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책임> > 2호 발간 안내
1. 민족문제연구소와 포럼 진실과정의가 공동으로 ‘과거청산’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 <역사와 책임> 2호가 발간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2. 잡지 발간의 목적과 특징
1) 과거청산과 관련해서 활동했던 국가기구의 성과와 한계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진상규명과 과거청산운동을 계속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잡지 발행(과거청산의 지속과 사회화)
2) 국내외 과거청산 관련 단체와 연구자, 활동가들이 참여해서 함께 간행위원회를 구성하여 만든 잡지(연대의 정신)
3) 잡지는 ① 자료의 지속적인 발굴과 공개(동학, 친일, 강제동원 피해, 민간인 학살, 의문사 등) ② 피해회복을 위한 법적 노력(재판) 소개 ③ 관련 운동의 소개와 홍보(일본까지 포함) ④ 연구자 발굴과 참여 공간으로서 학술논문 등으로 구성
[2호 주요내용]
창간호 <특집>으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하는 글을 실었는데, 이번 호에서는 그 두 번째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비롯한 3개 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하는 글을 실었다. 김성길 전 조사2과장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성과와 한계, 남은 과제들을 서술하였다.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으로 이어진 4년 동안,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개별 사건의 진실규명에 있어 일정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명예회복 등 후속조치가 미흡했고,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안김정애 전 조사2과장은 국방부의 과거사 청산의 활동과 성과를 평가하였다. 법으로 설립한 기구가 아니라 국방부장관의 자문기구 형식으로 출발한 국방부과거사위원회는 전두환 정권 당시의 ‘녹화사업’ 등 8개 사건을 선정하여 조사하였다.
이들 조사의 성과로 허상수 제주4·3연구소 이사는, 좌익무장폭동으로 규정되었던 제주4·3사건이 사실은 냉전이 막 시작되던 미군정하의 분단 상황에서 당국의 무리한 진압으로 많은 민간인이 학살된 비극적인 사건으로 재조명된 것을 제주4·3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위원회가 거둔 중요한 성과의 하나로 꼽는다.노무현 대통령은 제주4·3 희생자를 비롯한 제주도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함으로써 피해 구제와 명예회복의 길을 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냉전적 이데올로기의 잔재가 가시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제주4·3사건의 진상 규명 과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호 <논문>으로 네 편의 글을 받았다. 친일 문제와 관련된 이번 호 <논문>들 중에서 인하대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김진석 교수의 “친일반민족행위에서 책임의 중층성”은 친일반민족행위와 관련한 남다른 사유의 산물로 보인다. 그가 친일문제에 대해 책임을 묻는 근거로 근대 국민국가 형성을 지체시킨 점을 드는 것이 흥미롭다.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헌환 교수가 쓴 “친일재산 국고 귀속의 헌법적 의미”는 친일 재산을 국고로 귀속하는 헌법적 근거를 밝힌 글이다. 그에 의하면 친일 재산은 한일 강제병합 무렵의 법제나 그 이후의 한국 법제에서 모두 위법하게 형성된 재산이므로 국고로 귀속됨이 마땅한 것이었다. 따라서 친일 재산의 국고 귀속 법규를 합헌으로 해석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새로운 헌법 이론을 창설한 것이 아니라 그 당연한 법리를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용창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위암 장지연의 친일 행적 재론”에서 장지연의 후손들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와 민족문제연구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등의 예를 들어 친일인명사전의 기록이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여 정확히 서술되었음을 밝힌다. 결과적으로 장지연 친일 행적 쟁송으로 인하여 친일인명사전의 권위를 더욱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은 당연하면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동기 교수가 집필한 “‘깨끗한 공직자’ 신화 깨기 : 나치 외무부와 외교관들의 책임 문제”는 나치 치하에서 나름대로 정치적 중립을 지켰고 때로 저항하기도 하였다는 독일 외무부의 자기변호적 ‘신화’ 속에 내포되어 있던 허상을 보여 준다. 한 고위외교관의 사망 후 추도 과정에서 그의 나치 치하 전력이 드러난 것이 계기가 되어 독일 외무부는 2005년 ‘역사가위원회’를 구성하여 나치 치하의 독일 외무부 행적을 조사하게 하였다. 5년간의 작업 끝에 제출된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나치의 외무부는 수동적 입장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유대인 박멸’ 정책에 앞장서고 그에 수반한 정책을 펴 나갔다고 한다. 이동기 교수의 글은 1987년의 민주화 운동 이전 국민의 기본권이 광범위하게 제약을 받았던 독재 정권 하에서 우리의 경우 또한 왜곡된 ‘신화’는 없었는지 자성하게 한다. 대표적으로 검찰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전 정권의 시녀였던 검찰은 그 시절 정치범과 양심수 탄압에 앞장서고 그 정권이 끝나면 그 정권의 권력자를 이번 정권에서 심판하는 역할을 자임해 왔다. 이런 식으로 검찰이 살아남았기에, 공익의 대변자 역할을 배반해 온 검찰에 대해 그동안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했다. 이동기 교수의 글은 검찰을 포함한 과거의 왜곡된 ‘신화’를 깨야 할 과제를 던져 준다.
이번 호에서 <쟁점과 과제>로 묶여진 3편의 글은 과거사 청산 관련 주요 소송에 대한 해설적 성격의 글들이다. 먼저 이상희 변호사는 “70~80년대 노동운동 탄압 공익소송 현황과 과제”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 규명으로 드러난 70~80년대의 노동 탄압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여 진행된 소송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행히 이들 사례들에 대해 법원은 모두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받은 고통에 비해 그 배상 액수가 너무나 미미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재 정권과 기업의 횡포로 당시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인권 침해를 받았고 그로 인해 그들은 투옥되거나 생산 현장에서 추방되었다. 이들 사건은 재판에 의한 권리 구제의 한계를 뚜렷이 보여 준다.
이유정 변호사는 “민간인 학살 사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현황과 과제”에서 해방 후 냉전 시기에 자행된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분석한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로 민간인 학살 사건의 원인과 피해자의 신원이 어느 정도 밝혀진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소멸시효에 대해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입법이 마련되지 아니하는 한 피해 구제는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으나 궁극적으로는 입법에 의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이 변호사의 지적에 동의한다.
<쟁점과 과제>의 마지막 글로 장완익 변호사가 쓴 “일본군 위안부·원폭 피해자 관련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의 의미와 전망”은 2011년 8월 헌법재판소에서 선고한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이행 책임에 관한 것이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원폭 피해자 문제 등의 해결과 관련하여 일본 정부는 일관되게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협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법적 책임은 일본 정부에 묻지 않았다. 이에 따라 관련 피해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는데, 그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서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한 분쟁 해결 절차로 나아가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장 변호사의 글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에 대한 이해와 향후 전망을 가늠해 보는데 도움을 준다.
<역사와 함께>에는 4편의 글을 실었다. 그 첫째는 평화박물관 김영환 활동가가 다큐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를 보고 쓴 감상문이다. 이 영화는 원폭 피해를 입은 어머니로부터 생래적으로 불치의 질환을 안고 태어난 김형률씨의 활동과 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영환의 감상문은 원폭 피해에 대한 해결의 시급함과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갖게 한다. 이어서 실린 2011년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한 다카하시 데츠야 동경대 교수의 글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드러낸 일본의 병”과 강제병합100년공동행동 일본실행위원회 사무국장 야노 히데키의 글 “3·11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일본 전후 보상운동의 진로”는 모두 3·11 지진 후의 일본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그 성찰의 대상은 다르다. 전자는 지진 이후의 처리 문제에서 보여 지는 일본 당국과 소외 지역 주민들의 음영을, 후자는 지진이 일본 시민사회의 활동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그러나 두 글 모두 일본이 가지고 있는 국가주의의 실상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두 글로부터 3·11 지진 후의 일본 사회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본의 교과서는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다. 그를 막기 위해 한일시민사회단체는 연대하여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 기준을 비판하고 문제의 교과서가 학교에서 채택되지 못하게 하는 운동을 펴 왔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양미강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이 쓴 “2011 일본 교과서 운동평가와 한일 연대를 위한 제언”에서 최근의 문제 교과서 채택 현황과 한일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수산 작가의 “사할린 방문기”는 작가가 직접 사할린 방문에 동행하여 쓴 글이다. 한 작가의 글로부터 사할린 동포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사할린 동포들의 귀환과 피해 구제를 위한 정부 당국의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수긍하게 된다.
이번 호부터 별도로 과거사청산이 현실에서 생생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을 독자들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현장> 난을 마련한다. 처음 실리는 “사할린의 과거는 완료형이 아니다”는 한수산 작가가 사할린을 방문하여 지구촌동포연대(KIN)가 8월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조선인 묘지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는 현장을 취재한 글이다.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사할린 동포의 애절한 사연이 함께 잘 버무려 졌다. 조동걸 전 민족문제연구소 관악동작지부장의 “박흥식 동상과 김석원 흉상 철거기” 글은 지역 학교에 세워져 있던 박흥식과 김석원의 동상 철거로 이루어지는 역사 청산의 산 증거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또한 이번 호부터 “역사와 책임”에 걸 맞는 책을 골라 서평을 싣기로했다.임종국상을 수상한 건국대 이재승 교수가 저술한 “국가범죄”는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가, “과거사청산과 역사교육”은 정호기 선생이 서평을썼다.이 저서들은 과거사 청산에서 국가의 책임 이행과 적극적 역할이 필수적인 것임을 역설한다.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끝으로 산청, 함양 지역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 피해 유족 구술 자료는 안김정애 전 국방부과거사위원회 조사2과장이 피해 유족들을 직접 면담하여 수집한 것들이다. 이 자료들이 민간인 학살 피해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며 앞으로도 이런 구술 자료들이 더 기획되어 과거사 피해 부분의 진실 규명 자료로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이어 실린 “동아시아 역사·인권·평화 선언”은 유엔 더반선언을 기초로 한일시민사회가 2011년 성안하여 발표한 식민주의 청산 선언문 중의 일부이다. 이 선언문이 앞으로 동아시아의 역사 바로세우기, 인권과 평화 수립을 위해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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