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은 1960년대로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박정희의 구군부와 전두환의 신군부의 통치하에서 30여 년간을 살아왔다.
전두환의 신군부는 1980년 ‘서울의 봄’을 역류시키고 광주민주항쟁을 억압하여 집권 한데다가 12·12와 5·17의 두 차례 궁정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하였다. 그러므로 이 같은 신군부의 행진은 국민들이 원치 않은 불법적인 행진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바보 같은 행진이었고, 따라서 신군부는 시민사회의 적의(敵意)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박대통령의 시해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군보안사령부의 중견 장교로 복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계엄령의 선포와 더불어 국난극복의 업무 추진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러나 위기관리의 리더십을 주관하던 전두환의 신군부가 집권을 도모하기 위해 행진의 방향을 전환시킴에 따라 나는 신군부의 집권을 위한 바보들의 행진에 동참하는 결과를 빚게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신군부의 바보 행진에서 이탈하여 교수로 전직(轉職)했으나 5공 청문회에서의 증언한 것으로 인해 신군부와 그 하수인에 의해 10여 년간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침해당하는 삶을 영위하는 대가를 치루어야만 했다.
그러나 김영삼의 문민정부에 이르러 군부의 하나회에 대한 철퇴와 신군부의 지도부에 대한 재판은 군부의 바보 행진에 종지부를 찍게 했을 뿐 아니라 “성공한 쿠데타라도 후세에 결코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교훈을 우리 사회에 파급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군부통치에 협력한 공인의 한 사람으로서 “악을 방관하면 선이 설자리를 잃어 간다”는 맥락에서 뿐만 아니라 6·29선언에도 불구하고 신군부세력이 김영삼 정권의 전반기까지 바보 행진을 지속시켰음을 감안하여 이 회고록을 남기기로 하였다.
<도서출판 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