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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비리 의혹 영훈학원의 속살, 이건 몰랐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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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가 설립한 사학법인… MB 정부 당시 전성기 구가설립 50년을 맞이하는 영훈학원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손자가 사회적 배려대상으로, 그것도 학교 측이 성적을 조작해 입학시켰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영훈 사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교감의 자살 사건에 이어 김하주 이사장의 검찰 소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훈학원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국제중 설립 취소와 임시이사 파견까지 예상된다. 그동안 영훈학원은 수차례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친일파 논쟁을 불러일으킨 설립 배경부터 폐교 위기가 나오고 있는 지금까지 영훈학원의 속살을 들여다보자.

대한민국 1호 국제중 설립자는 친일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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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영훈학원 설립자 김영훈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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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는 10여 년간의 조사 연구 끝에 <친일인명사전>에 수록할 친일 인물 477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박제순·이완용 등 을사오적과 언론·종교·예술 등 분야별로 활동한 대표적 친일 인사들까지 포함됐다. 

이중 관료로 분류된 친일 인사들의 명단에는 일제 강점기 당진군수와 예산군수 등을 역임한 김영훈이 포함돼 있는데, 그가 바로 영훈학원의 설립자다. 그는 광복 후 이승만 정권에서 서울시 초대 교육감을 지냈고, 1965년 자신의 이름을 딴 영훈학원을 설립한 뒤 1985년 작고할 때까지 영훈초·중·고교 교장을 번갈아 맡은 ‘종신 교장’이었다. 

현재 이사장인 김하주씨는 그의 아들이다. 1981년에 취임한 이후 32년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금도 영훈학원 교내에는 친일파 논란의 당사자인 김영훈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이 학교 졸업생들은 설립자가 친일 논란의 중심인물이라는 말을 학교에서 들은 바가 없다고 한다.

친일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 설립한 영훈중은 2008년 공정택 서울교육감에 의해 대한민국 1호 국제중이 됐다. 당시, 영훈학원은 수입원이 되는 수익용 기본재산이 거의 없어 법정전입금마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내고 있는 상태였다. 초·중·고를 합해 겨우 1년에 1200만 원의 전입금밖에 내지 못하는 영세·부실 사학이었다(관련기사 : 재단전입금 1200만원으로 국제중 설립? 간 크네).

당시 여러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더 많았다. 그리고 친일파 논란에, 부실사학 의혹까지 받는 학교가 국제중으로 지정되면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우려는 2013년 현실이 돼 교육계를 강타했다. 

사학법 개정에 “학교 폐쇄” 운운한 영훈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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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훈학원 김하주 이사장은 사학법 개정 당시 이를 반대해온 주요 인사 중 하나다. 사진은 지난 2004년 11월 7일 열린 ‘사립학교법·교육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 교육자 대회’ 당시 모습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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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훈학원은 사학법 개정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사학법 개정을 둘러싸고 교육계와 정치권의 대립이 한창이던 2004년과 2005년 사학단체들의 집단행동이 줄을 이었다. 2004년 11월 7일 한국사학법인협의회 등은 ‘사립학교법·교육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 교육자 대회’를 열었는데, 여기에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은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들은 “해체하라 전교조”, “사학법 개악 결사 저지” 등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또한 “우리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자진해 학교를 폐쇄하기로 한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을 재확인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학교를 지키기 위해 신입생 배정 거부는 물론 학교 폐쇄까지 서슴지 않겠다는 ‘협박’을 재확인한 것이었다. 최근 국제중 사태와 관련해 폐교 요구에도 꿈쩍도 않는 것과는 딴판이다.

2004년 12월 17일에도 ‘전국 사학실질경영인 긴급대책 회의’라는 이름으로 700여 명의 사학실세들이 서울 한화63시티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한국사립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명의로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신입생 배정을 거부할 것”을 결의했다.

이 결의를 주도한 사립중고법인협의회 김하주 회장은 “우리의 학교를 탈취하려는 음모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다, 우리의 최후의 무기인 학교폐쇄라도 내세워 싸우면 안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학교 폐쇄(폐교)를 다시 언급했다. 실제로 2005년 12월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제주도에서부터 신입생 배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가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에 앞서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며 학교 폐쇄를 운운했던 사학법인협의회의 행보를 규탄하기 위해 2004년 11월 6일,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 단체 회장인 김하주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영훈학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런데 기자회견이 시작되기도 전에 교장과 학교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몰려나와 기자회견을 하려는 사람들의 마이크를 뺏고, 전원을 뽑고, 피켓과 현수막을 뺏으려고 해 몸싸움이 벌어졌다.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기자회견까지 못하게 막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2005년 사학법이 개정됐지만, 사학법인들과 한나라당(당시 박근혜 대표)은 거리 투쟁에 나섰고, 결국 사학법은 재개정되고 말았다. 당시 사학법인연합회는 사학법 파동의 일등공신 중 하나였고 한나라당의 가장 큰 우군이었다. 이렇게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은 2000년대 교육계와 정치권의 주요 이슈였던 사학법 개정 반대의 한가운데 있었다. 지금도 학교 누리집에는 김하주 이사장 약력에서 사학법인협의회 회장을 가장 중요한 경력으로 올려놓고 있다.

사학법 개정으로 이사회 회의록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신규 교사를 인사위원회를 통해 공개 채용하도록 하는 것 등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교육청 감사 결과, 영훈학원은 이런 최소한의 의무 사항도 지키지 않고 사학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수억 원의 학교 교비 횡령 혐의와 공사 비리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영세사학 영훈학원, 어떻게 국제중 인가를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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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북구 미아삼거리역 부근 영훈국제중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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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영훈중학교는 대한민국 최초로 국제중 인가를 받았다. 당시 영훈학원은 영훈초·중·고 등 3개교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법정전입금이 거의 없는, 말 그대로 ‘영세사학’이었다. 2006년 기준 영훈학원의 법인 내 학교에 전입된 금액 1200만 원은 전체 운영비의 0.07% 수준이었다. 

설립자의 친일파 의혹에, 영세사학인 영훈중이 어떻게 국제중이 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의 대답은 이사장의 이력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우리나라 사학계를 대변하는 한국사학법인연합회와 한국사립중고법인협의회 회장을 모두 지낸 거물이다. 중요한 시기마다 사학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면서 보수 정권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다. 친일파 의혹을 받던 아버지가 이승만 정권의 눈에 들어 초대 서울교육감을 지낸 것과 상당히 비슷한 모양새다. 

그는 전두환 정권 때인 1983년부터 민주평통자문회의 자문위원을 맡았고, 2007년 18대 대선 당시 이명박의 외곽 선거캠프로 불렸던 뉴라이트 단체 선진화국민운동본부에 참여했다. 2009년 1월에는 대표적 보수 시민단체들의 ‘시민사회단체 신년인사회’에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김진홍 목사·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과 참가했는데, 한나라당 정몽준·전여옥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함께했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김하주 이사장이 뉴라이트 단체인 ‘선진화싱크탱크’와 ‘선진화NGO네트워크’라는 단체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뉴라이트 단체 활동에 대한 보은 정책으로 영훈중이 국제중에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2012년까지 영훈학원은 승승장구했다. 정점은 2012년 김하주 이사장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12월 대통령 직속 헌법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하주 이사장은 평화통일 기반조성과 국민통합에 기여한 공로허 서대문구 힐튼호텔에서 열린 수여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모란장은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으로 무궁화훈장 다음(2등급)이다. 과거 문화훈장 대통령장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김하주 이사장이 평화통일 기반 조성에 어떤 공헌을 했는지, 국민통합에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 또한 2007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뉴라이트 단체에 참가한 공을 인정받아 국제중 승인을 받은 연장선에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위기 닥친 영훈학원의 선택은 ‘권력 줄 대기’?

2012년까지 승승장구하던 영훈학원은 2013년 위기를 맞닥뜨렸다. 설립 이래 최대 위기 상황이 예견된 가운데 ‘김하주 이사장이 또다시 권력 줄 대기를 선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훈학원은 지난해 12월 갑작스럽게 서울교육청 공무원 출신을 영훈중학교 교장으로 영입했다. 정동식 영훈중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감사관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하지만, 교사자격증이 없고, 단 1년의 교사 경험도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영훈중 교장뿐 아니라 법인 감사·행정실장 등에도 잇따라 서울교육청 출신 인사 5명이 영입됐다. 이를 두고 감사 무마 또는 예산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영훈학원은 위기 상황 속에서 지난 3월 또 한 명의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그 인사는 바로 영훈고 교장이 된 황영남이다. 그는 인천 삼량중고와 서울 세종고의 교장을 역임하고, 한국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을 지낸 인물로 영훈학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영남 교장은 19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의 외곽 선거 캠프로 구성한 ‘국민행복추진위원회'(단장 김종인)의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이었다. 이 캠프가 박근혜 후보의 교육공약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거쳐 현재 청와대 초대 교육비서로 현 정권 교육계 실세 중의 한 명으로 불리는 김재춘 당시 영남대 교수도 황영남 교장과 함께 이 캠프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마치 김하주 이사장이 2007년 18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외곽 캠프인 ‘선진화 국민운동본부’에 참여해 활동한 뒤 최초로 국제중으로 승인받고, 국민훈장 모란장까지 받으면서 승승장구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이로 인해 김하주 이사장이 위기 상황에서 사학법인에 가장 큰 권력인 서울교육청과 청와대에 줄을 대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친정권 체재를 구축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영훈고 교감이 갑자기 직위해제를 당했다. 그가 영훈중 교감 당시 국제중 입시에서 성적 조작을 거부한 괘씸죄와 최근 사태의 밀고자로 찍혀서 보복인사를 당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 된 영훈학원 입시비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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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의혹으로 논란이 된 영훈국제중학교 정동식 교장과 영훈초등학교 조효숙 교장,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 사진은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했을 당시 모습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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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상임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과 문용린 서울교육감은 모두 영훈 사태에 관련해 연신 사과 발언을 쏟아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국제중 설립 취소까지 갈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곧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김하주 이사장은 형사 처벌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행정실장의 구속, 영훈중 교감의 자살 등으로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이미 국민의 관심사가 돼 버렸다.

설립부터 지금까지 영훈학원의 역사는 ‘권력과의 관계’를 빼고서 설명하기 어렵다. 영훈학원의 속살이 최후에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검찰 수사 결과가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오마이뉴스> 201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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