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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의 내 인생의 책](4) 조선혁명선언 – 기개로 쓴 일제 항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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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혁명선언 | 신채호

조선 청년들은 3·1운동 직후 일제에 철저히 항쟁하기 위해 만주땅에서 비밀결사체인 의열단을 조직했다. 기개가 넘치는 20대 청년들이었다. 의열단 단장 김원봉은 의열단의 행동강령이라 할 선언서 집필을 민족사학자인 신채호에게 부탁했다. 신채호는 장문의 조선혁명선언을 집필했다.

그는 이 글에서, 강도 일제를 타도하려면 무력항쟁을 통한 민중혁명을 결행해야 한다는 논조를 폈다. 그러면서 독립 방안으로 강대국의 도움을 받는 외교론이나 민족의 실력을 양성해 독립을 이룩해야 한다는 실력양성론 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이런 미지근한 방법으로는 간악한 강도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타도할 수 없다는 논지를 편 것이다. 임시정부에서는 이승만 중심의 외교론자, 안창호 중심의 실력양성론자가 도사리고 있으면서 독립 방안을 놓고 자주 심한 논쟁으로 갈등을 벌이고 있었다.

또 여기에서는 칠가살(七可殺·죽여야 할 일곱 대상)로 조선총독과 매국노, 친일파 등, 오파괴(五破壞·파괴해야 할 다섯 기관)로는 조선총독부, 동양척식주식회사, 매일신보 등을 들었다. 식민지 지배의 수뇌와 그 하수인들, 식민지 수탈 기관을 일소해야 한다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무엇보다 문장이 웅혼하고 용어가 격렬해서 읽어가노라면 분기가 일어나, 의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의 주장은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 침략자에 대한 방어적 민족주의로 읽혔다. 그는 풍찬노숙을 하는 망명객이었는데도 어디에서 이런 기개가 일어나는지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이 글은 많은 독립지사와 청년들에게 읽혔고 의열단 단원들은 이 글을 외우고 행동을 개시할 적에 뿌렸다. 나는 역사학도로서 신채호에게서 사숙한 게 너무나 많았다.

<경향신문> 2014-03-19

기사원문: [이이화의 내 인생의 책](4) 조선혁명선언 – 기개로 쓴 일제 항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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