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렸던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한국과 일본간의 화해 분위기의 유효기간은 10일에 불과했다. 일본 정부가 4일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외교청서와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일관계는 다시 냉각기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도발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이에 따라 한·일관계도 계속 악화일로로 치달을 전망이다. 실제로 한·일관계의 냉기류는 앞으로 다가올 정치적인 일정들을 감안할 때 당분간 계속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춘계 예대제(例大祭) 때 일본 정부 관계자 및 정치 지도자들이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다시 참배할 가능성이 여전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발언 이후에도 일본 정부 등에서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 정부가 무기수출금지 3원칙을 수정하기로 한 데다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한·일관계를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한국 대법원의 판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도 관심사다.
이날 정부의 대응은 한·일관계가 다시 역류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베 총리가 ‘고노(河野)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다소 누그러졌던 정부의 대일 비판 수위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갔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의 영토 도발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 같은 일본의 행태로 인해 한·일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정부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 한층 강화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서는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제국주의 침탈 역사를 왜곡·은폐하는 교육을 실시한다면 미래세대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도발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던 아베 총리의 일본 국회 발언에 위배되는 것임을 분명히 지적했다. 정부는 또 외교청서 발표를 겨냥해 “억지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제국주의 침탈 역사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한·미·일 3국 정상회담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은 더없이 냉랭한 기류 속에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일보<201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