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네르바, PD수첩, 한명숙,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자존심 강한 엘리트 검사님들은 왜 말도 안 되는 기소를 일삼을까?
최고 엘리트들의 조직 검찰.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고, 기소할 거리조차 되지 않는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검사들에게 정치를 주문하는가? 어째서 정치성을 요구하지 않고, 대화를 주문했던 노무현 정권과는 대립하고, 더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MB 정권에는 알아서 충성하는 것일까.
<한겨레> 이순혁 기자가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검사란 어떤 사람인지, 검찰조직이란 어떻게 움직이는지 다년간의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정리했다. 저자는 검사가 검찰조직에 매일 수밖에 없는 구조와, 검찰조직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또한 검사 개인의 신념과 도덕성 이전에 검찰 조직의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현재 대한민국 검찰의 희/비극을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정치적인 검찰, 조직 논리에 충실한 검사의 조합이 빚어낸 최대 비극,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은 어떤 인물이,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했는지 담당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한 장을 할애해 자세히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적 조직을 해체하고 지방자치 검찰제 도입, 검경 수사권조정 등, 검찰의 문제점 해결을 위한 제언을 곁들였다.
그밖에 검찰을 출입하며 알게 된 검사들의 문화를 중간중간에 소개했다. 검사들의 결혼, 술자리, 접대 등 사소한 에피소드에 불과할지 모르나, 이런 일상 속 단면을 통해 검찰과 검사들을 다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책의 구성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리얼 검사’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기자가 되고 어떤 유형의 검사가 존재하는지, 저자가 법조 출입기자를 하며 겪은 경험을 위주로 살펴봤다. 정치적 편향성 등 검찰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검찰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2장 ‘검사의 적, 검찰’에서는 검찰조직이 어떤 인사 메커니즘에 의해 운용되는지 살펴보고 그 속에서 검사들이 어떻게 분화돼가는지 다뤘다.
3장 ‘노무현과 망나니의 칼’은 검찰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오욕으로 남게 된 노 전 대통령 사건을 다뤘다. 검찰은 왜, 어떻게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가게 됐을까?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수사를 이끈 핵심 인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실명으로 다뤘다. 정치권의 의도와 독종 검사의 결합, 그에 더한 조선일보의 ‘코치’ 등 수사에 과도한 드라이브가 걸렸던 정황을 재구성해보았다. 4장 ‘작은 제언’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 검사님들의 숨겨진 속사정
김어준 씨는 <닥치고 정치>에서 검사가 고3의 세계관으로 사는 자들이라 분석했는데, 이순혁 기자 역시 검찰의 문제를, 자존심 강한 잘난 검사들이 자기들끼리 경쟁해서 좋은 자리 차지해야 하는데 높이 올라갈수록 자리는 적어지고, 게다가 높은 자리는 정치권에서 임명하는 철저한 피라미드형 조직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검사동일체 원칙과 같은 검찰지상주의적 마인드 역시 검사 개인이 자신의 신념과 도덕성 이전에 검찰조직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한 원인이다.
검사는 개개인이 수사권과 동시에 기소 독점권을 지닌 막강한 권력기관이지만, 한편 조직과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정의를 실현하고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와 자존심이 강한 검사이면서, 동시에 출세와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마음 또한 못지않게 강한 인간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기업의 비리를 캐고 회장을 구속시켰던 검사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고, BBK 사건을 덮은 공으로 요직에 발탁되기도 하는 것이다. 정의의 사도가 되었다가,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쓰기도 하는, 검사님들의 속사정이다. (출판사 씨네북스2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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