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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허접스런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퇴출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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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파도 끝이 없다. 문제점을 찾아내는 역사 전문가들이 지칠 지경이다. 도저히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교학사 역사 교과서 얘기다.


이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근현대사 관련 단원에서만 400여곳의 오류와 왜곡이 드러났다고 민족문제연구소가 밝혔다. 이 교과서는 이미 검정 과정과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 수정 명령 등을 거치면서 1500여곳을 고친 상태다. 애초부터 수준 미달이었고 고친 책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오류와 왜곡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빠뜨리거나 잘못 서술한 것, 앞뒤 기술이 맞지 않는 것,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한 자의적인 서술, 원 사료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자료를 짜깁기한 것,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것,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운 문장, 잘못된 사실과 오·탈자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걸쳐 있다.

오류와 왜곡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이 교과서와 관련된 사람들이 정치적 의도를 앞세운데다 전문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봉자이자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다. 이들에게 역사 교과서는 자신들의 왜곡된 믿음을 전파하는 수단일 뿐이다. 엄밀한 역사 서술과 학계의 논의는 이들에게 별 의미가 없다. 어떤 식으로든 교실에 진출해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약한 고리인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생각을 퍼뜨리는 게 이들의 목적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분명 헌법 정신과 민족사의 정통성에 어긋난다. 이들이 이를 뒤집으려고 역사적 사실을 마음대로 취사선택해 꿰맞추다 보니 오류와 왜곡투성이인 허접스런 교과서가 나오게 된 것이다.

정부가 이 교과서를 비호하는 행태는 두고두고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교육부는 이 교과서 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모든 교과서가 문제인 것처럼 초점을 흐리는 등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로 일관해왔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이 교과서를 최종 승인한 뒤에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다시 수정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학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교과서와 연관된 유영익씨를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최근 대구지역의 학교운영위원연합회는 고교 전체에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라는 압력성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정부는 일제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일본의 우익 교과서를 비판해왔다. 교학사 교과서는 스스로 식민지배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일본 우익 교과서보다 더 나쁘다. 정부가 이제라도 이 교과서를 퇴출시키지 않는다면 국민이 이 교과서와 교육부를 함께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

<한겨레>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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