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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심의위, “‘백년전쟁’ 제작자 의견진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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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용 실장, 위임장 받고 출석했지만 기회 못 얻어


 


방통심의위가 RTV에서 방영된 <백년전쟁>을 심의하면서 해당 역사다큐를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 측의 의견진술을 거부해 논란이 예상된다.










   
▲ 역사다큐 ‘백년전쟁’ 포스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권혁부)는 10일 RTV에서 방영된 역사다큐 <백년전쟁>에 대한 의견진술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RTV와 관련해 방송심의소위에서 의견진술 기회를 주기로 의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방송심의소위에는 RTV 한영석 사무국장과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실장이 출석해 있었다.


하지만 정부여당 추천 권혁부 소위원장과 엄광석 심의위원이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실장의 의견진술을 거부했다. 결국, 이날 방송심의소위에서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이에 반발해 퇴장했고 RTV 측 역시 의견진술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 “제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


이날 의견진술에 앞서 권혁부 소위원장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이 방송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서 왔냐?”고 말문을 열었다. 


권혁부 소위원장은 “심의를 통한 결론이 어떤 지배력을 갖느냐가 (의견진술을 들을지 여부를 판단하는)핵심”이라며 “외주제작사의 경우는 심의 결과에 따라 불이익도 올 수 있고 저작권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의견진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에는 (심의 결과가)어떤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명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곧바로 엄광석 심의위원은 “이번 경우에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작한 것을 사서 RTV에서 방영한 것이기 때문에 판단은 방송사에 있는 것이다. 제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동조했다. 그러자 또 다시 권혁부 소위원장은 “한 명이라도 의견진술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관례상 듣지 않았었다”고 거들었다.


반면, 야당 추천 장낙인 심의위원은 “이 경우는 제작된 <백년전쟁>을 RTV에서는 송출만 해준 것”이라며 “RTV가 기획의도 등 소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박한용 실장의 의견진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낙인 심의위원은 또한 “광고심의소위에서 6년 근 홍삼 관련 심의했을 때 의견진술로 KT&G에서 왔었다. KT&G 역시 방송하고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받아줬다. 그런 사례들이 있는데 왜 민족문제연구소의 진술은 안 받겠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또 다른 야당 추천 김택곤 상임위원 역시 “<백년전쟁> 제작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근거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평가) 방송했는지 해명이 중요한데 제작에 직접 참여한 사람이 오면 도움이 되지 않겠냐. 의견진술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추천 심의위원, 좌편향 민족문제연구소여서 반대?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여당추천 심의위원들은 박한용 실장의 의견진술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로 좌편향(?) ‘민족문제연구소’였기 때문이었다.


권혁부 소위원장은 “박한용 실장은 지난 CBS 라디오에서 <백년전쟁> ‘두 얼굴의 이승만’ 편에 대한 대담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며 “당시 천편일률적으로 자기 주장이 옳다고 이야기를 했다. (보수단체) ‘생명의 길’ 측에서 나온 패널이 해당 다큐가 11가지 부분에서 잘못됐다고 지적을 했는데도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편협된 인물에 대한 의견진술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엄광석 심의위원 역시 “가치가 다른 내용에 대한 심의”라면서 “그런데 (백년전쟁을 옹호하는)한쪽 편 의사만 전달되니까. 그렇다면 연장선상에서 ‘생명의 길’도 오라고 해야지”라고 맞장구쳤다.


이에 장낙인 심의위원은 “‘생명의 길’은 (심의대상인 <백년전쟁>)제작자가 아니지 않느냐. 선입견은 권혁부·엄광석 위원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의견진술자는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RTV 한영석 사무국장의 출석만 허가했다. 이에 야당 추천 장낙인·김택곤 심의위원은 “<백년전쟁>을 심의하는데 이를 제작에 참여한 사람에 대한 의견진술을 듣지 않는다면 심의 자체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될 수밖에 없다”, “<백년전쟁>에 대해서 가장 잘 소명할 수 있는 사람이 와 있는데…”라고 불만을 제기한 뒤 퇴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실장은 RTV 측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출석했지만 의견진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했다.


RTV측에서도 ‘퇴장’…정부여당추천 심의위원들 “오만방자하다”


논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RTV 한영석 사무국장은 “<백년전쟁>의 제작자를 같이 의견진술자로 신청했는데 저만 부른 이유가 뭐냐”고 물은 뒤, “<백년전쟁>에 대한 내용 심의를 하는 것이 아니냐. 제작경위와 근거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주시지 않는다면 저 역시 의견진술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묻는 말에 답변할 자신이 없는 것이냐’는 여당추천 심의위원의 물음에 한영석 사무국장은 “RTV에서 <백년전쟁>을 왜 방영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하지만 역사다큐 <백년전쟁>에 대한 내용심의를 하는데 그에 대한 보다 상세히 진술할 분이 계신데 그 분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퇴장하겠다”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당황한 엄광석 심의위원은 “의견진술 기회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도의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RTV 측에 돌렸다.


권혁부 소위원장 역시 “참고인 진술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우리 재량사안”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RTV측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나간 것은 오만방자기 짝이 없는 행위다. 방송심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야당추천 심의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백년전쟁> ‘두 얼굴의 이승만’, ‘프레이저 보고서(제1부)’ 편에 대해 지난 방송심의소위에서 의결한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의견을 다시 전체회의에 회부시켰다.


한편, 이날 방송심의소위에서는 ‘사망자가 중국인이어서 다행’이라고 실언한 채널A <뉴스특보>와 관련해 제작자에 대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채널A 측은 소위에 출석해 그 같은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를 소명해야한다. 


 


<미디어스>201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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