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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잔재 여전… 사회 구조 뒤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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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고도성장은 일제강점기에 쌓은 물적·인적 기반이 바탕이 됐다는 게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의 생각입니다. 우리는 정반대죠. 일제의 군국주의와 파시즘을 그대로 이어받은 유신체제가 오늘날 한국사회의 총체적 후진성과 장애요소를 만들어냈다고 봅니다. 조국 근대화가 아니라 조국 낙후화를 불러온 셈이죠.”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사진)은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흔히 일제 청산을 얘기할 때 인맥 부분만을 거론하는데 친일 인사들이 그대로 남겨지면서 심어놓은 일제 잔재가 우리 사회를 구조적으로 비틀어놨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2~3년 전부터 유신 40주년 맞이를 준비하면서 한국사회가 박정희 시대를 넘어서지 않고는 이성적이고 건전한 시민사회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호불호를 떠나 우리가 유신체제에 대해 일반적으로 가진 상식의 배후에 있는 본질은 무엇인가, 유신체제를 통해 일제 잔재가 어떻게 구조적·총체적으로 부활됐는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 박 실장은 유신체제가 특정 민주화운동 인사들에 대한 고문과 탄압만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유신체제는 전 국민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면서 권력을
유지했던 전무후무한 총동원체제입니다. 유신체제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가해진 폭력성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유신의 잔재, 나아가 일제의 잔재는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에 남아 있다. 그는 “아직도 어떤
기숙사 학교에서는 아침 점호를 실시한다고 들었다”며 “일제 말기 학교가 군대 시스템으로 변모했던 잔재들이 한국사회에서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목하에 정당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1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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