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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토벌 백선엽 기념상 제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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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한미동맹 행사서 시상
“민족 향해 범죄…부적절” 비판

국방부가 과거 만주군(일본군) 출신으로 독립 운동가들을 토벌한 경력이 있는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16일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동맹 발전에 헌신한 미국 인사들에게 매년 수여하는 ‘백선엽 한미동맹상’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백선엽 전 육참총장은 6·25전쟁 때 맹활약했고, 미군들에게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이 상의 제정 이유다. 백 전 총장은 오는 9월30일 한미동맹의 밤 행사 때 직접 이 상의 첫 수상자에게 상을 줄 예정이다.

그러나 백 전 총장의 이름을 딴 이런 상을 제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 전 총장이 일제 때 만주에서 독립 운동가들을 토벌한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43년 4월부터 45년 8·15해방 때까지 만주군(일본군) 간도 특설대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간도 특설대는 조선인들의 거주지였던 간도 일대에서 항일투쟁을 벌이던 조선인과 중국 팔로군을 토벌하는 부대였다. 이 부대는 항일 투쟁가들에 대한 정보 수집, 선전, 토벌, 심문 등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총장 스스로도 자신의 반민족 행위를 인정한 바 있다. 그는 1993년 일본에서 출간된 <간도 특설대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우리(간도 특설대)가 전력을 다해 (항일세력을)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돼 (일본을 상대로) 싸웠더라면 한국의 독립이 빨라졌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이 사실이었고,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전력으로 인해 백 전 총장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 행위자 704명에 포함됐으며, 민족문제 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도 수록됐다.

백 전 총장은 해방 뒤인 1946년 한국 국방경비대에서 들어갔고, 1949년 제5사단장이 됐으며, 6·25전쟁 때는 제1사단장이 돼 북한군과 싸웠다. 다부동 전투와 평양 입성은 그와 그의 부대의 주요 승리로 알려져 있다. 1952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됐으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때 참관하기도 했다. 1960년 퇴임 뒤엔 중화민국과 프랑스 주재 대사를 지냈다. 그는 같은 만주군 출신으로 1948년 남조선노동당에서 활동하다 적발돼 사형 선고를 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구명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백 전 총장은 우리 독립 투쟁가들과 민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다. 그런 그를 기리는 상을 제정하는 것은 국가와 군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보수 세력이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싶다 해도 이런 행위까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한겨레>201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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