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독립운동기념회의 김희선 위원장
독립운동 기여한 여성 많은데도
사회 무관심 탓에 주목받지 못해
기념사업회 통해 재조명할 예정
오는 삼일절에 창립총회 열어
‘12,000 대 200.’ 서울 용두동 ‘여성독립운동 기념사업회’ 추진위 사무실에서 26일 김희선(71·사진) 전 의원이 내놓은 기념사업회 안내서에 굵게 적힌 숫자다.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독립유공자 가운데 남성이 98% 이상, 여성은 2%미만이란 뜻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의 상당수가 가족단위로 이루어졌는데, 우리가 기억하는 여성 독립운동가는 ‘유관순’ 한 분 정도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의원은 왜 잊혀진 여성독립운동을 다시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시작은 지난해 여름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이덕일 소장과의 대화였다. 이 소장은 여성독립운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너무나 낮다고 지적했다.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자라난 김 전 의원은 할머니 등 친척들로부터 어릴 적 들은 얘기들이 다시금 떠올랐다고 한다. 여인들이 독립군의 버선을 수선하면서 손가락에 굳은 살이 박힌 사연이며, 닭을 잡아 얻은 노란기름으로 독립군들의 녹슨 총기를 닦던 얘기 등 다시 곱씹어보니 여성들도 모두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내용이었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등에게 기념사업회 관련 조언을 청했을 때 한결같이 “늦었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답을 들었다. 16대와 17대 국회의원 시절 민족정기를 세우기 위해 벌인 노력들도 떠올랐단다. 그는 당시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 회장을 지내면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 제정에 기여했다. 그러다 보수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했다.
기념사업회의 취지를 설명하자 사람들이 모였다. 창립 총회를 준비중인 최윤정·최선경·홍소연·손희영 실행위원들은 모두 생업이 미뤄둔 채 상근하다시피 일을 돕고 있다. 실행위원들은 기념사업회의 목적을 “여성독립운동을 재조명하는 것이 남성과 대비되는 여성의 독립운동에만 초점을 둔 게 아님”을 분명히 했다. “독립운동은 크고작은 다양한 힘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임을 환기시키고, 앞으로 이뤄야 할 자주·민주·통일의 길도 그렇게 모두가 힘을 모아야 이룰 수 있음을 알려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김 전 원은 “전체 이사 후보 12명 중 5명이 남성”이라며 “이는 모두가 힘을 모을 때 교과서 왜곡문제 등을 비롯해 잘못된 역사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념사업회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3월1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뒷마당에서 창립 총회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전 의원은 “출범식에서 234명 여성 독립유공자의 이름을 모두 크게 불러 그동안 우리 사회의 무관심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2014-02-26
☞기사원문: 유관순 말고도 여성독립운동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