전문성 뿐만 아니라 역사와 사회에 대한 인식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역사인식이 전도되고 있습니다. 법조인들이 법적 전문성은 물론 역사인식도 갖추어야 합니다.”


정 변호사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믿는다. “과거사를 바로잡는 것은 단순히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몇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정 변호사는 현재 민족문제연구소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으며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지연 기자jypark@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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