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해 온 우리 연구소 연구위원인 제주대학교의 주강현 석좌 교수가 어린이 제주 인문서 <주강현의 제주도 이야기>를 펴냈다. 저자는 악 조건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버텨 온 제주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이 책을 어린이 청소년에게 소개하고 있다. |
남국의 섬, 제주도에 관한 첫 어린이 인문서
돌하르방과 올레길, 감귤로 알려진 섬 제주도는 그 이국적인 풍광만큼이나 우리의 관심을 끌어 왔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기에 많은 여행서가 나와 있지만, 어딜 가면 무엇이 있고 무엇이 맛있다는 정보에 그칠 뿐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어린이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보고 먹고 끝나는 여행에서 나아가 그 안에 숨은 소중함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지난 30여 년간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해 온 제주대학교의 주강현 석좌 교수가 어린이 제주 인문서 <주강현의 제주도 이야기>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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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참으로 아름다운 섬이다. 푸른 바다와 바람, 검은 돌, 나무와 덩굴이 뒤섞인 곶자왈, 한라산과 다양한 오름과 신기한 동굴 등 화산섬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는 으뜸 관광지가 되었다. 더군다나 올레길이 수출까지 되는 요즘은 비행기 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일 만큼 인파로 붐빈다. 그렇다면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만이 제주의 전부인 걸까? 같은 나라이지만 한때는 다른 나라였고,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제주의 숨은 모습은 무엇인지, 저자는 우리가 잘 몰랐던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알면 알수록 독특한 제주의 특징이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이 책에서 밝힌다.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독특한 제주의 역사와 문화
지금이야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을 거리지만 예전에는 목숨 걸고 가야 하는 아주 먼 섬이었던 제주는, 그 먼 거리만큼이나 색다른 풍토로 우릴 맞이한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맞이하는 돌하르방을 비롯해 검고 구멍이 숭숭 뚫린 돌은 ‘마치 시가전 장벽 같다.’라고 표현할 만큼 외국인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또 지붕을 띠로 꽁꽁 싸매야만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 모진 바람은 수십 가지가 넘는 바람 명칭을 탄생시켰고, 바람을 아예 신으로 모시게 할 만큼의 두려움으로 사람을 압도한다.
사방을 둘러싼 바다와 거친 파도는 바다로 나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갔으며,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사람이 남긴 표류기를 통해 제주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이 어떠했을지, 그리고 웬만한 인내력 없이는 제주에서 살아가기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지리적 위치가 제주만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낳았다면, 오래전부터 제주 사람들이 겪어 왔던 온갖 역사적 사건들은 다음과 같이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탄생시켰다.
해상 왕국 탐라는 어떻게 사라졌을까
제주도는 독립 왕국 탐라가 있던 오랜 역사의 섬이다. 강력한 해상 왕국이었던 탐라는 고려 시대 ‘제주’로 바뀌며 사라졌고, 고려와 몽고의 지배를 동시에 받게 된다. 몽고인들은 제주에 목장을 설치해 자신들의 말을 생산하는 기지로 삼았는데, 몽고가 철수한 뒤에는 고려와 조선 정부가 계속해서 제주의 말을 진상 받았다. 말 외에도 특산품인 감귤, 전복 역시 오랜 시간 중앙 정부의 수탈 대상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귤 한 개, 말 한 마리까지 적어 놓고 거두어 가는 중앙 정부의 수탈과 엄청난 수량의 전복 및 소라 공납을 견디지 못하여 수많은 제주 남자들이 섬을 떠나자, 남은 여자들이 해녀가 되어 고스란히 그 몫을 짊어지게 됐다. 이에 나라에서는 제주 사람들이 섬을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출륙 금지령’을 내린다. 이 엄청난 조치로 인해 제주 사람들은 200여 년간 배를 띄울 수도 없고, 허가증이 있어야만 이동할 수 있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제주에 오래되고 특별한 자연과 문화의 숨결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비단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리적 특징뿐 아니라 이처럼 특별한 역사적 환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결국에는 이재수의 난과 4.3 사건 등 지울 수 없는 고통과 비극마저 겪게 된다.
고통을 안고 도약하는 평화의 섬 제주도
‘평화의 섬’. 제주도는 이제 평화의 섬을 선언했다. 과거의 아픈 수탈과 비극의 역사를 간직한 채 ‘태평양 해상 교류의 거점’이자 ‘태평양 해양 세계의 일원’으로서 아시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저자의 30년 제주 사랑이 날카롭게 파헤친 제주 문화, 역사에 관한 책 <주강현의 제주도 이야기>는 제주를 단순히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소중한 문화유산으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어린이에게 인문적 교양을 선사한다. 저자의 말대로 ‘육지에 딸린 섬’이 아니라 ‘태평양으로 한 걸음 나아간 섬’으로서, 악조건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버텨 온 제주의 귀중함을 일깨우는 이 책을 어린이 청소년에게 소개한다.
<작가 소개>
주강현(지은이): 제주대학교 석좌 교수. 한국역사민속학회장을 지냈다. 이 책에는 30여 년 전부터 제주도와 맺어 온 갖가지 인연과 자연과의 교감이 녹아 있다. 제주도는 물론이고 전세계로 발품을 팔며 바다와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문화와 바다에 관한 많은 책을 썼으며 어린이 책도 다수 펴냈다. 지금까지 낸 책으로는 《제주 기행》《우리문화의 수수께끼 1, 2》《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관해기 1, 2, 3》 《적도의 침묵 ; 해양 문명의 교차로, 적도 태평양을 가다》 《돌살 – 신이 내린 황금 그물》 《두레 – 농민의 역사》 《왼손과 오른손 – 억압과 금기의 문화사》 《상하이 세계 박람회》 《북한 민속학사》《굿의 사회사》 《등대》 《조기에 관한 명상》 등 40여 권에 달한다. 어린이를 위해 쓴 책으로 《주강현의 우리문화1, 2》 《강치야 독도야 동해 바다야》《100가지 민족문화상징사전》번역서로 《인디언의 바다》(Hilary Stewart)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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