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국가보훈처장 |
심사위 ‘진보인사 배제’ 파문, 보수언론, 친일 독립운동가 서훈 취소 맹비난 , ‘친일인명사전’ 편찬했던 사학자 등 대거 교체
국가보훈처가 올해 독립유공자 서훈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진보 성향의 역사학계 원로 인사들을 제외한 것은 보수언론들의 공적심사위 때리기와 연결지어 보는 시각이 많다. 또 그 배경에는 보수우익 색깔이 짙은 군 출신 박승춘(사진) 보훈처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지난해 4월 보훈처는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한 위암 장지연, 윤치영 초대 내무부 장관, 이종욱 전 동국대 이사장 등 19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한때 독립운동을 했지만 훗날 전향해 적극적인 친일 활동을 펼친 사실이 드러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들이었다.
사전에 수록된 독립유공 서훈자 20명 가운데 관련 소송이 진행중이어서 심의가 유보된 김성수 전 <동아일보> 사장을 제외한 모든 이의 서훈이 박탈된 것이다.
서훈 취소 결정 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정부를 맹비난했다. 보훈처 공적심사위도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 공교롭게도 이번 위원 재위촉에서 제외된 학자들은 공적심사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만열 교수가 서훈 등급을 최종 결정하는 2심 위원장을, 윤 전 총장과 서중석 교수는 2심 위원으로 일해왔다. 이준식 교수는 1심 2분과 위원장을 맡아왔다. 공적심사위원회는 1심(33명)과 2심(1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1심은 1분과(3·1운동 이전), 2분과(국내 항일), 3분과(해외 항일)로 나뉜다.
공적심사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서훈 취소 뒤 보수언론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보훈처로서도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학계 원로들 배제는 김성수 서훈 취소를 앞둔 사전 정지작업 아니겠냐는 시각도 있다.
10년가량씩 공적심사위원으로 일해 온 원로 학자들이 갑작스레 교체되자, 의혹의 눈길은 박승춘 보훈처장을 향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정보본부장(육군 중장)을 끝으로 전역한 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등 강한 정치색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올해 초 보훈처 관료 출신인 장대섭 보훈심사위원장(1급)은 사직과 함께 자신의 블로그에 “일방적으로 독립유공자들의 독립정신과 민주정신은 배제하고 안보교육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박 처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보훈처 관계자는 “공적심사위원회를 운영해오다가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위원들 일부를 교체한 것일 뿐 처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 1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