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친일파’ 하태경, 대일본 제국의회 의원이 되려는가?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이번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하태경 후보는 최근 몇 년간 정상적인 한국인이라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망언을 일삼아 왔다. 하 후보는 2005년 3월 17일 서울대 자연대 동문 카페에 올린 ‘독도전략’이라는 글에서 “독도는 국제적으로 분쟁지역으로 공인되어 있기 때문에 전쟁 아니면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의 ‘다케시마(독도) 탈환’ 핵심 전략인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전면적으로 대변하고 있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망언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하태경 후보는 최남선·이광수에 대해 “그들은 친일파이지만 반민족행위자는 아니다”라고 강변하면서, “그들 나름대로 민족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현실주의적 노선을견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일이지만 친 민족적’이라는 해괴한 주장이다.
▲19대 총선 해운대 기장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하태경 후보 ⓒ뉴시스 |
조선 문화의 일본화에 앞장선 최남선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는 최남선·이광수의 친일반민족행위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최남선은 일제 식민사학의 총본산인 조선사편수회의 위원으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총독의 자문기구인 중추원의 주임관 대우 참의를 역임했다. 일본의 고유신앙인 신도를 보급하고, “조선문화의 일본화야말로 당면한 문제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하면서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말살하는 데 앞장선 장본인이다.
최남선의 친일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만주의 친일 신문인 <만몽일보>와 <만선일보>의 편집고문을 맡아 일제의 만주침략과 재만조선인의 친일화에 적극 앞장섰다. 심지어 만주국 친일관료 양성기구인 만주건국대학 교수로 부임해 조선인 친일파 관리를 길러낸 만주 친일파의 대부이며, 동남지구특별공작위원회의 고문으로서 재만조선인 항일유격대를 ‘토벌·선무’하는 데 가담한 인물이다. 또 일제가 조선인에게도 징병제를 실시하자 재일본 조선인 유학생들을 학병으로 나가라는 연설하는 등 ‘출장 친일’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왜곡· 말살하는 데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조선인 청년들에게 천황을 위해 개죽음을 요구하고 조선인 항일유격대마저 선무공작하며 친일파 양성까지 도맡았던 최남선이 어찌 ‘친일이지만 친민족’이라고 뇌까릴 수 있단 말인가. 순국선열이 지하에서 눈을 부릅뜨고 다시 일어날 판이다.
▲ 최남선 “만주가 우리에게 있다” 재만조선인통신1937년11월 39호ⓒ민족문제연구소 |
“일본의 피가 흐르는 일본인”이고 싶었던 이광수
이광수는 친일행위라면 해보지 않은 것이 없는 친일파 중의 악질 친일파이다.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일제 경찰에 체포된 후 전향한 이광수의 이후 친일 행각은 그 자료들만 모아도 전집으로 발간할 분량이다.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문인들을 중심으로 ‘북지(北支)황군위문단’을 조직하는 데 앞장섰으며, 문단의 최대 친일조직인 조선문인협회의 회장 또는 조선문인보국회의 이사로 있으면서 전선병사위문대·위문문 보내기 운동을 주창하고 각종 친일 작품을 발표하거나 관련 행사를 주관하는 등 조선문단의 친일화를 이끈 장본인이었다. ‘지원병 장행가’ ‘애국일의 노래‘ 등 최악질 친일가요를 스스로 작사하고 노래로 보급한 제국의 나팔수였다. “끌려가는 일본 국민이어서는 아니 된다.···자발적, 적극적으로 내지 창조적으로 저마다 신체의 어느 부분을 바늘 끝으로 찔러도 일본의 피가 흐르는 일본인”이 되어야 한다고 떠들어, 완전한 황국신민화와 자발적인 충성을 요구했다.
이광수는 스스로 창씨개명을 하면서 조선인의 성을 버리고 완전한 일본인이 될 것을 요구하고 도쿄에 건너가 최남선·김연수(<동아일보> 김성수의 동생) 등과 함께 재일 조선인 유학생에게 학병으로 출전할 것을 권유하는 광태를 저지르기도 했다. 심지어 이광수는 나치의 성경인 히틀러가 쓴 <나의 투쟁>을 조선 청년 필독의 책으로 널리 보급한 조선의 자생적 파시스트였다. 한마디로 이광수는 미치지 않고서는 해낼 수 없는 수많은 친일행각을 벌였던 수괴친일파였다. ‘천황을 우리 임금님으로 받들어 모시고 모든 것을 바치라’고 요구한 이광수의 광적인 친일 작태를 두고 당시 사람들은 ‘미친 광수(狂洙)’라고 부르기도 했다. 해방 후에도 그는 반성 대신 끝끝내 변명과 책임전가로 일관해 최소한의 양심마저 내팽개쳤다. 그를 민족적 친일파, 양심수, 친민족적 친일이라는 기괴한 단어를 만들어 변론하고 있는 신판 친일파 무리들의 선두에 하 후보가 서있는 것이다.
▲ 이광수의 글 “창씨와 나” ⓒ민족문제연구소 |
특히 이광수와 최남선은 2·8독립선언문과 3·1독립선언문을 각각 기초했던 인물이다. 2·8독립선언과 3·1독립만세운동으로 많은 이들이 고초를 겪고 피 흘리며 죽어간 것과 달리 이들은 차례로 변절해 일본제국주의의 충견이 됨으로써 민족독립운동사와 순국선열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 준 인물이다. 그러기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설립되자 제일 먼저 검거되었던 인물들이다. 이런 인간문화재급(?) 친일파를 하태경 후보는 ‘친민족’이라고 떠들고 있으니, ‘대일본제국 의회’에 출마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망발이 가능하겠는가.
하 후보는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명단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그는 관료형 친일파 특히 고위직 친일파들에 대해 ‘국가를 자신의 조국으로 생각한 사람이 자신의 입신양명 또는 국민에 봉사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통치기구의 고위직으로 올라가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일본을 조국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것이다. 조선총독부의 식민통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철저한 관료시스템으로 구조적인 수탈과 탄압을 자행했고 여기에 평생 충성을 바친 무리들이 바로 고위직 친일파들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일제는 조선의 최말단까지 남김없이 수탈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하 후보는 그들이 개인적으로 출세를 위해 저질렀던 모든 범죄와 그 책임에 대해서는 입 다물고 있다. 오히려 하 후보는 출세를 위해서였다면 어떤 짓도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옹호하고 있다. 개인의 출세를 위해서라면 양심도 민족도 버리고카멜레온처럼 변신을 하면서 양지만 추구한 친일파조차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논리이니, 하 후보의 국회의원 출마도 그러한 목적에서 비롯한 것이 아닌지 지극히 우려스럽다. 이런 인물을 공천한 새누리당 또한 과연 어느 나라 정당인지 의심스럽다. 지금 대한민국 총선에서 하태경을 선출하는 것은 대일본제국의회 의원을 뽑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선열 독립운동가들이 다시 무덤에서 일어나 제2의 독립운동을 전개해야 할 기막힌 현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태경 후보는 일제시기 근대화가 된 것은 ‘팩트(사실)’라고 주장한다. 조선총독부가 그렇게도 통치 업적으로 내세웠던 ‘조선의 문명화, ‘조선의 근대화’라는 주장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다. 하 후보의 일제 식민지시기에 대한 역사 인식과 주장이 일본제국주의나 일본 극우의 주장과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딱 들어맞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이완용이나 이광수 같은 특급 친일파가 환생한 것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럴 수가 있으랴!
하태경 후보는 고약하게도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후보를 ‘북한의 지하조직원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등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친일파로 낙인찍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작태를 두고 옛사람은 후안무치, 적반하장이라고 했다.
하태경 후보는 대한민국의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 헌법수호의 의무와 법률제정 이라는 막중한 권능을 지닌 대한민국 국회의원 후보를 즉각 사퇴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아울러 일제의 식민지배를 찬양하고 친일파들을 미화하는 무리들이 당당하게 국회로 진출하려는 이 엄청난 역사 범죄에 대해 그에 응당한 심판이 따라야 할 것이다.
▲ 이광수의 광적인 친일 작태를 두고 당시 사람들은 ‘미친 광수(狂洙)’라고 부르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