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긴급조치 9호’ 위반사건 재심·무죄 봇물 검찰 “수긍 못해” 불복… 희생자 피해보상도 지연 “朴당선인 보상 예고… 檢만 구시대 발상 못 버려” 법원과 검찰이 박정희 정권 당시의 ‘대통령 긴급조치’ 사건 처리를 두고 잇따라 엇갈린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법원이 관련 사건에 줄줄이 무죄를 선고하며 ‘사죄’에 나섰지만, 검찰은 상소를 통해 법원 판결에 ‘딴죽’을 걸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 ‘긴급조치 보상법’을 발의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음에도 검찰이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긴급조치 피해자 연이은 무죄판결 22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지난 10일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1977년 징역 1년형을 확정받은 강모(62)씨 등 3명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강씨 등이 유죄 선고를 받은 지 36년 만이다. 강씨 등은 1976년 군 복무 중 ‘대학 재학 당시 북한 적화통일·선전활동에 동조하고, 유신헌법을 고발한다는 내용이 담긴 표현물을 제작·배포·소지했다’는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져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전파하는 행위, 유신헌법을 부정·왜곡·비방하거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긴급조치 9호를 어겼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이듬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1년으로 감형됐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강씨 등은 그러나 2010년 “거짓 사실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라며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9월 재심이 열렸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현행 헌법과 유신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와 영장주의 등을 위반해 무효다. 피고사건은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 검찰 ‘결과 수긍할 수 없다’ 잇단 불복 강씨의 무죄가 확정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이 법원 판결을 수긍할 수 없다며 즉시 상고한 때문이다. 검찰은 당초 강씨 사건 재심이 결정될 당시만 해도 항고하지 않았으나 무죄 선고가 나오자 태도를 바꿔 판결에 제동을 건 것이다. 검찰의 즉각적인 항고나 상고는 이번만이 아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김상환)가 긴급조치 9호 위반 사건 4건에 대해 재심을 결정하자 나흘 뒤 항고했다. “긴급조치 9호는 이미 대법원에서 위헌으로 판단된 긴급조치 1호와는 성격이 다르다. 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게 이유다. 지난 10일 같은 법원 형사26부(부장검사 유상재)가 1978년 유신헌법 철폐 시위를 벌인 혐의(긴급조치 9호위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승환(48)씨에 대해 재심결정을 내리자 다음날 즉시 항고했다. 검찰의 불복으로 당시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도 지연될 전망이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박 당선인마저도 ‘대통합’을 말하며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검찰은 여전히 구시대적인 발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긴급조치=박정희 정권 시절 단순한 행정명령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도록 한 초헌법적 조치다. 1974년 선포된 1호는 유신헌법 개정 논의를, 이듬해 나온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하는 보도 등 행위를 금지시켰다. 특히 9호는 위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규정해 이후 4년간 8000여명의 구속자를 양산했다. <세계일보>2013-1-23 [기사원문보기] [단독] 法·檢 ‘유신시절 과거사 청산’ 엇갈린 행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