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개편 ‘역사왜곡 프로젝트’
시작되다!
– 외주 동원 <그때 그 순간> 역사왜곡 시도 – 5공 눈치 보기? <시사파일 제주> 불방사태 – <뉴스라인>, 1R <열린토론> 폐지 위기. 관제·졸속 개편 전면 재검토돼야
길환영은 역사왜곡 시도를 당장 멈춰라!
우려했던 일들이 하나 둘 현실화되고 있다. 유신 찬양 논란으로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드라마 <강철왕>이 대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추진되는데 이어 이번 봄 개편 때 외주제작으로 6.25 이후의 역사를 다루는 <그때 그 순간>(가칭)이 편성된다고 한다. 지난 대선 후 KBS에서는 참으로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방송에서 근현대사를 다루는 것을 일종의 금기처럼 여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역사 스페셜>에서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을 아이템으로 다루려다 간부의 반대로 방송이 무산된 적도 있었다. 행여나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의 친일 행적이 언급될까 두려워서일까? MB 정권 때는 4대강이나 용산참사 같은 것들이 최대의 금기사항이었다. 그런데 이런 시사현안도 모자라 항일, 민주화에 대한 역사까지 금기시 되다니, 시계가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제주총국에서 발생한 <시사파일제주> 불방 사태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2면 기사 참고)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서 주말 황금시간대(저녁 8시)에 정체불명의 짝퉁 역사프로그램을, 그것도 외주제작으로 편성한다는 것이다. 이병순, 김인규 사장 시절 온갖 관제성 아이템을 외주를 동원해 방송한 사례가 무수히 있어 왔다. G20, 천안함, 연평도 사건, 구제역 파동 같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외주제작사를 동원해 5공 시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정권의 업적을 찬양하거나 정권의 잘못을 물타기하는 관제성 방송이 KBS의 전파를 탔고, 그 때 이를 가장 많이 주도했던 사람이 당시 본부장, 부사장이었던 지금의 길환영 사장이었다. 그런데 그가 사장이 돼서 제일 먼저 하고 있는 일이 드라마 <강철왕>과 이런 짝퉁 역사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수신료 현실화 국면에서 백선엽과 이승만 특집 방송을 강행해 KBS가 그토록 뭇매를 맞게 해놓고 이제는 아예 매주 방송하는 정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니,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
시사기능 말살, 역사왜곡 관제개편 전면 거부한다!
<그 때 그 순간> 뿐만 아니라 이번 개편은 근래에 보기 드문 졸속·꼼수 개편이다. 보도본부의 <뉴스라인>과 <특파원 현장보고>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다. 월요일(11일) 기자협회(협회장 함철)는 긴급 운영위를 열어 사장과 편성센터장(전진국)의 사과와 봄개편 전면 재검토 요구 등을 결의했다. 또 한 가지 충격적인 것은 1라디오의 <열린토론>(월-금 저녁 7:20~9:00)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열린토론>은 뉴스채널인 1라디오의 주요 시사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것은 가뜩이나 약화된 1라디오의 시사기능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이번 개편에는 시사기능 말살, 역사왜곡 의도 외에는 어떠한 철학도 담겨있지 않다. 길환영 사장에게는 그동안 ‘88% 불신임’, ‘편파방송 종결자’라는 오명이 붙여져 있었다. 그런데 취임 후 첫 개편이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봄개편은 문제점을 차분히 분석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그리고 길환영 사장은 새노조와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성명서] 현대사 프로그램 신설, ‘박정희 신화 만들기’ 드디어 시작되나?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들린다. 봄개편을 맞아 사측이 현대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KBS메인 시간대에 전격적으로 배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2달여 전부터 은밀하고, 치밀하게 준비되었다. 사건의 시작은 은밀히 실시한 외주공모였다. 현대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외주제작사에 대한 공모가 이뤄졌고, 아이템에 대한 준비까지 비밀리에 준비되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감춰진 상태에서 준비된 프로그램은 개편안에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KBS 1TV 토요일 프라임 시간대인 저녁 8시에 ‘그때 그 순간’ 혹은 ‘격동의 세월’이라는 가제로 편성된 이 프로그램은 현대의 굵직한 사건 사고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그 기획 의도는 명백하다. 우리 현대사의 상당 부분은 박정희 정권 18년이다.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에 대한 그간의 엄혹한 평가에 대해 억울한 심정을 갖고 있을 박근혜 정부에게 새롭게 윤색한, 정확히는 아주 매혹적으로 미화한 ‘현대사 뒤집기’는 매우 입맛을 다실 프로그램 아니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시기에 새로이 편성되는 현대사 프로그램이라면 누구라도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박근혜 대통령 개인을 위한 한풀이 프로그램일 것임을 의심치 않을 것이다. 또 ‘이승만, 백선엽 다큐’라는 현대사 왜곡 프로그램을 기획해 지금의 사장 자리에 오른 길환영에게는 다시금 정권으로부터 자신의 신임을 공고히 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공영방송 KBS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수신료 인상 논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 중대한 원인이 되었음도 우리는 또한 기억한다. 사측은 이 프로그램의 신설과정을 마치 첩보작전을 실행하듯 수행했다. 제작부서는 최초 다큐국으로 정해졌으나, 내부 반발을 의식 외주제작국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게다가 2달여에 걸친 편성 실무진의 반대의견도 계속 묵살했을 뿐 아니라, 철저히 대외비를 유지했다고도 한다. 형식적이나마 외주공모란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이나, 개편 실무 막바지인 지금까지도 그 실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이나 이 모든 점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더욱더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지금까지 시사나 역사 관련 프로그램을, 그것도 정규 프로그램을 외주제작사를 통해 제작한 적은 없었다. 해당 프로그램이 갖는 사안의 민감함 때문에 내부 제작을 원칙으로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사측은 왜 외주사를 동원해 사안 마다 사회 내 여론의 충돌이 격렬할 현대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려는 것일까? 이유는 하나, 사측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반영시키기 위해서다. 내부 인력을 통해 제작할 경우 사안마다 제작실무진의 반론이 제기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외주사를 동원하면 그러한 반론이나 반발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경영진이 원하는 바가 일방적으로 반영된, 박근혜의, 박근혜를 위한 현대사 프로그램이 깔끔하게 생산될 것이다. 다시금 사측에 고한다. 사측의 주장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굵직한 사건 사고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라고 하고 있으나, 편성 의도는 명확히 박근혜 정권의 요구사항인 현대사에 대한 의식 교정 프로그램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만약 사측이 프로그램의 편성을 계속 주장한다면 이 문제는 단순히 노사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최초의 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 사례로 기록할 것이고, 그에 걸맞게 저항 할 것이다. 사측은 당장 주구노릇을 멈춰라.
2013. 3. 5.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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