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성명]
일본 총리의 침략신사 참배를
규탄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늘 오전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했다. 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때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못한 것을 “통한”이라고 밝혀왔던 그는 정권 출범 1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보란듯이 평소의 신념을 실천에 옮겼다.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후 7년 만이다.
아베의 참배는
일본식으로 표현하자면 그의 혼네(本音 :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한국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 일본의 과거사인식에 우려를 표명하는 속에서도, 이제
자제하는 시늉마저 걷어치우겠다는 도발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집단적 자위권, 영토문제, 역사인식 등으로 동북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마당에 이를 부추기는 행위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책임한 짓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야스쿠니신사는
아무리 미사여구를 늘어놓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침략 미화 시설이다. 제국주의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 전사자 246만 6천여 명이 합사돼 있을
뿐만 아니라, A급 전범 14명까지 버젓이 모셔져 있다. 여기에는 어처구니없게도 21,181명에 이르는 식민지 조선인 피해자들도 강제합사되어
있다.
일본은 엄청난
희생을 초래한 침략전쟁을 반성하기는커녕, 지난 역사를 부정하고 과오를 정당화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나아가 전쟁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보통국가’를 표방하면서 노골적으로 우경화의 길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과거사를 악용한다면 이는
오판이 아닐 수 없다. 참혹한 패전의 교훈을 벌써 잊어버리고 눈앞의 일시적 이익에 현혹되어 위험한 도박을 한다면, 가까운 미래 일본은 다시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힘든 이웃이긴 하나, 우리는 여전히 일본이 ‘위대한 제국’ 재현에 대한 망상을 버리고 동아시아의 일원으로서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희망한다. 그 첫 걸음은 진정한 과거사 반성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동참이다.
2013. 12. 26.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