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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교과서의 최종 목표? 박정희 독재 정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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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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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학사 교과서 최종본을 두고 사실적 오류가 여전하다며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을 15일 만나 인터뷰했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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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여 건. 역사정의실천연대(아래 역사연대)가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지난해 5월초부터 집계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오류 개수들이다. 지난 13일 배포된 교학사 교과서 최종본을 두고 사실적 오류가 여전하다며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꾸준히 해당 교과서를 감시·비판해 온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을 15일 만나 인터뷰했다.

역사연대는 친일·독재 미화와 교과서 개악을 저지하는 단체로, 지난해 5월 10일 교학사 교과서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심의를 통과한 이후 지속적으로 오류를 지적해왔다. 지난달 26일에는 위안부 피해자 등 9명을 도와 법원에 ‘교학사 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그만큼 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교학사 교과서가 “지나치게 편향적”이라고 비판했다.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특정한 역사인식을 주입하려고 쓰인 책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객관적인 사실을 익히고 역사에 대해 자유롭게 사고하게끔 하는 게 역사 교과서의 목표인데, 저희가 따져 본 교학사 교과서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어떤 ‘특정한 역사인식’을 강요하기 위해서 써진 거죠. 만약에 제 아이가 학교에서 이런 교과서로 배운다? 그럼 저는 생업 다 내려놓고, 학교 앞에 가서 1인 시위하면서 말릴 겁니다(웃음).”

“교학사로 시범수업 했더니… 3·1 운동 ‘폭력적’이라 한 학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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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학사 교과서 표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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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교학사 교과서에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특성상 모든 교육이 대학 입시로 연결되는데, 이런 책으로 공부하면 아이가 결정적인 피해를 볼 수 있어 흔히들 (교학사 교과서를) ‘수능시험 빵점 교과서’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학사 교과서는 지난해 12월 교육부 승인 이후 무려 751건을 다시 수정했지만,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나온 최종본에도 357건에 달하는 오류가 남아있었다. 

그는 이어 교학사 교과서에 기본적인 사실 관계 오류 외에도, 역사 인식 전반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됐던 ‘위안부가 일본군을 따라다녔다’는 부분을 ‘끌려다녔다’로 바꾸는 등 표현을 바꾸기는 했지만, 역사 인식의 문제점은 몇 번의 수정을 거듭해도 그대로라는 설명이었다.  

“교학사 교과서를 보면 마치 일제 식민 통치가 어쩔 수 없었던 것처럼, 그 당시에는 ‘독재’만이 길이었던 것처럼 서술돼 있어요. 한 선생님이 반 학생들을 상대로 교학사 교과서를 통해 시범수업을 해봤더니, 3·1 운동에 대해 ‘폭력적이었다’고 쓴 학생이 있었답니다. 저도 왜 그런줄 몰랐는데 교과서를 직접 보면 압니다. 농민들이 한 3·1 운동 부분을 서술하면서 ‘폭력적’이라고 쓰여 있는 부분이 나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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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위원장은 “교학사 교과서에는 농민들이 한 3·1 운동 부분을 서술하면서 ‘폭력적’이라고 쓰여 있는 부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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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교학사 교과서는 근본적으로 봤을 때 진보·보수 같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 대 비상식, 진실과 거짓의 문제다”라고 주장하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한 쪽에 치우친 사람이라고 해도 이 교과서를 한 번만 펼쳐보면 교육 현장에서 쓸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학사 교과서에서는 친일문학가로 손꼽히는 최남선을 두고 ‘우리나라 상훈법에 비추어 포상을 한다면 어떤 상을 수여하면 적절할까’라고 돼있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1949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기소된 최남선에 대해 ‘어떻게 포상할지 생각해보라’는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노골적인 교학사 봐주기… 최종 목표는 박정희 정권의 독재 정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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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교학사 교과서의 최종 목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사적 복권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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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나아가 이런 일련의 흐름들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매우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노골적으로 ‘교학사 봐주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교학사 교과서의 수정을 계속 용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특징은 친일 세력이 곧 독재 세력이라는 겁니다. 친일한 사람들이 독재자가 됐고, 또 독재정권을 떠받드는 하수인이 되는 등 등호(=)를 붙여도 될 정도로 거의 같습니다. 지금 교학사 교과서에서는 그저 친일을 미화하는 수준이지만, 저는 이렇게 일단 친일을 정당화한 다음에는 강도를 높여 (교학사가) 독재를 정당화하는 교과서를 낼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왜냐면 아직 한국 사학계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을 인정하면서도 과가 더 크다고 보는 게 다수거든요. 친일의 경력도 그렇고 독재 유신시절도 그렇고, 아직까지 역사학계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래서 이걸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게 자신의 과제라고 생각하고 교과서 작업을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정부에서 교학사 등 교과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그런 의미가 아닌가.” 

이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정치적으로 복권됐다고 생각할 텐데, 결국 (교학사 교과서를 통한) 최종 목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그를 역사적으로 복권시키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교학사 교과서 중에서 ‘5·16 군사 정변’에 관한 내용을 펼치고, 미래엔·천재 교과서 등 다른 교과서와 이를 비교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 보면 제일 문제가 되는 게 5·16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듯한 부분입니다. 교학사 교과서에는 당시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적인 요인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황적 필연성은 4~5줄로 길게 서술하면서 불법성은 1~2줄로 간단히 말하는 것, 이걸 배우다 보면 누가봐도 ‘쿠데타 일어날 수밖에 없었겠네’라고 생각하게 되죠. 다른 교과서들은 양적인 측면에서도 비교적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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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학사 교과서 중 5.16 군사쿠데타에 관해 설명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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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당 부분에는 “장면 정부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특히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중략)…경찰력의 대부분을 타지로 전출시키는 등 치안 능력을 약화시켜 혼란을 자초하였다”는 등 당시 상황이 길게 서술돼 있었다. 이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학생들에게 사실적 오류를 가르칠 뿐 아니라,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게 해 이중적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퇴출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획일적 국정 교과서로는 창의적 사고 배울 수 없어”

그는 최근 나오고 있는 ‘국정 교과서’ 논란과 교육부가 밝힌 ‘편수기능 강화 방침’에 대해서도 따끔한 일침을 놨다. 이 위원장은 “교과서 검정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 교육부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며 “이걸 마치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면서 교육부가 직접 개입하면 나아질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방침처럼 ‘법과 원칙’대로 할 때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교학사 사태의 가장 1차적인 책임은 교학사 필자들에게 있지만, 결국 최종적인 책임은 교육부에 있습니다. 법 규정이 어긋나면 교과서 검정을 취소하면 간단한 건데, 그걸 굳이 말을 바꿔가면서 ‘최종본이 아니다, 수정할 수 있다’고 봐주지 않았습니까. 법과 원칙을 그렇게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정말 법과 원칙대로만 해도 이런 논란은 없었을 겁니다. 

결국 제일 좋은 건 ‘국정 교과서’가 아니라 학계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는 것이죠. 민주정부든 아니든, 역사 교육에 국가 권력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집필기준을 만들 때 학계 전문가들이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될 때, 역사교과서를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올곧게 역사를 배우는 눈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마아뉴스>201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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