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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의 뿌리에 ‘임시정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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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남조선경비사 모체”라 소개… 역사인식·정통성 논란 일어


육군사관학교가 미군정 때 세워진 남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를 자신들의 모체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한제국이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육사가 대한제국 수립 다음해인 1898년 세워진 대한제국 무관학교나 임시정부 수립에 기여한 신흥무관학교의 전통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육사 홈페이지에서 나오는 연혁을 보면 “1946년 5월1일 육사의 모체라 할 수 있는 남조선경비사관학교가 제1기생 88명으로 개교했다”고 나와 있다. 남조선경비사관학교는 미군정이 일본군 출신에게 영어를 가르칠 목적으로 세웠던 군사영어학교를 1946년 4월30일 폐교하면서 설립한 학교다.


황원섭 신흥무관학교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육사가 학생 대부분이 일본군 출신인 군사영어학교를 모체라 하는 것은 일본군의 후예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에 한국 정부는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 수립됐다고 돼 있다”며 “한국군도 임시정부 군사조직의 후예로 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임시정부의 대표적 군사조직인 광복군은 신흥무관학교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1919년 임시정부가 수립될 때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이 주축인 서간도의 군정서와 한민회가 임시정부 군사조직으로 편입됐기 때문이다. 또 신흥무관학교 초대 교장인 이상룡 선생이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내는 등 이 학교 출신들이 임시정부의 주요 요직에서 활약했다.


육사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다. 이기윤 육사 교수는 <별,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 60년>이라는 저서에서 “육사의 뿌리를 대한제국 무관학교에서 찾아야 한다”며 “육군사관학교의 역사는 60년이 아닌 110년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3군(육해공군) 사관학교의 독립전쟁사에 대한 교육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실이 3군 사관학교 커리큘럼을 분석한 것을 보면 교과 과정에 국사 교육은 3학점뿐이다. 또 3군 사관학교 교수들의 논문 중 ‘독립운동, 독립전쟁’에 관련된 주제는 하나도 없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3군 사관학교에 독립전쟁사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없다”며 “군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경향신문>20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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