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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박정희가 한국 현대사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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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독재인데, 우리 가운데 이승만·박정희는 존경하면서 다른 나라 독재자는 미워한다. 이건 사이코다.”

“일본 육사를 나와서 정권을 잡은 사람은 장개석과 박정희뿐이다. 일본에도 없다. 그런데 그런 박정희를 존경한다 하고, 요즘은 그 딸까지 존경한단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이 “이승만·박정희가 한국 현대사를 망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학평론가인 임 소장은 17일 저녁 경남과학기술대 산학협력관 대회의실에서 ‘문학을 통한 한국현대사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가 ‘형평운동 89주년 기념 초청강연회’를 연 것이다.

“일본 육사 나와서 정권 잡은 사람은 장개석과 박정희 뿐”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 윤성효

임헌영

그는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살육이 이루어졌다, 그 숫자가 1억7000만 명에 이른다”면서 “우리나라도 단군 이래 가장 많은 살육이 있었다. 일제시대 얼마나 죽었나. 정확한 통계가 없는데, 친일파들은 숫자를 줄인다”고 지적했다.

조봉암·전태일·이한열·박종철의 사진을 보여준 임 소장은 “저 분들이 오늘의 한국을 보았을 때, 그래도 내가 조국을 위해 죽을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할까.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면서 “무슨 기념식을 텔레비전으로 보면, 묵념하는 장면이 나온다. MB(이명박)도 묵념한다고 고개를 숙이는데,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형평운동이란? 형평운동(衡平運動)은 백정들의 신분 해방운동을 말하며, 일제시대 진주에서 일어나 전국적으로 번졌다. 1923년 4월 25일 진주에서 강상호·신현수·천석구 등 양반 출신 사회운동가와 지식인들이 백정 계급을 타파하고 교육을 장려하여 백정도 참다운 인간이 되게 한다는 목적으로 ‘형평사’를 만들었던 것. 진주사람들은 ‘형평운동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조형물을 세우고 초청강연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 오고 있다. 이 단체는 오는 25일 오후 진주 ‘새벼리’ 언덕에 있는 강상호 선생의 묘역에 ‘형평운동가 강상호 선생 표역 안내판’ 제막식을 갖는다.

‘제국주의시대’를 설명한 그는 “산업혁명 이후 많은 부자들이 생겼다. 돈 많은 사람들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삼성이 멈추는 거 봤나. 요즘 상속 문제로 형제들이 싸우는데, 그래 놓고 무슨 사회적 기업이냐. 상속 문제로 집안끼리 싸우면 국가가 환수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도 제국주의시대가 끝난 게 아니다. 우리 안에 30% 정도는 새누리당이 범죄를 저질러도 지지한다. 이번 총선 당선자 가운데 파렴치범이 얼마나 많나. 대통령 후보가 전과 14범이라 해도 찍어 주었다. 지금 그를 찍어준 사람들은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소장은 미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인권의 나라가 아니다. 돈이 없으면 병원 치료도 못 받는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 인권을 이야기할 때마다 솔직히 하품이 나온다”면서 “제국주의시대는 힘센 나라가 언제든 남의 나라를 침략할 야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다. 당시 전 세계 언론이 올림픽 경기하듯이 중계했다. 인류 역사상 한 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강대국이 그렇게 많이 뭉쳐서, 전 매스컴을 동원해서 중계한 역사는 없다. 그 나라가 무슨 죄가 있나. 노골적인 제국주의다.”

“지금은 ‘불확실시대’다. 국민들이 지도자를 결정한다. 그래서 지구 모든 나라마다 히틀러,스탈린보다 더 악랄한 지도자를 선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한꺼번에 다 있으니까 어느 세력이 튀어 나와서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 내 목숨이 제대로 살려면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 그런데 깨닫지 못한다. 경상도는 ‘묻지마 투표’를 하고 있지 않나.”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17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 대회의실에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을 초청해 “문학을 통한 한국현대사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 윤성효

임헌영

임 소장은 우리나라 현대사를 식민통치(1905~1945), 미군정(1948년 8.15까지), 이승만 독재시기(1960년 4월혁명까지), 민주화시기(1961년부터 5.16쿠데타), 박정희군부통치시기(1979년 10.26까지), 신군부 통치시기(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민주화시기(김대중, 노무현), 기업인 독재시기(2008년 2월 이명박)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임헌영 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고 리영희 선생과 나누었던 대화를 소개했다.

“리영희 선생께서는 앞으로 엄청난 고생을 할 것이라고 하셨다. 사람을 보면 알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대부분 지식인들은 환상을 갖고 대북문제에 충고를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저도 처음에는 충고를 해주려고 하다가 리영희 선생의 말씀을 듣고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면, 이 사람이 권력을 가지면 어떤 짓을 하고, 높은 자리에 가면 어떻게 할 것인지 안다. 박근혜도 같다.”

임헌영 소장이 보는 이승만은?

임 소장은 이승만부터 비난했다. 임헌영 소장은 “이승만이 독립운동을 얼마나 하지 않았으면 박사가 되었겠나. 그때는 독립운동 하던 시기였다”면서 “미국 동포들 사이에서는 이승만이 가는 곳에 분열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런 짓을 하면서 일제 말기를 보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처음에 헌법 초안자들이 내각책임제를 하려고 했다. 이승만이 그것을 보고 대통령 아니면 하기 싫다고 했다. 그래서 헌법 초안자들이 ‘각하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은 뒤 대통령제로 바꾸었다. 영감 한 마디에 헌법 초안을 고쳐버린 것이다. 그래서 ‘기생헌법’이라 했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17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 대회의실에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을 초청해 “문학을 통한 한국현대사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 윤성효

임헌영

임 소장은 “이승만은 독립운동보다 한 평생 대통령 운동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벌어졌던 ‘한글 간소화 추진’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문교부 장관을 친일파 ‘이선근’으로 바꾸었다. 한글에 복잡한 받침을 없애려 했고, ‘어간’을 무시한 것이다. 이선근은 ‘각하 분부대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부 기관지인 <서울신문>을 비롯해 모든 언론들이 반대했다. 당시 문화예술계 인사 대부분이 친일파인데도 반대했다. 그래도 추진했다. 이승만이 영어를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지만, 한글을 몰랐던 것이다.

어느 날 서울시내를 시찰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한다. ‘심조불’이라는 글자를 보고,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불조심’인데, 한글을 오른쪽부터 읽어 ‘심조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승만이 왜 한글을 몰랐나. 이게 말이 되느냐. 자기가 대통령에서 물러나면 간단한 것인데,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이승만은 한글을 당장 고치기 어려우면 정부와 정부 상대 단체부터 한글 간소화를 하라고 했다. 일반 민중은 그 뒤에 하면 된다고 했다. 자기가 보는 보고서만 그렇게 하도록 한 셈이다.”

임 소장은 “국민이 제대로 됐다면 이승만은 6.25 전쟁이 나자마자 쫓겨나야 했다. 한강 다리 끊고 자기는 대전에 가 있지 않았느냐. 그 한 가지 사건만으로 쫓겨나야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서울이 수복된 뒤에 와서 사과는커녕 반역자와 부역자라고 해서 얼마나 죽였느냐”고 말했다.

그는 “박완서(작고)가 왜 소설가가 되었는지 아느냐. 오빠와 삼촌이 투옥되는 것을 보고 화풀이로 썼다. 이승만에 대해 치가 떨렸던 것이다. 박완서의 소설은 통한의 소설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동명 같은 시인은 일제시대 말년에 붓을 꺾고 친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거지같은 서정주가 설쳤다”고 덧붙였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 윤성효

임헌영

독재에 항거한 4.19를 누가 짓밟았나

박정희를 언급한 임헌영 소장은 “박근혜가 국가관을 이야기 할 때마다 되묻고 싶다. 독재에 항거한 4·19를 누가 짓밟았나. 자기 아버지 아니냐”라며 “4·19를 탄압한 사람들이 묘소에 가서 기념식을 하고 오는 것을 보기 싫어 그 날이 되면 새벽에 갔다 온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군인들한테 묻고 싶다. 정말로 군인이 민족과 국가를 생각한다면 정통 정부에 반하는 반란세력을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은 반란을 지지하는 것이다. 군인들이 반란군이었다. 그런데 역사적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 뻔히 있던 민주정권을 완전히 뒤집어엎은 게 5.16이다.”

“쿠데타는 기존의 모든 가치관과 미덕을 부인하는 것이다. 인간 도리 자체가 없는 것이다. 힘센 놈이 이긴다는 것이다. 정치 불신을 만든 장본인이 누구냐. 정당을 불신하고 국회를 유린한 게 누구냐. 강도적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 페어플레이 자체가 없어진다.”

임헌영 소장은 ‘노마드 시대’를 설명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독일은 청년 1%만 취직을 못하면 국회에서 난리가 난다. 우리는 가만히 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묻힐 때까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한 집에 치매노인이 있으면 온 집안이 꼼짝 못하는 사회다. 교육과 의료를 국가가 책임을 지자고 하면 빨갱이라고 한다. 그런데 유럽은 다 그렇게 한다. 우리의 기준을 미국에 두지 말고 유럽에 두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제일 ‘악질의 선진국’이고 ‘제국주의 선진국’이다. 국가에 돈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세금을 거둬 다른 데 쓰기 때문이다. 제발 정신 차리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 운명을 내 자신이 바꾸어 나가야 한다. 그것은 곧 최소한의 정치 참여다.”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17일 저녁 진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 대회의실에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을 초청해 “문학을 통한 한국현대사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사진은 임헌영 소장이 김장하 남성문화연구재단 이사장(왼쪽)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

ⓒ 윤성효

임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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