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알지만, 시청률 때문에?’…채널A ‘멘붕’ 해명 먼저 심의가 이뤄진 ‘백년전쟁’ 관련 방송에 대해 위원들은 ‘방송 품위’와 ‘객관성’ 문제를 지적했다. 권혁부 위원은 “이 프로그램은 비유가 너무 비약적이고 방송품위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이봉규씨가 방송에서 <백년전쟁>의 제작진을 ‘꽃뱀’에 비유하거나, ‘북한에 보내서 살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표현을 써서 비판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고 방송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은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을 가지고 언급하고 있다”며 “바로잡아줄 수 있는 노력을 해야 제대로 된 방송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봉규씨가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임헌영 소장이 박헌영을 추종해서 이름을 개명했다고 주장한 것 등이 객관성을 결여했다는 이야기였다. 박성희 위원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선정적이고 더 논란의 중앙으로 가는 방향으로 왔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은 “이봉규씨에게 채널A가 상당한 권위를 실어주고 있는데, 그게 곧 채널A의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런 건지, 품위나 어휘 수준이 채널A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자 의견진술에 나선 채널A 서영아 부본부장은 ‘솔직 담백’한 해명을 내놨다. “이봉규 박사의 스타일이 채널A의 스타일이냐 하는 문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채널A가 (방송을) 시작하고 1년 조금 넘은 단계인데, 해보니까 이봉규 박사가 출연하면 시청률이 오르더라는 경험이 있어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률을 좀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쓰게 되는 게 한 가지 있다.”
‘여성 정치인 5대 얼짱’ 방송 ‘중징계’ 곧바로 심의가 이어진 3월26일 방송분에 대해서도 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정치평론가 이봉규씨는 당시 방송에서 ‘여성 정치인 5대 얼짱’을 소개해 논란을 빚었다. 심의위원들은 여성 의원들의 외모와 몸매 등을 ‘평가’한 내용을 여과 없이 방송한 부분을 지적했다. 김택곤 위원은 “유흥가에서 아가씨들을 품평하듯이 (방송을) 하고 있다”며 “과연 정치평론가가 시사토크프로그램에서 할 내용이냐”고 따졌다. 엄광석 위원은 “국민이 대표로 뽑은 대의기관인데, 미니스커트 길이를 언급한 것도 그렇고 이런 게 방송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의견진술에 나선 서 본부장은 “제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건 일반 상식으로 알고 있는 부분들이고,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방송품위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양성평등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다시 만드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의위원들은 일제히 법정제재에 해당하는 중징계 의견을 냈다. 권혁부 김택곤 장낙인 박성희 위원은 ‘경고’ 의견을, 엄광석 위원이 ‘주의’ 의견을 낸 것. 결국 해당 방송에는 ‘경고’ 조치가 내려지게 됐다. 한편 이날 의견진술자로 참석한 서 부본부장은 심의 대상이 된 방송내용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의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권혁부 위원은 “이런 식으로 오셔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말씀을 하시면 엄청난 불이익이 간다는 것 알고 계시냐”고 물었고, 김택곤 위원도 “충분히 소명하시라고 기회를 드린 건데, 엉겁결에 오신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방송심의 ‘단골’ <쾌도난마>, “개선의 여지가 안 보인다” 한편, 심의위원들은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박성희 위원은 “도대체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가 뭔지를 모르겠다”며 “그동안의 (제재 조치가)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택곤 위원은 사무처에 “(제재조치로 인한) 누적 점수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며 “이렇게 신경을 안 써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서 법정제재가 이뤄졌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통심의위의에 따르면,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채널A 개국 이후 지금까지 모두 13건(선거방송심의위원회 포함)의 제재를 받았다. 그중 대부분인 10건(경고5, 주의5)이 중징계에 해당하는 법정제재였다. 방송사업자 재허가심사에서 평가점수에 반영되는 벌점은 15점에 달한다. 단일 프로그램으로 최고 수준이다. 특히 정치평론가 이봉규씨는 그동안 수차례 부적절한 발언과 표현으로 제재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방송법 제100조2항에서는 “제재조치가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출연자로 인하여 이루어진 경우 해당 방송사업자는 방송출연자에 대하여 경고, 출연제한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서영아 부본부장은 이날 의견진술에서 “저희도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인식을 하고 지난주부터 일주일에 두 번 (코너가) 있었는데 한 번으로 줄였다”며 “이 코너를 없애려고도 하고 있는데 한 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봉규씨는 이미 지난해 6월17일 방송에서 “시대 흐름 상 여성 지도자가 나올 타이밍”이라며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를 ‘극찬’하는 한편,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눈에 자신감이 없다”고 발언해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후로도 ‘민주당의 5적’과 ‘진보진영 5대 선동가’ 등의 내용을 방송하면서 일방적인 주장을 내세우거나, 선정적인 표현들을 사용해 ‘방송 품위’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택곤 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똑같은 행태들이 누적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과징금으로도 모자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201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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