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명단 입수… 9명이 중·고 교감·교사
교육과학기술부가
2008년 10월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권고를 위해 설치한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에 교과서의 주요 수정 내용이었던 현대사 전문가는
극소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부가
“좌편향됐다”며 저자들의 동의 없이 직권 수정명령을 내렸다가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수정 작업이 첫 단추부터
전문성·공정성·졸속심사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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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지시는 현대사 집중… 검증·심사할 학자는 전무 활동한 기간도 열흘 남짓 전례없는 ‘직권 수정’ 사태… 객관성·공정성 잃은
‘졸속’
경향신문이
19일 2008년 교과부가 구성한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11명 중 교과부가 교수·전문연구원으로 구분한 위원은
2명뿐이었다. 근대사 전공학자로 알려진 허동현 경희대 교수와 교육개발원 수석연구위원 등 2명이다. 당초 명단에 포함됐던 서양사 전공 교수는
협의회 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부가
‘교원·교육전문직’으로 분류한 나머지 9명은 당시 중·고교 교감 4명, 중·고교 교사 4명, 장학사 1명 등이었다. 교과부는 당시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현대사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정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전문가협의회엔 정작 내용을 엄격하게 검증·심사해야 할 현대사 분야는 전문가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유일한
학자인 허 교수는 뉴라이트 성향의 주장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현대사학회 상임위원회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고, 학회 행사에 발제자로 나서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전문가협의회 자체의 편향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교과부로부터 받은 협의회 운영 경과를 보면 협의회는 2008년 10월14일 구성돼 26일까지 ‘검토 의견 및 보완 사항’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나
열흘 남짓 활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역사교과서
수정 논란은 이명박 정부 들어 본격화했다. 2008년 6월 뉴라이트 성향의 대안교과서를 쓴 교과서포럼 등이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됐다”며 수정을
요청한 후 교과부는 10월에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257개 항목을 검토해 달라고 의뢰했다. 그러나 국편이 역사학계의 비판과 심의위원들의 반발로
서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데 그치자, 교과부는 바로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직접 수정지시의 근거를 마련했다. 교과부는 협의회 구성 후
16일이 지난 30일 수정지시안을 전격 발표했다. 금성출판사는 저자 동의 없이 교과부 수정지시안대로 내용을 고쳤고, 2009년부터 수정된
교과서가 학교에 보급됐다.
교과서
저자들은 이에 맞서 “교과부의 수정 지시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교과부의 수정 지시를 놓고 서울지방법원은
‘위법’, 서울고등법원은
‘적법’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은 지난 2월 “절차를 무시한 교과부의 수정지시는 부당하다”며 확정판결을 내렸다.
당시
전문가협의회에 참여했던 교원들은 “시·도교육청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다”면서 “박사학위를 가진 전문성 있는 교원도 있었지만 교육청의 추천 이유는
주로 현장교육 경험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감은 “갈 때는 솔직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애국적인 관점을 심어주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이슈화될 줄 알았으면 안 했을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교원은 “기간은 짧았지만 각 지방에서 모여 며칠간 합숙까지 하면서
고생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공개되지 않아야 할 명단이 공개된 것”이라며 “오래전 일이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대법원의
판결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된 소송의 최종 판결은 오는 22일 내려진다.
<경향신문>2013-8-20
[기사원문보기] [단독]2008년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권고 역사교과전문가협, 전문가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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