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남북관계마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한반도의 긴장고조를 염려하고 있는 이때,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일본의 극우정치인들은 떼거리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평화헌법 개정을 공언하는 등 우경화노선을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역사왜곡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이제는 총리가 침략전쟁을 부인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그런데 일본의 어처구니없는 과거사 인식을 바라보면서 과연 우리는 당당하게 이를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3년 대한민국의 역사시계도 일본에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거꾸로 돌고있기 때문입니다.
MB정권은 지난 5년 내내 역사왜곡에 몰두했습니다. 집권 초기부터 건국절 논란을 불러일으키더니 역사교과서 개악,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 등 전방위적으로 역사파괴를 일삼았습니다.
친일파를 부활시키고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였으며 의회민주주의를 압살하다 4월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5 16쿠데타와 10월유신 두 차례의 정변을 일으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종신총통을 꿈꾸며 인권을 유린한 박정희를 민족중흥의 지도자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른바 뉴라이트라는 세력들이 일본의 역사왜곡을 뺨치는 주장들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근대화의 초석이 되었다는 식민지근대화론,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폭압정치가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개발독재미화론이 조직적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산업화가 민주화의 토대가 되었다는 해괴한 논리마저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민주주의가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그들의 고질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나아가 일부 뉴라이트 학자들은, 통일조국과 문화입국을 간절히 소망했던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가 하면, 일본군 위안부들은 강제연행된 것이 아니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세력을 폄훼하고 친일세력과 반민주세력, 독점재벌을 옹호하는 거대한 역사조작이 치밀한 계획아래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역사와 교육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제 과거회귀세력들은 조금도 거리낌없이 그들의 우상에 대한 숭배까지 강요하고 있습니다. 사월혁명때 시민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끌어내려진 이승만 동상이 남산에 버젓이 자리 잡았습니다. 박정희 기념관이 문을 열고 곳곳에 동상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독립군을 때려잡던 악명높은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 백선엽·김백일의 기념물도 세워졌습니다. 이들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공중파를 타고 널리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책동을 그대로 두고 본다면, 광화문 대로에 이승만 박정희 동상이 들어설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역사와 교육이 오염되고 있는 이 절박한 현실 앞에서 진실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를 자임해 왔습니다. 작년 11월 첫 편을 선보인 역사다큐 ‘백년전쟁’시리즈 제작은 거대한 역사왜곡에 맞서 정직한 역사를 지키기 위한 연구소 나름의 작은 몸부림이었습니다. 정권과 극우세력 수구언론이 합세하여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데 대한 최소한의 저항이었던 것입니다.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제작이 완료되어 일차 공개한 ‘두 얼굴의 이승만’과 ‘프레이저 보고서’는 합하여 약 350만뷰를 기록하는 놀라운 호응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열렬한 반응이었습니다. 근현대사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박 정권이 들어선 뒤인 지난 3월 13일 청와대 원로 회동을 계기로 느닷없이 연구소에 대한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음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주축은 족벌언론과 극우단체 친일독재세력의 후손들이었으며, 여기에 청와대와 정부기관 여당 국회의원까지 가세하여, 연구소를 대상으로 그야말로 마녀사냥식 난도질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 소송을 못한다던 자들이 최근 억대의 거액을 들여 7대 일간지에 광고를 싣고, 소송비용을 빙자하며 이승만기념관건립기금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작년 시사회 이후 무려 5개월이 지난 시점에 이승만의 양자가 느닷없이 연구소 관계자들을 ‘사자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하는 사변을 일으켰습니다.
우리는 이 사태를 유족의 고소로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가지고 추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습니다. “종북세력”이니 “박정희혈서를 조작하였다”느니 “정치권과 결탁했다”는 등 전혀 근거없는 허위사실을 상습적으로 유포하고 욕설과 협박을 일삼던 세력들이 합심하여 소송을 부추긴 저의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승만 박정희 추종세력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바로 민족문제연구소이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성금으로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하고, 독립전쟁과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전파하고 있는 연구소야말로 그들에게 최대의 장애이며 따라서 우선적으로 타도해야 할 대상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집요하고 맹렬하게 연구소를 공격함으로써 연구소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한편으로, 이승만기념관과 현대사연구원이라는 엄청난 반대급부를 얻으려 기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현대사를 완전히 뒤집어엎고 그들만의 논리를 세우려합니다. 목표는 이승만 박정희 정통론의 확고한 정착이라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일본과 한국이 동시에 겪고 있는 퇴행적 역사인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는 사실을 직시해주십시오. 일본의 과거사 부인은 천황제파시즘을 용인한 전후처리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끊임없는 역사왜곡도 친일독재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후과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난 100여 년간 우리나라는 질곡의 근현대사를 겪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를 잊는 자, 반드시 그 과오를 되풀이한다”는 역사의 가르침을 체득하고 있습니다.
역사문제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당면한 현실적 과제입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세대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국내외의 역사도발에 맞서 전력을 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민족문제연구소는 일만 회원들과 더불어 정직한 역사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연구소가 권력의 부당한 탄압에 흔들리지 않고 역사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계속 성원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5월 9일
민족문제연구소
※관련자료 내려받기
☞ 이승만, 그는 과연 진정한 독립운동가였나 (pdf)
<역사다큐 ‘백년전쟁Ⅰ- 두 얼굴의 이승만’ 관련 기자회견 자료>
※관련영상
▲ 팩트TV : 기자회견 중계(2013.5.9 12:16 생중계 종료, 재방송중)
▲ 주권방송 : 기자회견 중계(2013.5.9 12:16 생중계 종료, 재방송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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