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출판강행 결정에 대한 민족문제연구소 논평
교학사(대표 양진오)는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고등학교 한국사’의 발행자 권리를 포기하고 싶었으나 저자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합의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자와의 협의와 관계기관의 검정절차를 따르겠다”고 하여 면피용 발표를 내놓았다. 나름의 고충이 있었겠으나 교과서를 전문으로 다루는 출판사가 수준이하의 결과물을 보고도 책임전가식 태도로 일관한 것은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출판사보다 더 비난받아야 할 당사자는 저자들이다. 혹시 했으나 역시였다. 반성문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출간 유보 결정 정도는 기대했으나 권희영 이명희 교수는 자신들이 집필한 교과서만큼이나 뻔뻔한 입장을 고집하였다.
거듭 밝히지만 교학사 교과서의 상태는 수정보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인 후소샤 책보다 더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역사관이나 국가관에도 문제가 많지만, 전재 표절 오류 왜곡 무단인용 등 법적 도덕적으로 교과서로서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은 이미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모든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음에도 이들은 학자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자신들의 과오를 부인하면서 색깔론에 기대어 구명도생을 꿈꾸고 있다. 지식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식을 보여주기는커녕 한 가닥 인간적 양심조차 상실한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를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교학사 교과서 관련자들의 오만한 결정은 전적으로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의 무책임한 심의와 특혜조치에서 비롯한 바 크다.
따라서 연구소는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에 이번 한국사 교과서 심의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탈락한 교과서의 사유는 무엇이며 수백 가지 사항을 지적받고도 통과된 이유는 또 무엇인지 가감없이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수준 미달의 책이 통과된 미증유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교열부가 아니다. 교육부가 재심의와 채택연기라는 전대미문의 무리수를 두고 있는 현 상황이 바로 친일 독재교과서 발간의 배후가 정권이라는 증거이다. 끝까지 이 정권이 국민 혈세를 투입해가며 불량도서를 비호하고 이를 보급하려 한다면 전국민적 저항이 눈 앞에 전개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양심불량으로 일관한 책이 미래세대를 오염시키는 불행한 사태를 결코 지켜보지만은 않겠다. 교육계 학계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 국민들과 함께 역사와 교육이 정치권력과 그들의 하수인에 의해 농락당하는 일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2013. 9.16.
민족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