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부치 노부테루(71) 태평양전쟁역사관 이사장 |
남태평양에 자리잡은 거대한 섬인 뉴기니(지금의 파푸아뉴기니)에 남겨진 조선인 유골 현황에 대한 질문을 하자,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도 야스쿠니 신사였다.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 사람들은 야스쿠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죠?”
한국뉴기니아유족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의 초청으로 지난 21일 한국을 찾은 이와부치 노부테루(71·사진) 태평양전쟁역사관 이사장은 “한국도 그렇겠지만 일본에도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는 천황이 신이었을 때 천황을 위해 죽은 이들을 신으로 모시겠다고 일본의 육군과 해군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말이 안 되는, 난센스 같은 시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껏 머나먼 이국땅에 버려져 있는 유골은 외면한 채 야스쿠니 시설에 참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의 사고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가 이처럼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부친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이와부치 겐지는 1944년 4월16일 파푸아뉴기니 국경에 접한 인도네시아 마을인 자야푸라의 방공호에서 연합군의 폭격을 맞아 죽었다. 67년 파푸아뉴기니를 처음 방문한 그는 한 천주교 신부로부터 “이 밑에 수백명의 일본인 병사가 묻혀 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다.
야스쿠니와 같은 엉터리 시설에서 아버지를 추모하는 것보다 유골을 봉환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이와부치는 77년부터 해마다 수차례씩 다른 유족들과 함께 뉴기니와 인도네시아 등을 찾아 유골 발굴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노력으로 봉환된 유골은 지금까지 1만여구에 이른다.
이와부치는 일본의 군인 또는 군속으로 동원돼 숨진 조선인 2만2천여명 가운데 뉴기니 전선에서 숨진 이는 49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유골이 발굴돼도 신원을 확인하기는 어렵겠지만 많은 한국인 유족들이 부친이 숨진 장소를 직접 방문해 명복이라도 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