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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명석 용산리, 민간인학살지 60년만에 유해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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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조사단 첫 발굴지 선정… 40~100여 명 매장 추정, 24일부터 작업

“아버지, 어머니. 60년의 어둠 거두어내고 이제 밝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한국전쟁 전후 학살당한 민간인 유해 발굴이 다시 시작된다. 한국전쟁유족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49통일평화재단, 포럼진실과정의 등 단체들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꾸렸는데, 오는 24일 진주 명석면 용산리 야산에서 첫 발굴한다.


이곳에는 민간인 40~100여 명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가 2009년 ‘한국전쟁 전후 진주형무소 재소자와 진주지역 국민보도연맹 사건’ 관련 희생자의 유해를 발굴했는데, 유해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진실화해위는 고 이상길 교수(경남대)팀에 의뢰해 유해 발굴을 했는데, 매장 추정지 1곳만 발굴했던 것이다. 이곳은 진주 명석면사무소에서 차량으로 5분 정도 거리에 있고, 왕복 4차선 도로 옆 100m 가량 산쪽에 있다.


▲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은 오는 24일부터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에서 민간인 학살 추정지 발굴작업을 벌인다. 사진은 2009년 6월 진주유족회 회원들이 매장 추정지 일대를 둘러보았을 때 모습.
ⓒ 윤성효

19일 진주유족회 이기동씨는 “2009년 진실화해위 발굴 때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 뒤에 산 주인이 새로운 증언을 하며 그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고 지정을 해주었다”며 “그래서 이번에 발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진주유족회(회장 강병현)의 요청으로 이번 유해 발굴을 하게 된다. 공동조사단은 “억울하게 희생 당한 분들의 유해를 수습하여 적절한 장소에 안치시킴으로써 피해자와 유족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강병현 회장은 한국전쟁 당시 유복자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께서는 한국전쟁 당시 어머니가 새참으로 삶고 있던 국수를 면사무소에 다녀와서 드시겠다며 잠시 집을 나섰다가 영영 돌아오시지 못하셨다”며 “아버지의 영전에 조금만 참으시고, 이제 곧 밝은 곳으로 모시겠다 말했다”고 전했다.


공동조사단은 하루 전날인 18일 서울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과 이석태 포럼진실과정의 대표(변호사), 정석희 한국전쟁유족회 상임대표, 신미자 민주황누동정신계승연대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공동조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무수히 많은 민간인들이 뚜렷한 이유없이 죽임을 당한 채, 지하 광산이나 이름 모를 산속에 버려졌다”며 “진실화해위원회는 2009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유해발굴과 안장을 위한 건의’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여 국가 차원의 후속 조치를 요청했으나,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직도 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유해들이 전국에 방치되어 있지만, 국가는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마땅히 가져야 할 법적·정치적 책임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윤리적 책임조차 지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민간차원에서라도 먼저 아픈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2014-02-19

☞ 기사원문: 진주 명석 용산리, 민간인학살지 60년만에 유해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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