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제사
(서울=연합뉴스) 지난 18일 아버지가 강제징용을 당한 강종호(73)씨가 일본 시모노세키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있다. 2014.6.1.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제공>> leesh@yna.co.kr
일본에서 父 제사 지낸 강종호 씨 “손 놓은 정부 야속“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어쩌다 전장에 끌려가서 혼백이 돼 지금도 구천을 헤매고 계십니까. 70년이 지나서야 아버지를 찾아온 불효를 용서해 주십시오.”
지난달 18일 일본 시모노세키 항에서 상복 차림의 강종호(73)씨는 조촐한 제사상을 차려놓고 사무치는 사부곡을 읊어 내려갔다. 바다와 맞닿은 항구 끝 자락에는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놓였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에 따르면 강씨는 일제 강제징용피해자 강태휴(1923∼?)씨의 외아들이다. 제주도 출신인 강씨는 어렸을 적 선원이던 아버지가 일제에 의해 일본에 끌려가는 바람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조차 없다. 그러나 조부모마저 1948년 제주 4·3 사건 때 집에 청장년층이 없다는 황당한 이유로 좌익으로 몰려 총살당하면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는 70여년이 지난 올 2월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와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의 도움으로 현지의 한 연금사무소에서 아버지의 기록을 발견했다. 선원수첩번호 45184. 선박명 제26호쿠신마루(北新丸). 아버지가 시모노세키에 있던 선박회사 하야시가네(현 마루하니치로주식회사) 소속으로 1944년 2∼3월 연금을 낸 기록을 찾은 것이다.
강제징용피해자 강태휴씨 아들 강종호씨
(서울=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피해자 강태휴씨의
아들 강종호(73)씨.<< 관련 기사 참조 >> 2014.6.1 tsl@yna.co.kr
“일본 나가사키에서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다“는 고향 어른의 증언 하나로 9개월 동안 일본 각지의 연금사무소와 선박회사를 샅샅이 뒤진 성과였다. 강씨는 이에 협의회 관계자들과 시모노세키를 직접 찾아 아버지가 드나들었을 항구에서 제사를 올렸다. 눈물을 꾹 참으며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라고 목놓아 외쳤다.
1일 광화문서 만난 강씨는 “만감이 교차했다. 나라가 힘이 없어 강제로 끌려가셨지만 언젠가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찾아내는 것은 그에게 남은 숙제다. 아버지가 탔던 제26호쿠신마루호는 이 회사의 선박 명부에서도 침몰 여부 등 행적이 ‘미상‘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이번 일본 방문에서 마루하니치로 관계자를 만나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번 일이 민간 기구가 중심이 돼 이뤄졌음을 지적하며, 앞으로는 정부가 강제징용자의 행방을 찾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지금까지 무관심했던 정부가 한없이 야속하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나서서 강제징용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4-06-01>
☞ 기사원문: 일본에서 父 제사 지낸 강종호 씨 “손 놓은 정부 야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