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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망언에 새누리 의원들도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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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에서 직접 몰고 온 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문창극 “일본 식민 지배·남북 분단은 하나님 뜻”

새누리당 “안대희 지명 때보다 더 큰 문제” 당혹

일제의 식민지 지배와 남북 분단까지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설명하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종교학자들과 정치학자들은 보수 기독교에서도 매우 극단적인 경우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과 총리실은 직전에 낙마한 안대희 후보자 때보다 더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11일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은 하나님의 뜻을 내세우긴 했지만, ‘한국인이 게으르고 무능해 일본의 지배를 통해 근대화해야 한다’며 일제 지배를 정당화한 식민사관 그대로다”라며 “이는 대중들에게 역사를 바로 보며 현실적 불의를 지적하고 이에 저항하지 않고, 결국 굴종하게 하는 패배주의를 갖게 하는 논리”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장인환 같은 기독교 청년은 1908 (문 후보자와 똑같은) 그런 논리를 펴며 일제 침략을 옹호한 미 외교관 스티븐슨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저격해 처단했고, 도산 안창호 선생도 일본에서 교육을 받고 와 그런 논리를 펴는 미국 선교사의 뺨을 때린 적이 있을 만큼 당시의 기독교인들도 납득하지 못하는 논리를 지금에 편다는 게 충격”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연구실장은 “문 후보자의 발언은 전례가 없다”며 “한국의 보수 기독교인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 거다.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축복으로 해석하는 경우는 있었어도, 일본의 식민지배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경우는 없었다. 문 후보자의 발언은 보수 기독교에서도 매우 극단적인 경우에 속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긍정적으로 보고, 반공을 최고의 가치로 치켜세우는 ‘뉴 라이트’보다 더 오른쪽이란 표현인 셈이다.

김학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기독교)는 “성서에 나오는 구약의 역사는 이스라엘 민족의 ‘일탈응징회개’의 역사다. 이스라엘 민족을 일깨우기 위해 시련을 준다는 역사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다르다. 명백한 억압과 수탈의 역사가 일본 식민지배의 역사”라며 “문 후보자의 발언은 기독교적 역사관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 일제 식민사관의 맹목적 정당화, 식민사관의 종교적 윤색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역사학계에서는 문 후보자의 발언에 분노를 표시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교육홍보실장은 “일본에 식민지배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놀라운 매국적 발상, 그릇된 역사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역사인식은 미개한 민족을 교화시키려고 불가피하게 식민지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발상이며, 특히 고노 담화 재검토를 포함해 일본 아베 정권이 식민지배를 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 마당에 대한민국 총리 후보자로서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정태헌 고려대 교수(한국사학과)는 “기독교로 포장만 했지, 이분이야말로 전형적인 식민사관 디엔에이(DNA)로 철저하게 각인된 분이다.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의 퇴행적인 역사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찬양하다 보니 식민사관까지 수용하는 이런 역사인식을 소유한 분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총리 후보자가 됐는지 모를 일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문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당혹해하면서 문 후보자의 발언이 새누리당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것은 본인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충분히 해명해야 할 문제”라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당이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한 재선 의원은 “국민 정서에도 안 맞고 사실관계에도 어긋나는 강연이다”라며 “어떤 의도에서 강연을 한 건지 모르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 그런 강연을 한 것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참담하다. 더 이상 할 말도 없다. 연락해본 다른 의원들도 다들 말도 못하고 한숨만 짓더라”며 “안대희 때보다 훨씬 큰 문제다. 대통령도 용납하기 힘든 문제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 대표로 출마한 김무성 의원은 “직접 (보도 내용을) 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직접 못 봐서…”라며 말을 아꼈다. 역시 전당대회에 나선 서청원 의원 쪽도 “직접 못 봤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총리실 한 관계자는 “대응은 후보자가 결정할 것”이라며 “교회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을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인식이고 국민감정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우리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이세영 서보미 최현준 이유진 기자 spring@hani.co.kr

 

<2014-06-12> 한겨레

기사원문: 문창극 망언에 새누리 의원들도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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