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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재산 환수 반대’ 이동흡 헌재소장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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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출신으로, 재판관 재임 중 강경 보수 성향










이동흡 헌재소장


이명박 대통령은 3일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이동흡(62·사법연수원 5기·사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명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쪽과도 이 후보자 인선을 상의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당선인 쪽의 박선규 대변인도 “인선을 협의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 전 재판관은 이 대통령 및 박 당선인과 같은 대구·경북 출신으로, 재판관 재임 중 강경 보수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된 인물이다. 이 후보자 지명에 박 당선인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박 당선인이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놓은 탕평인사는커녕 성향과 지역 등에서 한쪽으로 편향된 인물을 잇따라 기용한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헌재 재판관 재임 중 강경한 보수색을 띠면서도 독특한 성향을 보였다. 그는 2011년 3월 친일재산 환수는 민족정기 복원과 3·1운동 정신을 담은 헌법 이념에 비춰 헌법에 부합한다는 헌재 결정에 대해 ‘일부 위헌’이라는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같은해 8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등의 배상청구권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나서는 게 옳다는 헌재 결정에 대해 ‘국가에 그런 일을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또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헌재의 다수의견에 맞서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여러 차례 냈다. 야간 옥외집회 금지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과 달리 이를 합헌이라고 주장했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 등을 계기로 논란이 된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통신 금지 규정에 대해서도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과 달리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가 한정위헌을 선고한 인터넷 선거운동 금지에 대해서도 합헌을 주장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 동의 등의 절차를 거쳐 헌재 소장으로 임명되면 새로 출범하는 헌재는 더욱 보수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존 재판관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재판관이 모두 고위 법관이나 검찰 고위직 출신이며, 여성도 한명뿐이다. 또 대구 출신인 이 후보자가 헌재 소장이 되면 부산·경남 출신인 양승태 대법원장에 이어 영남 출신이 사법기관 최고 수뇌부를 독점하게 된다.

이 후보자는 경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가정법원장·수원지방법원장을 거쳐 2006년 9월 한나라당 몫으로 헌재 재판관에 선임돼 2012년 9월까지 재임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안창현 기자 yeopo@hani.co.kr


<한겨레>20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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