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취임…외부에 발표 안해
뉴라이트 이배용 한중연 원장 주도
‘역사왜곡’ 교학사 교과서 대표집필
친일과
독재를 미화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한 권희영(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 교수(한국사)가 이달 초 이 연구원의 한국학대학원장에 임명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중연은
권 교수의 임명 사실을 지금껏 외부에 공표하지 않고 있다.
19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중연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권 교수는 지난 1일자로 한국학대학원장에 취임했다. 권 교수는 지난해 친일파와 독재정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다. 그는 지난해 6월까지 한국현대사학회 초대 회장을 지냈으며, 반공주의적 시각에서
현대사를 해석하려는 흐름을 이끌고 있다. 한중연은 정부 출연 연구·교육기관으로
한국학을 연구해 세계에 알리는 임무를 맡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과
함께 3대 역사 연구 국가기관으로 꼽힌다.
한중연은
권 교수의 한국학대학원장 임명 사실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았다. 한중연은 권 교수가 대학원장에 임명되고 12일이 지나 배포한 인사 발령 보도자료에서 전아무개 한국학진흥사업단장의 인사 내용만 공개했다. 한중연 관계자는 “권 교수를 연구원의 상징적 자리인 대학원장에 임명한
사실이 알려지면 시끄러워질 것이 부담스러워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현대사학회에서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영순 한중연 교수(한국근현대사)도 대학원장 다음으로 요직인 교학처장에 지난 3월 임명됐다. 정 교수는 권 교수와 함께 지난해 “이승만의 대한민국 자리잡기 전략이
가진 역사적 중요성을 충분히 밝혀내려고 한다”는 취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의 연구를 진행하며
한중연에서 3700만원의 연구비를 받기도 했다.
이들
두 인사는 모두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 출신인 이배용 한중연 원장이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 원장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좌파와 역사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며 만든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 자문역도 맡고 있다. 한중연의 한 관계자는 “뉴라이트 성향의 원장에 친일독재를 옹호하는 사관으로 물의를 빚은 한국현대사학회 임원을 국가 연구기관 요직에
두 명이나 앉힌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고 짚었다.
이배용
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권 교수가 여러 보직을 폭넓게 맡은 경험이 있다. 대학원장 자리는
교과서 문제와는 관계없는 업무이고 스스로도 조심하리라 생각한다. 진보적인 사람들에게도 다른 보직을 맡긴
만큼 균형이 맞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연구원에서 맡는 여러 보직 중 하나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홍근 의원은 “친일독재 미화로 국민적 공분을 산 교학사 교과서 대표 집필자를 몰래 대학원장에 임명한
행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2014.05.20>
☞ 기사원문:
‘친일·독재 미화’ 권희영 교수 한국학대학원장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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