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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세력 부활 막아달라 아버지 잃은 아들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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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왼쪽)씨와 고 최종길 교수의 아들 최광준씨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대담회 ‘우리는 왜 유신의 부활을 반대하는가’에 참석해 유신 시절 박정희 정권에 아버지를 잃고 살아오며 겪은 괴로움을 증언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역사정의실천연대 대담
장준하 선생·최종길 교수 아들
“유신세력 아직도 잘못 인정 안해
사과 넘어 철저히 진상 밝혀야”
‘국민에게 드리는 글’서 입장 밝혀


중학생 소년의 편지에 조용하던 방청석이 술렁였다.



“박 대통령 각하께 눈물로 하소연합니다… 형의 경복고 입학금을 고민하던 중 아버님 친구에게 꾼 돈을 공작금으로 받았다니…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인데 억울하고 슬픈 마음만 듭니다. 민청학련 사건을 잘 살피시어 바른 결정을 해주십시오… 저희 아버지는 절대 그런 인물이 아닐 것입니다. 각하께서 조금만 돌봐주신다면 조국에 충성하는 일꾼이 되겠습니다… 1974년 11월4일 경북 대구시 경상중학교 3학년 5반 송철환.”



37년 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당한 송상진씨의 아들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썼던 탄원서를 진행자인 방송인 김미화씨가 읽어내려가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26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역사정의실천연대가 주최한 대담 ‘우리는 왜 유신의 부활을 반대하는가’에, 박정희 정권에 아버지를 빼앗긴 두 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유신 시절 박정희 정권에 맞서 싸우다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된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63)씨, 1972년 유신 반대 시위를 벌이다 체포·구금된 학생들을 돕다 간첩으로 몰려 의문사를 당한 최종길 서울대 법대 교수의 아들 최광준(48)씨가 그들이다. 편지의 주인공 송철환(52)씨는 건강상의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장호권씨와 최광준씨는 시종일관 담담한 모습이었지만 박근혜 후보에 대한 발언을 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장호권씨는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가 사과를 하겠다고 집에 찾아와 모친을 만났다.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무엇을 사과하는지 깊은 내용이 없었다. 와서 사과하고 그냥 간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오직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살아온 장씨는 “최근 유골에서 타살 증거를 발견한 뒤 정부에 진상조사를 요청했지만, 이 정권에서는 진상을 밝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비판했다. 장씨는 ‘유신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다 숨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준하 선생 암살 의혹 규명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를 따라 법학자의 길을 택한 최광준씨는 경희대 법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최종길 교수는 중앙정보부의 조사 요청을 받고 자진출석했다가 사흘 만에 변사체로 발견됐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최 교수 사건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죽음’으로 결정했고, 2006년 법원은 국가 배상 판결을 내렸다.



최광준씨는 박 후보의 과거사 관련 사과에 대해 “단지 대통령 후보로서, 대선 캠페인의 하나로서 하는 사과일 뿐”이라며 “진정한 사과는 가해 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진 뒤에 가능하고, 불완전한 사과는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이 사건들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진상규명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함께 읽으며 “유신의 부활만은 막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지금은 하릴없이 사과할 때가 아닙니다. 철저히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 방법은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 앞에 사죄하지 않는 유신세력의 부활을 막는 길밖에 없습니다. 저희 아버님들은 개인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박정희 독재정권과 그 세력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을 대표합니다. 박정희 또한 개인의 아버지일 수 없습니다.”



이날 대담을 지켜본 40여명의 시민은 두 아들의 힘든 가족사가 나올 때는 함께 울고, 박 후보를 향해 진정한 사과와 진실규명을 촉구할 땐 힘차게 박수를 쳤다.



역사정의실천연대 등은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 앞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활동 재개를 위한 ‘과거청산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경미 최유빈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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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경향포토]우리는 왜 유신의 부활을 반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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