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석희 / 진행 :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한 민족문제연구소 게시판에 얼마 전에 ‘저는 친일파의 손자입니다. 역사와 민족 앞에 사죄드립니다’ 라는 글의 제목이 올라왔습니다.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윤수병의 친손자 되시는 윤모씨가 할아버지의 친일을 사죄하기 위해서 직접 글을 올린 건데 이것을 공개하는 데도 또 동의를 해주셨다고 하는군요. 요즘 뭐 친일파 후손들의 조상땅 찾기에 대한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마당에 특별한 분인 것 같습니다. 윤모 선생님 직접 전화로 연결하겠습니다. 성함은 밝혀드리질 않겠습니다. 윤 선생님 나와 계시죠?
☎ 윤석윤님 :
예.
☎ 손석희 / 진행 :
반갑습니다.
☎ 윤석윤님 :
예, 안녕하세요.
☎ 손석희 / 진행 :
할아버지께서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최근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요?
☎ 윤석윤님 :
9월 초에 제가 확인을 했는데요. 제가 가족에 대한 글을 어디에 이제 써야 되는 그런 기회가 있어서 지금 저희 작은아버지가 88세로 생존에 계시는데 할아버지에 대해서 제가 어려서부터 궁금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좀 단편적으로 해주시는 얘기가 좀 부족해서 또 확인을 했는데 별로 이야기가 아버지한테 들었던 이야기밖에 없었어요. 그러다가 이제 우연히 생각하게 된 것이 일제 초기에 저희 할아버지가 군수를 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혹시 친일인명사전에 있지 않을까 해서 도서관에 가서 찾아봤는데 거기에 저희 할아버지에 대한 모든 기록이 다 나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확인을 해서 작은 아버지에게도 말씀을 드리니까 사실은 작은아버지나 아버지도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제가 알게 돼서 오히려 니가 참 잘했다 라고 그렇게 말씀을 주셨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이 친일인명사전은 2년 전에 발간이 됐는데요. 2009년에. 이번에 그 사실을 아신 것이 이번 9월이었으니까 거의 한 2년 만에 뒤늦게 좀 알게 되신 그런 편이군요?
☎ 윤석윤님:
그렇죠. 인명사전이 나와 있는 건 제가 알고 있었습니다만 사실은 이제 할아버지가 거기에 등장하리라고는 저는 생각을 못했죠.
☎ 손석희 / 진행 :
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혹시 없으십니까?
☎ 윤석윤님:
왜냐하면 저희 할아버지가 53년도에 돌아가셨는데 제가 56년도에 태어났고,
☎ 손석희 / 진행 :
그렇군요.
☎ 윤석윤님:
또 아버지나 작은 아버지나 전혀 기억을 가지지 못한 이유가 제가 이번에 자료를 조사하면서 호적등본까지 다 떼서 보니까 저희 아버지가 태어난 나이가 연배가 저희 할아버지가 거의 45살 되셨을 때 태어나셨어요. 그리고 그때 군수를 그만두셨을 때 나이가 4살 정도 됐기 때문에 군수를 하셨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대한 기억을 전혀 가질 수 없다는 걸 이번에 제가 알게 됐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홈페이지 캡쳐)
☎ 손석희 / 진행 :
이게 나중에라도 이렇게 알게 되셨을 때에 이른바 이제 친일파의 손자다 라는 사실이 좀 본인한테는 당혹스럽게 다가오진 않으셨는지요?
☎ 윤석윤님:
두 가지 감정이 교차가 됐습니다. 일단 제가 좀 알고 싶었던 할아버지에 대한 어떤 그런 역사를 알게 되니까 일단 반갑고 좋았고요. 그 다음에 또 하나는 지금 말씀하신 대로 굉장히 당혹스럽기도 했죠. 왜냐하면 저도 역사 청산 문제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좀 잘못했다 라고 생각을 평소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당사자의 한 자손이라고 생각이 되니까 좀 마음이 복잡했어요.
☎ 손석희 / 진행 :
이걸 가족들하고 함께 이렇게 알아내신 사실을 공유했을 때에 가족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 윤석윤님:
그래서 사실은 지난 달 초에 제가 그래도 고마운 마음과 또 하나는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글은 올려야 되겠다 해서 회원이 되면서 글을 올렸는데
☎ 손석희 / 진행 :
민족문제연구소 게시판에.
☎ 윤석윤님:
예, 올렸더니 사실 비공개로 돼 있었는데 민족문제연구소의 그 사무국장님이 너무 감동을 받았다, 회보에 좀 올리고 싶은 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해서,
☎ 손석희/ 진행:
아, 공개하고 싶다 그러니까.
☎ 윤석윤님:
예, 그래서 저도 한 일주일 동안 고민을 하다가 만약에 그게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보탬이 된다면 저 개인사고 가족사인데 어차피 또 우리 역사하고 연결이 돼 있어서 보탬이 된다면 뭐 그대로 동의를 하겠고, 어차피 커밍아웃 하는 거 이름까지 다 내도 됩니다 라고 저는 그렇게 얘기를 했죠.
☎ 손석희/ 진행:
그러셨군요.
☎ 윤석윤님:
그래서 어제 사실은 인터뷰 요청이 있어서 제가 형제들에게 전화를 하고 사촌에게 전화를 하고 이렇게 했더니 그래도 흔쾌히 또 받아주시고 이해를 해주시고 또 사실은 제가 늦둥이 딸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 손석희 / 진행 :
저도 자녀분이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윤석윤님:
그래서 어제 또 중간고사 끝나고 일찍 와서 제가 그 글을 보여주고 아빠가 이러려고 하는데 네 의견은 어떠냐 했더니 그래도 딸도 아빠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도 괜찮습니다 라고 얘기를 해줘서 제가 마음의 짐을 다 덜었죠.
☎ 손석희 / 진행 :
글쎄, 마음의 짐을 덜었다 라는 것이,
☎ 윤석윤님 :
가족들에 대해서
☎ 손석희 / 진행 :
정말 와 닿습니다. 여러 가지 와 닿는 그런, 가족 분뿐만 아니라 가족의 역사에 대해서도 마음의 짐을 터는 그런 어찌 보면 용기 있는 그런 결정이셨다고 생각이 드는군요. 오늘 인터뷰도 그렇게 쉽진 않았는데요.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올리신 글은 저희가 인터넷이나 이런 걸 통해서 다시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윤 선생님 고맙습니다.
☎ 윤석윤님
예, 감사합니다.
☎ 손석희 / 진행 :
예,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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