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시 미노루 ‘야스쿠니 반대’ 활동가 인터뷰
“죽어서 야스쿠니서 만나자 강요한
‘국가 신도’ 폐해 반성하는 뜻에서
헌법 20조 국가 ‘종교적 활동’ 금지”
진보인사들과 힘 합쳐 소송 내기로
“여길 보세요. 다른 나라에 대해선 모두 ‘독립’이라고 표기를 했지요. 그러나 한국과 북한은 어떻습니까?” 7일 야스쿠니신사의 전쟁 박물관인 유수칸에서 전시물들을 둘러보던 ‘아베 야스쿠니참배 위헌소송’ 도쿄 사무국의 즈시 미노루(62·사진)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질문을 던졌다.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제3세계 국가들을 표시해둔 지도를 보니 다른 나라들에 대해선 모두 ‘독립’이라 표기했지만, 한국과 북한에는 ‘성립’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대만 부분엔 아예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즈시는 “왜 다른 나라들은 독립이라고 표시하면서 한국과 북한에 대해선 성립이라고 했을까. 결국 일본의 조선 합병은 정당한 것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의 진보적인 시민사회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40년 넘게 야스쿠니 반대 운동을 벌여온 즈시는 “21일 시작되는 야스쿠니신사의 춘계예대제(봄 제삿날)에 맞춰 도쿄 지방재판소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의 위헌 여부를 묻는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소송의 호소인(한국의 발기인)들은 3월 말 현재 280명에 달하는 소송 원고단도 모집했다. 이와 별도로 오사카에서도 500명의 원고단이 11일 오사카 지방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낼 예정이다. 도쿄 원고단에는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 등 한국인 유족·활동가들도 20여명 참여한다.
이들이 이번 소송을 통해 다투는 쟁점은 일본 헌법 20조에 언급된 ‘정교 분리’ 원칙이다. 이를 보면 “국가와 지자체는 종교를 믿게 하려는 교육을 하는 것을 포함해 종교적 활동을 해선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이 조항은 일본 군부가 지난 전쟁 시기 ‘국가 신도’라는 종교를 동원해 “죽으면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며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내몬 역사를 반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즈시는 “일국의 총리 대신이 신사에 가는 행위는 그런 야스쿠니를 특별한 종교로 인정하는 것이고, 지난 전쟁을 정당화하는 유슈칸의 역사 인식을 긍정하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즈시는 외국의 추도시설과 야스쿠니신사의 가장 큰 차이는 ‘천황(일왕)의 존재’ 여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스쿠니신사는 천황을 위해 숨진 이들을 모신 시설이다. 그 때문에 (천황과 관계없는) 자위대에서 근무하다 사고 등으로 사망한 이들은 신사에 합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야스쿠니에 있는 조선과 관련된 전시물을 자세히 살펴보니, 1945년 8월 히로시마에서 일본군 중좌(중령)로 근무하다 폭사한 의친왕의 둘째 아들 이우, 조선인 가미카제 특공대원 탁경현에 대한 설명 글도 읽을 수 있었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에이(A)급 전범 도조 히데키와 조선인 탁경현의 사진이 같은 줄에 나란히 전시된 점도 얄궂게 느껴졌다. 태평양 전쟁의 원인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미국의 자원 금수 조처에 의해 일본이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자세히 제시하는 등 전쟁을 정당화는 반미적 주장들이 두드러진다.
즈시는 1970년대부터 야스쿠니 문제를 연구해 온 일본의 대표적인 활동가로 꼽힌다. 그가 써낸 <침략신사>(2003년)와 <야스쿠니의 어둠에 어서 오세요>(2007년)는 야스쿠니를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한 필독서로 꼽힌다. 그는 “아베 정권은 반미적 색채가 짙지만 현실적으로 친미 정책을 펴고 있다.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등 신사가 밖으로 돌출되는 순간 (미국에 대한) 일본 우익들의 모순도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한겨레> 2014-04-08
☞기사원문: “아베 야스쿠니 참배는 ‘정교분리’ 원칙 위배…위헌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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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아베 총리 야스쿠니 참배 위헌” 日NGO 소송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