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명령 재논의에 역사학계 “졸속성 드러났다”
“수정명령 자체 취소” 비판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출판사 7곳에 내린 수정명령 중 논란이 된 부분을 재논의하겠다(경향신문 12월5일자 12면 보도)고 밝힌 데 대해 학계에선 “수정명령 자체의 졸속성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구성한 수정심의회는 금성교과서의 아프라시압 벽화 사진설명에 대해 국정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사실을 “추정”으로 바꾸도록 명령했고, 교학사 교과서가 출전 없이 실은 ‘이승만 위임통치 청원서’엔 잘못된 출전을 표기하도록 해 학계의 반발을 불렀다.
금성교과서 집필자인 여호규 한국외대 교수는 “반드시 고치라는 수정명령을 내리면서도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 교수는 “아프라시압 궁전벽화 사진만큼 국내외 대부분의 연구자가 동의하는 내용을 명확한 문자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추정이라고 해야 한다면 거의 모든 고고학적 유적과 유물에 대해 추정이라고 표기해야 한다”며 “교과서에도 추정이라고 고쳐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2~2005년에 사용된 고교 국사 국정교과서에서 이 벽화가 실린 부분을 쓴 집필자는 “틀리면 썼겠느냐”면서 “당시 복식 등을 봤을 때 학계에선 고구려 사신으로 거의 정설화되어 있었고 논문과 학회지에도 여러 곳에 나왔다. 이 부분의 전문가들도 이론이 없다고 얘기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그는 2006년에 이 부분이 국정교과서에서 빠진 이유에 대해 “틀린 게 아니라 (국사 교과서의) 전체 분량 때문에 조정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성호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2012년 검정을 통과해 사용 중인 중학교 교과서 9종 모두에 아프라시압 궁전벽화가 실려 있고, ‘고구려 사신으로 보인다’ ‘고구려 사신의 모습이 있다’ ‘고구려 사절단이다’ 등의 사진설명이 적혀 있다”며 “중학교에서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는 사항을 고교 교과서에서만 강제로 고치라는 것은 교육부의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교학사 교과서의 ‘이승만 위임통치 청원서’에 대해 잘못된 출전을 표기하도록 수정명령한 사실을 지적한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은 “수정심의회가 졸속·밀실심의했다는 정황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는데 교육부가 변명을 하려다 보니 수정명령까지 번복하게 되는 것”이라며 부당한 수정명령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3.12.5
송현숙·곽희양 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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