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박정희’가 한국 정통성을 대표한다고? 차라리 왕조를 세워라!
박한용 연구실장
“박정희 기념관, ‘친일’과 ‘독재’ 정당화하는 범죄의 재구성”
조선일보 2월22일자 사설 ‘대한민국 正史를 견인해 낸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글은 비록 외부의 기고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이승만, 박정희를 추종하는 세력들의 홍보란이었을 뿐이다. 참모부로서의 조선일보의 몰역사성과 시대착오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글이다. 그리고 이승만 추종자와 박정희 추종자가 왜 한 통속인지 잘 보여주고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조선일보가 이러한 한 통속 놀음의 보금자리임도 잘 보여주고 있다.
‘박정희’ 만든 ‘이승만’ 기념관도 만들라고?
기고자인 김일주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한국 보수세력의 원조는 누가 뭐라해도 ‘건국대통령’ 이승만과 ‘부국대통령’ 박정희”이며 두 사람을 분리시켜 생각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인맥을 통해 이어져 있다는 것이다.
ⓒ민중의소리▲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참석자들이 21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개관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개관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대한민국을 정통성을 대통령을 지낸 특정 인물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 자체가 혀를 찰 노릇이다. 낡은 왕조 시대를 살고있거나 개인 우상숭배에 젖어있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발상이 가능하단 말인가. 아울러 김 사무총장은 부국대통령 박정희의 기념관은 세워졌으나 정작 그 선구자인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기념관이 세워지지 않았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없이는 박정희가 없다는 사실을 강변했다.
박정희가 남로당 전력 때문에 사형 당할 뻔 했을 때 감형 결재를 하고 6.25 전쟁 중 박정희를 문관에 복귀시켜 ‘박정희 장군’을 탄생시킨 사람이 다름 아닌 이승만이라는 것이다. 근데 이걸 이승만의 업적이라고 해야 하나?
또 1959년 박정희가 5사단장으로 있을 때 안전사고로 부하 59명이 눈 속에 파묻혀 죽어 전역을 하려고 할 때도 이를 인재 아닌 천재로 규정하고 원대복귀 시킨 이도 이승만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전역이 아니라 파면 또는 영창감인데 원대복귀를 시킨 게 말이 되나? 박정희가 몇 번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승만 대통령의 은덕이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박정희 추종세력에게 이승만의 은혜를 잊지 말아달라고 구애하고 있는 것이다.
‘이승만-박정희 정통성론’ 은 대한민국을 사적 이익 도구로 보는 것
대한민국의 정사와 정통성을 운운하면서 이런 사적인 은덕 관계로 지금 잘 나가고 있는 박정희 추종세력에게 무언가-이승만 기념관 건립?- 선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이승만-박정희’가 가 대한민국 정통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의 꼬락서니다.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이러한 사적 관계에 근거해 사익을 추구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주장하는 이른바 ‘이승만-박정희 대한민국 정통성론’이란 기실 ‘이승만-박정희가 대한민국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보아도 틀리지 않다. 독재자가 대한민국을 사유물로 보듯이 그 추종세력도 대한민국을 사적 이익의 도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친일’과 ‘독재’도 유전 되나보다.
김 사무총장의 주장대로 박정희는 이승만의 정통 계승자라는 데는 나도 대체로 동의한다. 단 그 근거는 김 사무총장처럼 이승만과 박정희의 사적 관계에서 찾거나 그들이 영웅이거나 건국과 부국을 이루었다는 얼토당토 않은 연속적 주장과는 다른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친일과 독재의 추악한 역사의 DNA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만 그들은 하나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이승만이 해방 후 친일파의 대부로서 친일세력을 온존 육성시킨 수괴이며 박정희는 그 덕에 살아남은 친일파 출신이다. 이승만이 박정희를 여러 번 구해준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대한민국과는 무관한 사적인(봉건적인) 은혜와 충성 관계일 뿐이다.
무엇보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한국 민주주의를 파괴한 주범이라는 점에서 동일선상에 있다. 이승만은 신생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대신 반공과 독재로 출범시킨 헌정 유린범이었고. 4.19에 의해 쫓겨난 독재자다. 박정희는 4.19 이후 민주화의 흐름을 역행해 5.16 군사쿠데타를 통해 장기 집권과 유신체제라는 전무후무한 공포 정치를 편 장본인이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대한민국 헌정파괴범이라는 범죄의 연속선상의 선구자와 계승자에 지나지 않는다.
이승만-박정희 기념관은 ‘친일’과 ‘독재’를 교육하는 것
그럼에도 이들을 대한민국 정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김 사무총장의 주장은 결국 대한민국 정통성을 친일과 독재에서 구하겠다는 망발일 뿐이다. 이것이 한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수구꼴통’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만들어내고 보급하는 키 스테이션이 바로 ‘조선일보’임을 말할 것도 없다.
올해는 유신 체제가 성립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한국 사회의 총체적 후진성을 구조화했던 유신의 독소를 완전히 뿌리 뽑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박정희의 망령이 기념관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심지어 이 기념관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독재자의 딸이 또 다시 대권을 이어받고자 하며, ‘유신공주’의 출현에 열광하는 수구꼴통의 광란이 시작되고 있다. 여기에 이승만 마저 동상이 세워지고 기념관을 추진하는 엄청난 역사의 반동이 시작되고 있다.
숱한 이승만-박정희 동상이 세워지고 각종 기념관이 만들어 지면 우익들의 성지순례가 이어지고 뒤이어 우리 아이들마저 현장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끌려다닐 생각을 하니 아득할 뿐이다. 이승만의 기념관이든 박정희의 기념관이든 그것들은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미래 세대에게 다시 친일과 독재를 해도 기념한다는 기괴한 현실을 가르치는 하나의 범죄의 재구성일 뿐이다. 우리들의 방관은 미래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 되니 어찌 섬뜩한 현실이 아니겠는가.(민중의 소리, 12.02.27)
ⓒⓒ민족문제연구소▲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박정희 기념관’은 미래 세대에게 다시 친일과 독재를 교육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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