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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다큐 ‘백년전쟁’ 김지영 감독 “신화 뒤에 가려진 이승만·박정희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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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사건·사고독립 다큐 ‘백년전쟁’ 김지영 감독 인터뷰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인터넷 다큐멘터리영화 <백년전쟁>이 최근 관람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독립 다큐멘터리가 관객 1만명을 동원하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이례적인 인기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를 만든 김지영 감독(46)은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흥행 이유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가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상황에서 공개된 이 영화가 가려진 역사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주관으로 제작된 <백년전쟁>은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나 ‘역사정의실천 시민역사관 누리집’(http://ibuild.tistory.com)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 친일 역사 소개·왜곡된 신화에 반기


인기몰이는 ‘진실에의 욕구’ 반영 


<백년전쟁>은 본편 4부와 번외편 ‘프레이저 보고서’ 2부로 나뉜다. 현재 공개된 본편 1부 ‘이승만의 두 얼굴’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순수한 독립운동가가 아닌 반민족적 인물이었다는 내용이다. 본편 2부에서 4부까지는 이 전 대통령 하야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 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까지 영화제목처럼 100년에 이르는 역사를 다룰 예정이다. 번외편은 박 전 대통령이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는 기존의 신화를 깨는 내용이다. 현재까지는 번외편 ‘프레이저 보고서-누가 한국경제를 성장시켰는가’ 1부까지 제작돼 공개된 상태다.


김 감독은 2011년 한 지상파 방송에 나온 이 전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때부터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과 학계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당초 흥행 목표는 20만명 관람이었다. 하지만 <백년전쟁>은 공개 1개월 만에 200만명 가까운 누리꾼들이 봤다. 김 감독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봤다는 데 놀랍고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백년전쟁> 성공의 이유로 시의성과 가려진 진실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꼽았다. 그는 “박근혜 후보가 유력당선 후보였던 시점에 개봉했고 현재는 당선된 상태에서 박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몰린 것은 당연했다”며 “전체 200만 관람 중에 박정희 편에 140만~150만명이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기존 언론이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감추어진 진실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조사하며 느낀 것은 이미 학계에는 박 전 대통령이 경제 개발의 중심이 아니었다는 연구가 상당히 진행돼 있음에도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언론이 이런 측면은 전달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이 한국 경제를 일으켰다는 신화만을 유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 중 90%가 충격과 분노였다”며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순간 지인들에게 전달하면서 퍼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백년전쟁>의 영상제작방식도 인기몰이의 이유다. 화면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자막의 색도 다양하다. 광고 제작 경험이 있는 김 감독이 광고와 영화의 기법을 함께 사용한 것이다.


김 감독은 <백년전쟁>을 만들기 위해 2년간 미 중앙정보부(CIA) 문서, 케네디 도서관에 있는 외교문서부터 일본 극우파들의 전기까지 섭렵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함께 일하는 프로듀서와 농담으로 ‘이제는 논문을 써도 되겠다’고 말할 정도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작비였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비를 대고 4·9통일평화재단이 얼마간 지원했지만 제작비가 편당 2500만원 정도였다. 김 감독은 “보통 다큐멘터리에서 쓰는 재연 같은 것은 엄두도 못냈다”며 “실제 사진과 영상이 없는 부분은 재연 대신 패러디로 채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패러디로 바꾼 부분이 기존 다큐멘터리와 달라 좋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관객들에게 받았다”고 말했다.


후속작은 올해 5월까지 제작해 공개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반응이 뜨거운 ‘프레이저 보고서’ 2부를 먼저 5월에 완성하고 그 이후에 다음 편을 제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경향신문>20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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